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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워마드 성체 훼손 비판 “종교 성물 모독, ‘반문명적’이며 ‘반지성적’ 행위”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7.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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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에 대한 전우용의 입장은?
 
최근 역사학자 전우용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래디컬 페미니즘과 관련한 입장을 연이어 내놨다. 크게는 두 가지로 하나는 혜화역 시위에서 등장해 논란이 된 ‘문재인 재기’ 발언이며 나머지 하나는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다.

jtbc 방송 캡처
jtbc 방송 캡처

이하는 지난 9일 페이스북 메시지(혜화역 시위 문재인 대통령 재기 발언 관련)

2년 전 이맘 때, 한겨레에 실린 여성학자 정희진씨의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라는 글에 대한 비평을 페북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글 때문에 한동안 메갈-워마드뿐 아니라 한국 진보 지식인 사회 일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그 무렵의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진보적 언론들은 너나없이 “잡년 페미니즘”, “젊은 언니들의 유쾌한 반란” 등의 제목으로 메갈의 ‘미러링’을 칭찬하고 이들을 한국 페미니즘의 ‘전위(前衛)’로 추켜세웠습니다.

그때 저는 메갈 옹호 담론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번 “문재인 재기해” 사태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들이 일베의 패륜적 언어를 복제하면서 공격 대상까지 복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생각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패륜적 언어에 익숙해지면, 사고 자체가 패륜화하기 마련입니다. 난민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남북 관계의 진전을 저주하며, 박근혜를 ‘추앙’하는 점에서 근래의 워마드는 일베와 완전히 똑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베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온라인 전위대(前衛隊)’였습니다. 패륜 본대가 패륜 전위대를 육성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워마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여성들이 집회 장소에서 “문재인 재기해”를 외친 건, 그들의 ‘생각’이 일베와 똑같다는 걸 드러낸 데 불과합니다. 다만 문제는, 저 패륜 집단을 여전히 ‘한국 페미니즘의 선봉이자 전위대(前衛隊)’로 간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설령 현재의 한국 사회가 ‘성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패륜 집단을 전위부대로 삼은 본대가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혜화역 시위에 등장한) “문재인 재기해”는 ‘문제를 제기해“라는 뜻이라며 씨도 안 먹힐 거짓말로 워마드 따위를 비호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전망하는 걸까요?
 
이런 글 써 봤자 ‘한남충 재기해’ 소리나 들을 게 뻔한 건 알지만, 사람들 헷갈리게 만드는 기사가 자꾸 올라오니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지난 번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슬로건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녹색당 신지예씨가 “‘문재인 재기해’는 여자들이 그동안 당한 거에 비하면 별일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생각과 언설이 한국 래디컬 페미니즘의 핵심 문제를 드러낸다고 봅니다.

운동(= movement)이란 인간이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설정하는 실천 활동입니다. 과도하게 단순화하면,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인간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인간의 삶을 조건지우는 현상, 구조, 관계 등은 완전히 파괴해도 되는 게 있고 그럴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모택동은 이를 각각 ‘적대적 모순’과 ‘비적대적 모순’으로 구분했지만, 동양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론의 상극(相克)과 상생(相生) 관계로 이해해도 좋을 겁니다.

신분해방운동은 신분제도 철폐운동인 동시에 ‘귀족 신분을 가진 사람’과 ‘노예 신분을 가진 사람’ 자체를 소멸시키는 운동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때 군중이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린 건, 그들이 ‘귀족체제를 대표하는 구체적 인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의 구호 중 하나는 ‘구병입경(驅兵入京) 진멸권귀(盡滅權貴)’였습니다. “병사를 몰아 서울로 쳐들어가서 권세 있는 귀족들을 다 죽여 버리자“는 뜻이었죠. 귀족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이 멸종하지는 않습니다. 상극(相克) 관계에서는 옛날부터 ‘다 죽이자’라는 구호가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그러나 ‘여성해방운동’은 ‘남성 지배체제’ 해체 운동이되 ‘남성 젠더를 가진 사람’ 자체를 소멸시킬 수는 없는 운동입니다. 남성 젠더가 소멸하는 동시에 인류 자체가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상극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운동은 흔히 폭력투쟁이나 내란의 양상을 보이지만, 상생 관계는 그렇게 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꼭 맞는 비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동 인권 유린 체제’를 해체하기 위한 운동은 주로 캠페인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설득과 선전이 기본 운동 방식이었던 거죠. 일제 강점기 방정환은 ‘어린이 주간’을 만들고 어린이들의 집회와 행진을 조직하곤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 다 죽어라“라고 구호를 외쳤다면,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문 대통령은 인격을 가진 ‘구체적 인물’입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성들이 당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여성들 개개인에게 ‘구체적 인간’을 저주할 권리가 부여되는 건 아닙니다. 여성 일반에 대한 혐오감을 특정한 여성을 살인, 폭행함으로써 표출한 남성을 용납해서는 안 되듯이, 남성 일반에 대한 혐오감을 특정한 인간을 저주, 모욕함으로써 표출하는 여성도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아무리 오랫동안 비대칭적 관계에 있었다고 해도, ‘여성 일반에 대한 혐오감’이나 ‘남성 일반에 대한 혐오감’ 모두 관계의 기본 성격을 몰각한 범죄적 감정입니다. 분노를 이해하는 것과 분노의 패륜적 발산을 용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어도, 나쁜짓은 나쁜짓입니다.

  
이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 메시지(워마드 성체 훼손 관련)
 

워마드 회원이 천주교 성체를 모독하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다른 회원들과 공유했다는 기사를 보니, 아침부터 기분이 씁쓸합니다.
 
남의 종교 성물을 모독하는 건 ‘반문명적’이며 ‘반지성적’ 행위라는 건 현대의 ‘상식’입니다. 이런 게 가장 두드러지는 ‘혐오’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혐오에 반대한다”고 외치면서 ‘혐오’가 뭔지도 모르는 저 처참한 무지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강자에 대한 약자의 혐오는 정당하다”고 저런 행위를 부추겼던 지식인 무리를 향한 분노를 참기 어려웠습니다. 약자의 강자에 대한 ‘혐오감’이 정당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상식과 보편윤리에서 벗어나는 ‘혐오 표현’은 어떤 궤변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 워마드 회원이 자기 부모가 신봉하는 종교의 성물을 모독한 것은 ‘패륜’이기도 합니다.

신성모독, 탈코르셋운동, 가족 해체 주장 등은 100년 전에도 나왔습니다. 그때 그 주장들이 어떤 경과를 거쳐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지금 한국의 자칭 ‘급진 페미니즘’이 지닌 근본 문제입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각자’나 ‘선구자’라는 호칭이 붙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모르면서 자기가 처음 하는 일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바보’입니다. 지금 여성가족부가 할 일은 저들을 준열히 꾸짖는 겁니다.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을 ‘여성부’로 바꾼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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