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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 "최저임금 문제, 자영업자와 알바 대립으로 몰아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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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에 대한 이야기에서 만주를 침략하기 위한 일제의 허위 공작으로 중국인과 조선인 사이를 이간질했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최저임금을 둘러싼 편의점주와 알바간의 문제의 핵심을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납입금이나 임대료가 더 크다는 것.

오늘 아침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지적됐다. 편의점 매출의 30~40%를 편의점 본사에서 먼저 가져간다는 것. 편의점이 이익이 나건 손해가 나건 본사에서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주와 알바의 최저임금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이하는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전문이다.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김동인의 단편 ‘붉은 산’이 수록돼 있었습니다. 만주의 조선인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삵’이라는 파락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평소 자기 ‘동포’인 조선인들에게 행패나 부리던 ‘삵’은, 중국인 지주가 조선인 소작농들을 괴롭히자 홀로 지주 집에 찾아 갔다가 맞아 죽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이 소설의 주된 정서가 ‘민족주의’라고 배웠습니다.

1931년 7월, 만주에서 조선인 농민이 중국인에게 맞아 죽었다는 '허위 보도'를 계기로 한반도 전역에서 ‘반(反)화교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허위 보도'가 일본군의 '공작'에 의한 것이었음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밝혀졌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9월에는 일본군이 만주를 침공하여 ‘만주국’을 세웠습니다. 일본은 만주를 침략하기에 앞서 의도적으로 한국인들의 ‘반(反) 중국 정서’를 고취했습니다. 일본 침략에 맞서는 ‘심정적 동맹’이었던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를 이간질하고, 한국인들을 중국 침략의 첨병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죠.

김동인이 ‘붉은 산’ 연재를 시작한 건 이 무렵인 1933년 4월입니다. 얼핏 보기엔 ‘민족주의’를 고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민족 이간책을 뒷받침하는 구실을 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중국인을 혐오하고 멸시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중국 땅에서 한국인을 혐오하고 멸시하는 중국인도 늘어났습니다. 당시에는 한반도에 사는 중국인보다 중국 땅에 사는 한국인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중국인이 미워서 일본 앞잡이가 되는 한국인이 늘어났고, 일본인보다 한국인을 더 싫어하는 중국인도 많아졌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이 현상에 아주 만족했습니다. 사실 김동인 소설들에서 ‘반(反)중국 정서’는 빈번하게 표출되지만, ‘반일정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를 ‘자영업자 대 알바’의 대립 문제로 몰아가려는 ‘사상 공작’이 거셉니다. 부모는 영세 자영업자이고 자식은 알바인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영세 자영업자나 알바나 다들 힘들게 삽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정말 힘들게 만드는 건,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돈과 건물 임대료입니다. 그런데도 영세 자영업자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조차 프랜차이즈 납입금이나 임대료 문제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취급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피안(彼岸)입니다. 관점만 바꿔도 다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당해 놓고도, 우리는 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만 고통을 떠넘기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되풀이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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