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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베니스국제영화제가 PICK한 최고상 수상작 세 편…‘프롬 어파’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까지 ②
  • 김노을 기자
  • 승인 2018.07.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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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을 기자] ①편에 이어서…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17) 황금사자상 수상작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 DIR. 기예르모 델 토로 | 123분 | 미국

‘미믹’(1997), ‘악마의 등뼈’(2001),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 ‘퍼시픽 림’(2013) 등 판타지, 액션, SF 장르에 초점을 맞춰온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상업 영화를 비롯해 참여 작품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복이 없기로 유명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로 명망 높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 볼티미어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 내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곁에는 동료 청소부이자 흑인 여성인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게이인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있다.

어느 날, 온몸이 비늘인 ‘아가미 인간’(더그 존스)이 실험실에 들어오고 엘라이자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여기에 러시아 스파이라는 신분을 숨긴 채 미국 박사로 살아가는 호프스테틀러(마이클 스털버그)가 그들의 교감을 알아챈 한편, 실험실 보안책임자이자 무자비한 인물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아가미 인간을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안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젤다와 자일스, 호프스테틀러가 힘을 보탠다.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에 소수자를 향한 다수의 차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무관용의 시대가 가진 문제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가미 인간은 인간의 정의(定義)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실험실에 갇혔고, 언어장애가 있는 엘라이자의 목소리는 묵살당한다. 흑인 여성인 젤다는 인종차별의 희생양이며, 성소수자인 자일스는 성차별주의자들에게 지탄받고 생계 수단까지 잃는다.

찬란한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1960년대 미국에서 이들은 ‘어두움’에 해당한다. 과장된 밝음에 가려 너무도 쉽게 그림자로 치부되는 존재말이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셰이프 오브 워터’는 관객에게 아름다운 성인 동화 한 편을 선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엘라이자와 아가미 인간은 바다로 돌아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맺음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우리 앞에 몸 전체가 비늘로 덮인, 인간의 기준에서는 인간도 물고기도 아닌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세상의 규정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처단하지 않을 수 있는가. 결국 ‘셰이프 오브 워터’는 사랑과 인간에 일련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자들 혹은 다름을 경시하는 자들에 대한 일침이다.

또한 자연스럽게 이 물음의 줄기는 영화 속 1960년대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비교로 이어진다.

여기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의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은 이유를 막론하고 밀입국자들을 고발, 재판 전까지 구치소에 감금시켰으며, 기소가 불가능한 미성년자들은 격리시설에 격리되어 가족과 생이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인종, 성별 등 전 범위에 걸쳐 타자를 간편하게 차별하는 시대에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역시 멕시코 출신의 이민자다. 인정받는 감독이기 전에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아온 멕시코 이민자라는 정체성이 그의 연출관에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로 각종 영화제를 석권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며 자란 멕시코 아이가 이처럼 영광스러운 자리에 섰다는 것이 꿈만 같다”고 감격했다.

이어 “영화 매체가 멋진 이유는 모래 위의 경계선을 지우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세상이 우리에게 그 선을 더 깊게 그으라고 강요할 때 말이다”라고 미국의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와 앞서 소개한 황금사자상 수상작 세 편의 공통점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세대를 관통하는 데 있다.

이는 인종, 성별, 문화에 차별을 두지 않으며, 다양성을 지지해 공존의 가치를 추구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방향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변두리에 위치한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담론을 나누고자 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다가오는 75세 생일에서도 그 대화에 기꺼이 참여할 작품에게 곁을 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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