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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베니스국제영화제가 PICK한 최고상 수상작 세 편…‘프롬 어파’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까지 ①
  • 김노을 기자
  • 승인 2018.07.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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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을 기자]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인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세계 3대 영화제. 지난 2월에는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5월에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주자,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개최된다.

세계3대 영화제 중 가장 노장인 베니스국제영화제. 나이에 비례하는 뚝심으로 비상업적 예술 영화를 시상하는 전통을 고수하며 약 2주 동안 여러 나라의 영화를 상영하고 심사해 각 부문의 수상작·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로 75세를 맞은 이 영화제에 작품들이 노미네이트되기 전, 최근 3년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베니스 픽’(PICK) 작품 세 편을 살펴보자.

 

영화 ‘프롬 어파’(From Afar) 스틸컷
영화 ‘프롬 어파’(From Afar) 스틸컷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15) 황금사자상 수상작
‘프롬 어파’(From Afar) | DIR. 로렌조 비가스 | 93분 | 베네수엘라, 멕시코

라틴 아메리카 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 수상 영광은 로렌조 비가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프롬 어파’에 돌아갔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인 고통이 트라우마가 돼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중년 게이 아르만도(알프레도 카스트로). 그리고 거칠게 살아가는 거리의 20대 청년 엘더(루이 실바).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프롬 어파’는 여러 겹으로 쌓인 인물의 감정과 판이한 두 인물 사이에서 만들어진 긴장감으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아르만도의 직업은 틀니를 만드는 치과기공사다. 진짜를 대신할 가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인해 내면은 공허하다.

반면 엘더의 방에는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고, 아버지와 함께 갔던 장소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러나 엘더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으며 훗날 자신도 자식에게 똑같이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영화 ‘프롬 어파’(From Afar) 스틸컷
영화 ‘프롬 어파’(From Afar) 스틸컷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클라이막스는 엘더가 아르만도의 아버지를 죽이는 부분이다. 영화에 명시되지 않으나 어린 시절 아르만도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어떠한 류의 폭행을 당했으며, 그 사건이 아르만도의 성 정체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듯 보여진다.

그는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엘더를 보살피고 곁에 두는 데 그친다. 아르만도와 엘더의 관계가 흡사 부자(父子)처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결국 엘더가 아르만도의 아버지를 살해함으로써 이 슬픈 대물림은 성립되고 만다.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 모호한 지점이 있긴 하나 비가스 감독은 ‘프롬 어파’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두 인물의 교감을 그리는 동시에, 아르만도와 엘더를 여러 폭력과 무관심에 노출된 아이들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이는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은 비가스 감독은 수상 당시 “베네수엘라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잘 이겨나갈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놀라운 국가”라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완성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프롬 어파’가 세계적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을 때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정치, 경제적 불안정을 겪어내고 있었다. 그런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비가스 감독의 수상 소감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걱정어린 애정인 셈이며, 무관심 속에 방치된 수많은 약자에 보내는 위로다.

 

영화 ‘떠나간 여인’(The Woman Who Left) 스틸컷
영화 ‘떠나간 여인’(The Woman Who Left) 스틸컷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16) 황금사자상 수상작
‘떠나간 여인’(The Woman Who Left) | DIR. 라브 디아즈 | 226분 | 필리핀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선택한 필리핀 출신 감독 라브 디아즈는 ‘필리핀 가족의 진화’(2006), ‘멜랑콜리아’(2008),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2016), ‘종말의 전날’(2016) 등의 작품을 통해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를 줄곧 조명해왔다.

영화 ‘떠나간 여인’은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여성 교화시설에서 보낸 호레시아(차로 샌토스 콘시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다른 수감자가 범죄 사실을 고백하며 석방된 호레시아는 잃어버린 아들 주니어를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부정부패와 창궐한 납치 범죄로 인해 원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1990년대 말의 필리핀을 재발견한다. 인정 넘치던 호레시아는 그렇게 복수라는 목표를 향해 조용히 발을 내딛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7년 필리핀. 홍콩 반환, 필리핀에 만연한 납치,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등 당시의 역사적 사실들이 라디오를 통해 영화 저변에 깔린다. 이는 당대의 혼돈과 호레시아의 혼란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 ‘떠나간 여인’(The Woman Who Left) 스틸컷
영화 ‘떠나간 여인’(The Woman Who Left) 스틸컷

촬영 역시 정적이다. 카메라 픽스와 롱테이크로 대상을 관망하듯 담아내며 호레시아와 배경을 분리시키지 않는다. 결국 호레시아는 당대 필리핀이 처한 현실과 고통 그 자체가 된다.

라브 디아즈 감독의 연출적 특징 중 하나는 긴 러닝타임이다.

‘떠나간 여인’의 러닝타임 226분 동안 호레시아의 감정은 복수심을 향해 점증적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목표를 달성한다.

여기서 롱테이크 형식은 보여지는 장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 일종의 반전 효과를 가져오는 장치로 자리한다. 이로써 사건의 일부만 보면서 전말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거만하게 굴던 자들을 침묵시킨다.

1990년대 필리핀이 처한 현실을 한 여성의 삶에 투영한 영화 ‘떠나간 여인’은 시대상을 묵상하고 사유하며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했다.

라브 디아즈 감독은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당시 “이 영화를 필리핀 사람들, 필리핀 사람들의 투쟁, 인간성을 위한 투쟁에 헌정하고 싶다”는 말로 자국민을 향한 애정과 연민을 표했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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