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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일지]안희정 1심 무죄에 ‘항소심’ 핵심 쟁점은 ‘업무상 위력 행사 증거·김지은 진술 신빙성 입증’…안희정 아들 SNS는 계정 비공개로 전환

  • 장영권 기자
  • 승인 2018.08.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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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사건 1심 재판이 무죄 선고로 막을 내리면서 항소심에서 다퉈질 쟁점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와 기소를 맡았던 서울서부지검은 조만간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모든 재판을 직접 담당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선고 직후 "항소심에서 충실히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항소는 판결문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의 요점은 1심 재판부가 안 전 지사와 김지은 씨의 관계에 '업무상 위력'이 존재는 했으나 그 위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고 본 점, 김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표한 부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하급자로서 수행비서인 김씨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위상과 도지사의 지위 등 위력을 행사해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저질렀고 더불어 기습적으로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서 다루는 '위력'이라고 볼 만한 지위와 권세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그런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연합뉴스
김지은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 받았다 / 연합뉴스

나아가 안 전 지사가 어떤 위력을 행사했고 김씨가 이에 제압당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는 간음이 일어난 이후 김씨가 안 전 지사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 등의 내용, 간음을 전후해 김씨가 보인 행동 등을 꼽았다. 제3자에게도 안 전 지사에 대한 우호적 표현을 했다는 등의 이유다.

1심 재판부는 또 김씨 진술이 믿을 만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씨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을 안 전 지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일부 삭제된 채 증거로 제출된 점, 간음 후 김씨의 피해 호소를 들었다는 증인의 증언과 김씨의 진술에 호소 시점·내용 등에서 차이가 있는 점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무죄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검찰의 반론은 '위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위력의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명시적인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행사되지 않았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안 전 지사라면 말 한마디, 눈빛, 표정 등만으로도 상대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고 이를 통해 위력이 행사됐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내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피해 주장 내용이 믿을 만한지와 관련해서는 그 진술의 일관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고 후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며 "여러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상황의 물적 증거가 마땅치 않은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여부가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빙성과 별개로 김씨 진술의 일관성만큼은 대체로 인정되는 분위기인 만큼 검찰은 이를 활용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어떤 증거가 미흡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필요한 부분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는 16일 논평에서 "이제 1심 재판이 끝난 상황이므로 향후 진행될 재판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투 운동 또한 폄훼되지 않고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지사는 지난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오히려 수많은 피해여성들이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더 이상 폭로하지 못하고 침묵하며 좌절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에 대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대표적인 예"라고 주장하며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정의로운 판결로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의당은 "무죄 선고는 여성들의 간절한 용기를 짓밟은 사법폭력"이라고 비판하고, 현행 성폭력 처벌 관련 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정조'라는 말을 꺼내 피해자를 꾸짖는 등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은 구시대적 처참한 수준"이라며 "이러한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직장과 각종 조직 내 벌어지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다수는 면죄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성폭력 면죄부 발행을 막기 위해 폭행과 협박으로 강요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해야 한다"며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비동의 강간죄'와 함께 성폭력범죄에 대한 포괄적 처벌강화를 위한 법안 준비를 완료한 만큼 조속한 법안 발의를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도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인정하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도 해석의 폭을 넓히는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성폭력 관련 입법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정의당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위력 입증 쉽지 않아 대체로 "수긍할 만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간의 재판 과정과 법리 등을 따져봤을 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원칙에 따른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미투 운동' 자체가 폄훼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남녀의 권력 차이에 기반을 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리에 충실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위력이란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언이 다른 진술 등으로 많이 배척될 수밖에 없었고, 일관성이 부족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진술로 증거능력을 인정 못 받은 부분도 있다"며 "안 전 지사 측이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면 그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사안마다 따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미투 운동과 이번 사건을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무조건 여성이 피해자이니 받아들이라 하는 것이 문제이듯, 이번 사건에 무죄가 나왔으니 피해 여성의 말을 다 믿지 못한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에 대해 "철저한 원칙주의자 아니냐"며 "폭행이나 협박 등이 없었다면 유·무형의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꺾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 했는데 못 했으므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죄의 확신이 들 정도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형사사법권 남용"이라며 "그 한도 내에서 논리적으로 판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에서도 1심 재판에서 다뤄진 내용을 뒤집을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반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많았다.

1심 판단을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형법을 오래 다뤄 온 한 법조인은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는지를 따질 때 1심은 도지사와 비서의 관계로만 바라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유력 정치인의 보좌진은 모시는 사람으로부터 한 번 부정적 평가나 불이익을 받으면 다른 보좌진이나 정치권에 그 사실이 퍼지고, 주변으로부터도 부정적 평가를 받는 환경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고 비평했다.

그는 "위력은 강제력보다 약한 개념으로, 상대의 의사가 억압되거나 주춤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도지사가 불이익을 주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게 주변의 평가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면 그것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입법 취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앞선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앞선 입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위계·위력이 행사됐다는 것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을 다 포섭해 처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되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앞서 안씨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상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안씨는 이 글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충남도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의식한 듯 "사람은 잘못한 만큼만 벌을 받아야 한다. 거짓 위에 서서 누굴 설득할 수 있을까"라고 썼다.

여성 단체들이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안씨가 이 글을 게재하자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에는 안씨 신상을 공개하거나 그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이 등장했다.

당초 안씨는 계정을 공개했으나 이 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비공개로 전환해 현재 글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일지] 김지은 캠프 합류부터 안희정 무죄 선고까지

△ 2017년 1월 = 문화창조융합본부 공무원 출신 김지은 씨, 안 전 지사 민주당 대선 경선캠프 합류

△ 4월 3일 = 안 전 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2위 차지

△ 7월 3일 = 김씨, 충남도청 수행비서 임명

△ 7월 27일∼8월 1일 = 안 전 지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장. 김씨 동행

△ 8월 31일∼9월 6일 = 안 전 지사, 스위스 제네바 출장. 김씨 동행

△ 12월 20일 = 김씨, 충남도청 정무비서 임명

△ 2018년 2월 24일 = 안 전 지사,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김씨에게 "요즘 미투 얘기가 나온다. 그때 상처인 것을 알았다. 괜찮니" 등 발언

△ 3월 5일 = 김씨, 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

△ 3월 6일 = 안 전 지사, 새벽에 사퇴 의사 표시. 김씨,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 고소

△ 3월 8일 = 안 전 지사, 충남도청 기자회견 예고했다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취소

△ 3월 9일 = 안 전 지사, 사전 협의 없이 검찰에 자진 출석

△ 3월 14일 =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성폭행 피해 주장하며 안 전 지사 고소

△ 3월 19일 = 안 전 지사, 검찰 출석

△ 3월 23일 = 검찰, 안 전 지사 구속영장 청구

△ 3월 26일 = 안 전 지사, "국민 실망에 참회한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불출석. 서울서부지법, 이틀 뒤로 심문기일 재지정

△ 3월 28일 = 안 전 지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법원, "증거인멸·도망 염려 없다"며 영장 기각

△ 4월 2일 = 검찰, 안 전 지사 구속영장 재청구

△ 4월 4일 = 안 전 지사,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법원, "범죄 혐의 다퉈 볼 여지 있다"며 기각

△ 4월 11일 = 검찰, 안 전 지사 불구속 기소. A 씨 관련 혐의는 증거부족으로 불기소 처분

△ 6월 15일 = 법원, 안 전 지사 사건 재판 시작

△ 7월 27일 = 법원, 결심공판 진행. 검찰, 징역 4년 구형. 안 전 지사 측, 무죄 주장

△ 8월 14일 = 법원, 안 전 지사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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