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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군대, 계엄령 후 사실상의 쿠데타 모의…탄핵기각되면 국회 언론 국정원 완전장악 계획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8.07.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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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군(軍) 당국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를 상정해 언론과 국가정보원은 물론 국회까지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구체적인 문건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공개된 '계엄령 검토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도 계엄령 발령 시 특정 군부대의 계엄수행 역할이 명시됐지만, 추가문건 공개로 계엄령 선포가 단순계획 차원이 아닌 실행을 염두에 뒀음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촛불'로 상징되는 '박근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함과 동시에 계엄 담화를 발표하는 세부계획을 시행하고 이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하기 위해 권력기관인 국정원을 손아귀에 넣고 언론을 통제하는 한편 계엄해제를 시도하는 국회를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세세하게 작성했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일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작년 3월 비상계엄 선포문과 담화문까지 미리 작성했고, 과거 1979년과 1980년 두 차례 계엄 당시의 담화문을 문건에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내용 작성에 참고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 與의원 표결불참·野의원 사법처리로 국회 계엄해제 시도 무력화 =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른바 '국회 대책'이다. 계엄 발령 이후 국회의 해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문건에는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 자체를 막겠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탄핵 정국 당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임을 감안해 표결 요건을 아예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여당은 지금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었고, 국회 과반의석에 미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문건은 한국당 의원들이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계획을 세워 의결정족수를 미달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양동작전'을 구체화했다.

다시 말해 계엄사령부가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금지활동에 대한 포고령을 선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반발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쇠고랑을 채워 '식물 국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던 셈이다.

◇ 연합뉴스·KBS 등 56개 언론사에 보도검열반 파견 = 박근혜 정부 기무사는 당시 계엄령 발령 이후 대(對)언론 통제에 대한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다. 계엄선포와 동시에 각 언론사에 '사전검열' 공보문을 배포하도록 했다.

총칼과 군홧발로 짓밟았던 과거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제를 연상시키는 대목으로, 실제로 문건은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획을 담고 있다.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해 통신·신문·방송·인터넷매체 등 언론으로부터 기사 원고와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물 원본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KBS·CBS·YTN 등 22개 방송, 조선일보·매일경제 등 26개 신문, 연합뉴스·동아닷컴 등 8개 통신사와 인터넷신문에 대한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를 통제하기로 했다. 인터넷 포털 및 SNS 차단과 유언비어 유포 통제 방안도 포함됐다.

◇ 국정원장을 계엄사령관 지휘통제 하에 = 문건은 계엄령이 내려지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국내외 정보파트를 군 아래에 예속시켜 촛불 정국을 잠재우고 이른바 '철권통치'를 향해 나아가는 포석 아니었겠느냐 하는 시선이 제기된다.

게다가 국정원의 국내 담당 책임자인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직접 보좌하게 하는 내용까지 포함해 이런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특히, 광화문과 여의도를 집회 예상지역으로 명시하고 기계화사단과 기갑여단 및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업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히 투입하는 계획도 명시했다.

열린 공간인 광화문은 촛불집회의 상징으로 불렸고, 국회가 있는 여의도도 촛불 정국 내내 집회가 이어졌던 곳이다. 바로 이곳에 탱크와 특수전 군인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국민의 목소리를 사전 차단하려고 했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 밖에 정부 부처 통제 방안은 물론 주한 외국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단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계엄령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방안 등도 '외교활동 강화'라는 명분으로 적시돼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문건이 단순한 계엄령 검토가 아닌 실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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