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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한국공포영화의 新르네상스를 고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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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희주 기자) 한국 공포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혹은 후반까지. 이 시절을 바로 한국 공포영화의 호황기라 불렀다.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여고괴담1’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그 전성기의 첫 타자는 바로 ‘여고괴담1’(1998년). 학원공포물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5편까지 나온 ‘여고괴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10년 동안 그 학급에 머물러 떠돌고 있다는 섬뜩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학교 괴담만을 다룬 것이 아닌 학교 내 왕따, 입시 위주 교육 체제에서 오는 문제점 등을 다뤄 더욱 화제가 됐다.

어쩌면 당시 관객들에게 왕따, 혹은 교내 부조리한 문제들이 일명 ‘귀신’이라 불리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웠을지도.

개봉 당시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이 영화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틸컷/ 브에나비스타코리아
‘폰’ 스틸컷/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다음 작품은 영화 ‘폰’(2002). 당시 약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해외에도 수출되는 등 많은 인기를 누린 공포물이다.

영화는 발신자 확인 불가의 번호가 뜨는 미스터리한 핸드폰으로부터 시작되는 의문의 사건과 죽음을 담은 작품. 

풍부한 음향의 효과로 더욱 배가된 공포를 담은 이 작품은 일상 속 주변에 흔히 있는 핸드폰을 소재로 해 더욱 공포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또 극 중 악령에 빙의된 아역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하지원은 영화 데뷔작인 ‘가위’에 이어 이 영화로 한국 대표 호러퀸에 등극하기도.

작품의 연출을 맡았던 안병기 감독은 전작인 ‘가위’(2000)에 이어 이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또 다른 공포물인 ‘분신사바’(2004)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형 공포영화의 열풍을 만들어냈다.

스틸컷/ 청어람
‘장화, 홍련’ 스틸컷/ 청어람

그리고, ‘장화, 홍련’(2003). (스포일러 주의)

한국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김지운 감독이 각본, 감독한 작품이다.

‘장화, 홍련’은 특유의 영상미로 미장센의 영화라 불린다. 또 한국형 공포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기도.

영화는 인적이 드문 한 시골집의 두 자매(임수정, 문근영)와 아버지(김갑수), 그리고 새엄마(염정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갑수와 염정아의 불륜으로 임수정, 문근영 자매의 친엄마가 자살한다. 이를 목격한 문근영이 엄마를 구하려다 옷장에 깔리게 되고 때마침 이를 본 염정아는 자신도 모르게 문근영을 모른체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그를 구하고자 발길을 돌리지만, 이때 마주친 임수정에게 모욕 아닌 모욕을 당하고 임수정에게 말한다.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하지만 임수정은 이를 무시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특히 이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이병우 음악감독의 OST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영화의 감성을 더욱 배가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또 엔딩신이기도 한 이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기도.

결론적으로 동생의 죽음에 큰 죄책감과 충격을 받은 임수정은 새엄마의 자아를 가지게 되며 또 문근영의 허상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속에 원혼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원한이 있는 귀신(친엄마 혹은 문근영)의 공포를 중점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장화, 홍련’은 사람의 죄의식에서 만들어지는 공포를 그린 영화다. 

스틸컷/ 청어람
‘장화, 홍련’ 스틸컷/ 청어람

극 중 염정아(임수정의 또 다른 자아)는 이렇게 말한다.

“너,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뭔가 잊고 싶은 게 있는데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게 있는데. 도저히 잊지도 못하고 지워지지도 않는 거 있지. 근데 그게 평생 붙어 다녀. 유령처럼”

아마도 관객들을 가장 공포스럽게 만든 건, 음침한 집 분위기나 반전에서 오는 놀라움이 아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죄의식’ 혹은 ‘죄책감’이 주는 공포였을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사람의 ‘죄의식’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서울 정도로 슬픈 영화다.

‘장화, 홍련’은 개봉 당시 약 31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까지도 한국 공포영화 최다 관객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으며 2009년에는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로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알포인트’ 스틸컷/ 시네마서비스

그 이듬해 ‘알포인트’(2004)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 공포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공포물 ‘알포인트’는 독특한 소재, 또 실제로 존재하던 지역을 배경으로 해 더욱 그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이 작품은 월남전 당시 다수의 병사가 실종된 ‘로미오 포인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당시 이 작품이 실화라는 루머가 돌 정도로 영화는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또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인 귀신, 학원물이 아닌 밀리터리 미스터리 소재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영화 ‘기담’ 스틸컷/ 스튜디오2.0
영화 ‘기담’ 스틸컷/ 스튜디오2.0

이후 ‘분홍신’(2005), ‘아랑’(2006), ‘검은 집’(2007), ‘기담’(2007),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 등 매 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관객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0년대 후반 이후 그 흥행세가 꺾이며 ‘여름엔 한국공포영화’라는 공식 또한 퇴색되어 갔다.

이처럼 한국 공포영화는 짧지 않은 시간, 관객들 곁에 부재해 왔다.

스틸컷/ (주)쇼박스
‘곤지암’ 스틸컷/ (주)쇼박스

하지만 최근 ‘곤지암’(2018)이 오랜만에 한국 공포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곤지암’은 국내에서 흔히 만들어지지 않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공포물로 제목 그대로 ‘장소로부터 오는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기담’의 정범식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에 대한 각종 도시 전설을 차용해 만든 공포물.  

‘곤지암’은 현재까지 약 27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틸컷/ (주)그노스
‘속닥속닥’ 스틸컷/ (주)그노스

아쉽게도 올여름 개봉하는 국내 공포영화는 ‘속닥속닥’뿐이다. 영화 ‘속닥속닥’은 수능을 끝낸 6명의 고등학생이 섬뜩한 소문이 떠도는 귀신의 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죽음의 소리를 듣게 되며 벌어지는 극한의 공포를 다룬 작품.

이 작품은 특히 10년 만에 돌아온 학원공포물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2018년 봄, 흥행을 일으킨 ‘곤지암’에 이어 ‘속닥속닥’ 또한 이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더 많은 한국 공포영화가 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기를. 

다시 한번 한국 공포영화의 르네상스가 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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