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노을 기자)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약 7시간20분에 걸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오전 11시부터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조 회장은 오후 2시50분께부터 30분 동안 한 차례 쉬는 시간을 가졌다.
심문을 마치고 오후 6시23분께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은 ‘어떻게 소명했는지’, ‘심경이 어떤지’, ‘차명 약국 운영을 인정하는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회장은 취재진 앞에선 입을 굳게 닫았지만 장시간에 걸친 영장심사에서는 검찰의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7시간30분에 걸쳐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바 있다.
조 회장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26분께 양천구 남부지법 청사에 푸른색 와이셔츠에 검정 재킷 차림으로 등장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한 조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조 회장은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자녀를 위해 정석기업 주식을 비싸게 사라고 지시했는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하대학교 역대 총학생회 간부들의 모임인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협의회’ 회원 2명이 ‘조양호를 구속하라’ ‘조양호는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조 회장의 출석 장면을 지켜봤다.
조 회장 구속 여부는 이날 밤에서 이튿날 새벽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지난 2일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 등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당 10만원 정도로 취득했다가 25만원에 되팔아 약 40억여원의 이득을 본 과정에서 이를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 조 회장이 과거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받을 당시 약 10억원대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처리한 혐의(횡령)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 일가의 횡령과 배임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해외 예금 계좌 내 50억원 이상의 상속 지분을 신고하지 않은 의혹(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아울러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의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약 20년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보험료 1000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돼 조 회장에게 특경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