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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安 3차 공판서 “의혹 후 안희정 부인 민주원씨가 김지은 사생활 취합해 달라 부탁했다” 증언…安 위력 행사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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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한 언론사의 '미투'(Me too) 관련 후속 보도 내용을 미리 입수하고 해당 언론사 간부에게 연락해 관련 보도를 막으려고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구모(29)씨는 9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추행 혐의 3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게 된 것도 (안희정 전 지사 측의) 진실 은폐가 심각하다고 판단해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안희정 전 지사 경선캠프에서 선행업무(안희정 전 지사가 특정 장소에 도착하기 전 미리 가 동선 등을 체크하는 업무) 등을 했던 자원봉사자로 피해자 김지은(33)씨 동료 중 한 명이다.

구 씨는 "안희정 전 지사가 (김지은 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규명하는 내용의 보도를 했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안희정 전 지사가 해당 보도가 나갈 것을 미리 알고 언론사 유력 인사에게 전화해 기사를 막아주면 민주원(안희정 전 지사 아내)씨 인터뷰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구 씨는 그러면서 "실제로 언론사 간부가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기자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기사가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주원씨는 안희정 전 지사의 아내다. 구 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안희정 전 지사 측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게 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도 했다.

구씨는 또 안 전 지사의 성폭행·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안희정 전 지사의 아들과 부인이 김지은 씨의 사생활을 수집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 3월5일 김씨가 JTBC뉴스룸 인터뷰에서 피해를 폭로한 직후 안희정 전 지사의 아들과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민주원 여사는 '김지은 원래부터 이상했어' '김지은의 평소 행실과 연애사를 취합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5분께부터 오전 11시45분까지 약 1시간40분 동안 이어진 구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안희정 전 지사의 경선 캠프와 충남도청 정무팀이 얼마나 수직적인 분위기의 조직이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번 사건이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 씨 사이에 '위력'(威力)이 있었는지 ▲안희정 전 지사가 김지은 씨를 성폭행·추행하기 위해 위력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고려한 질문이 이어진 것이다.

구 씨는 "나 또한 술자리에서 경선 캠프 당시 팀장급 선배에게 뺨을 맞거나 머리를 맞은 적이 있다"며 "안희정 전 지사 조직이 매우 수직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또 "술자리나 노래방 등에서 성추행이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당시만 해도 안희정 전 지사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진 이미지였고, 대화를 할 줄 알고 특히 젠더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오직 안희정 전 지사만 보고 일하자는 마음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당시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수행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수행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경선 캠프에서 일하던 당시 김지은 씨와 일주일에 서너차례 전화 통화를 하던 사이였다는 구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지은 씨가 정서적으로 심각하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11월은 김지은 씨에 대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이 진행 중이던 시기다.

구 씨는 "당시 피해자 김지은 씨가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난다'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며 "이후 피해자는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다시 가입한 뒤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고도 했다"고 증언했다.

구 씨는 검찰 측 신문에서 "주요 의사결정은 팀장급들이 논의해 하달했고, 아이디어를 내도 잘 채택되지 않았고, 의원 보좌관들이 캠프에 합류하면서 밀려났다"며 캠프의 위계질서가 엄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캠프 자원봉사자로서 불만을 말했다가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고,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충남도청 정무팀으로 다수 옮겨간 만큼 정무팀도 캠프처럼 수직적인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해서는 "우리의 희망이었다"며 "조직 내 왕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지은 씨와 자주 연락하며 가깝게 지냈는데 김지은 씨가 안희정 전 지사와 러시아·스위스로 출장 갔을 무렵 연락해 힘들다는 얘기를 했고, 지난해 11월께부터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해 보일 만큼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안희정 전 지사가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 중 김지은 씨를 간음했다는 혐의도 들어 있다.

이에 안희정 전 지사 측은 반대 신문에서 "김지은 씨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에는 러시아·스위스 출장 중 구 씨와 통화한 내용이 없다"며 정확히 어떻게 연락한 것인지 물었고, 구 씨는 "통화, 메신저, 직접 만나서 하는 대화 등 어떤 형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증인에게 "김지은 씨가 전화로든 메신저로든 '러시아 혹은 스위스에 있다'고 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구 씨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캠프 분위기와 관련해서는 구 씨가 냈던 아이디어가 처음엔 채택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추진된 점을 들어 "개인적인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씨는 지난 3월 5일 김지은 씨의 최초 폭로 직후 캠프 동료들과 함께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명의로 캠프 내 다른 성폭력 의혹 등을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3월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 안희정 전 지사의 큰아들로부터 '그 누나(김지은) 정보를 취합해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며 "큰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안희정 전 지사 아내) 민주원 여사가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민 여사는 '안희정이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 이상해서 내가 (지난해) 12월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꾸자고 했다. 김지은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안희정 전 지사는 증인석 대신 재판부 쪽으로 몸을 돌린 채 신문 내용을 들었다.

한편 안희정 전 지사는 김지은 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4월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7월~올해 2월 해외 출장을 수행한 김지은 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지은 씨를 추행한 혐의 등이 있다.  

안희정 전 지사에게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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