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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김기춘, ‘양승태 시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전범기업 소송 연기 요구 정황 포착…박근혜 조사 가능성 ↑
  • 장영권 기자
  • 승인 2018.08.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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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만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소송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김기춘 전 실장이 2013년 말 당시 차 처장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재판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청와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회동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회동에 배석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당국자 여러 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청와대 측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날 오전 김기춘 전 실장을 소환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의 최종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판결을 뒤집어달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으나 2013년 8∼9월 해당 기업들의 재상고로 사건이 대법원에 다시 접수된 상태였다.

대법원은 2012년 첫 판결과 쟁점이 사실상 동일한데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 짓지 않고 5년간 결론을 미루다가 최근에서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김기춘 전 실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김기춘 전 실장·양승태 전 대법원장 / 연합뉴스

이런 정황을 두고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징용소송 재판에 대한 요구를 들어주고 반대급부로 법관 해외파견에 청와대와 외교부의 협조를 얻어내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4년 2월 주유엔대표부를 시작으로 한동안 끊겼던 법관 해외파견을 재개했다.

검찰은 김기춘 전 실장과 차한성 전 처장의 회동이 휴일 오전 공관에서 이뤄졌고 징용소송·법관파견 관련 부서인 외교부 장관이 배석한 점으로 미뤄 민원과 거래 목적이 짙다고 보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조사에서 당시 회동이 있었던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징용 피해자 배상에 부정적이었던 청와대와 관련 부처가 소송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뚜렷해짐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2013년 9월 권순일 대법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기록도 확보해 경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한 점으로 미뤄 청와대 관계자와 재판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은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징용소송·법관파견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근무 시절 각종 의혹 문건을 작성한 박모(41)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16일 오전 소환 조사한다. 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자연 소멸시키는 방안을 담은 문건 등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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