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노동자가 백혈병 등 직업성 암에 걸릴 경우에는 전문 역학조사 없이도 산업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6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 노동자가 직업성 암이 생긴 경우 직접 입증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산업 재해 인정 절차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기존 판례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백혈병 등 8개 병에 대해서는 외부기관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공정이 같거나 비슷한지 조사해 산재 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등 종사자에게 직업성암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근무공정과 종사기간, 해당공정에 사용된 화학물질 등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역학조사를 거쳤다.
그러나 노동부는 “조사과정이 통상 6달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해 산재보상 결정이 늦어지고 획일적인 역학조사로 신청인에게 부담이 가중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결정은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들의 오랜 갈등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를 대변하는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2차 조정 재개를 위한 중재합의서 서명식을 열었다.
이번 합의는 양측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공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이날 서명식은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 황상기 반올림 대표,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대표로 참가해 중재권한을 조정위에 위임한다는 중재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조정이 공식 재개됐다.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조정위가 제시하는 중재안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함에 따라, 11년간 끌어온 양측의 갈등이 사실상 완전타결되는 수순으로 보인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번 중재안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보고 불확실한 영역의 직업병에 대한 지원이나 보상의 새로운 기준이나 방안을 수립하는데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며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과 상식에 기반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는 기존 양측의 주장과 지금까지의 연구와 관련 사례를 검토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중재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조정위는 서명식 종료 이후 곧바로 중재안 마련에 착수한다.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그동안 조정위는 1차 조정 당시 양측의 요구사항과 쟁점, 조정결렬 후 양측의 주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관련 3사가 지급한 보상방안 등을 검토해 중재안의 큰 방향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