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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시험지 유출 방지 방안은?...사립 중고교 60% ‘사립학교법 개정해 공공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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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희주 기자) 최근 국내의 중, 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시험지 유출 사건은 성적 지상주의와 사립학교의 폐쇄적인 학교운영 구조가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지 유출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성적만 좋으면 무슨 짓을 해도된다’는 ‘성적 지상주의’가 꼽힌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경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학장 겸 교수는 “학교성적 높이기와 입시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교육의 중요한 사명인 인성 함양을 도외시하게 되는 이른바 맹시 현상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만들었지만, 이 법은 주연이 되지 못하고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지심리학 용어인 맹시 현상은 사람들이 특정한 과제에 정신을 팔거나 몰두할 때 다른 관심사나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것을 뜻한다. 농구시합 관전 중 한 팀의 패스 횟수를 기록하라고 요구받은 연구실험 참여자들이 경기 중간 코트에 등장한 고릴라를 보지 못했고, 경기 종료 후 그 사실을 듣고 매우 놀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효과로도 불린다. 

 대입 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꾸준히 늘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내신 점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과정에서 성적 지상주의 고질병은 곪아 터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전체 모집 인원의 77.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게 됐다. 수시 비중이 증가하면서 학생부 교과·학생부 종합 등 학생부 위주 전형 선발 비중은 전년도 65.9%에서 67.1%로 1.2%포인트 높아졌다.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광주의 한 사립고의 의사 학부모는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학교 행정실장과 공모해 기말고사 시험지 일부를 빼냈다. 기말고사 시험문제지를 유출해 퇴학처분을 받은 부산의 한 특목고 3학년 학생들은 상담과정에서 대학 입시에 대한 압박감과 성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사립학교의 폐쇄적인 학교 운영 구조도 시험지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교직원 인사권과 징계권을 100% 갖고 있는 사립학교는 국·공립 학교와 달리 보통 이사장의 친인척 또는 매우 가까운 특수 관계자가 행정실장, 교무과장 등 주요 보직에 채용되는 사례가 많아 시험지 유출을 사전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광주 사립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 알려지게 된 계기도 유출된 시험지를 미리 받아본 학생이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면서부터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시험지 유출이 이번 일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며 “관련 책임자 일벌백계와 함께 사립학교 채용과 징계 권한을 학교법인으로부터 분리해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일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을 불러모아 긴급 회의를 열고 단위학교 시험관리 및 관련자 책무를 강화하는 등 시·도교육청 시험지 관리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할 예정이지만, 재발방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교 사립학교 비중은 전체의 60% 가량(중학교 19.8%·고등학교 40.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사립학교법상 교직원의 인사권과 징계권을 모두 학교법인이 갖고 있는 사립학교에는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교직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징계를 내려 처분하는 국·공립 학교와 대조적이다.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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