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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찰 “안희정은 덫 놓고 먹이 기다린 사냥꾼”…안희정 측 “김지은 씨와 애정 감정 하에 벌어진 성관계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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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지사 측이 2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변호인은 "행동(성관계 및 신체를 만진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행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위력의 존재와 행사가 없었고, 설령 위력이 있었다고 해도 성관계와 인과관계가 없으며, 범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 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주장한 '애정 감정 하에 벌어진 관계'라는 주장을 다시 한번 반복한 것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이날 지난 4월5일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88일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재판부가 신원과 직업 등을 확인할 때 외에는 눈을 감은 채 특별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안희정 전 지사 변호인은 "형법에서 정의하는 위력이란 물리적·정신적 측면에서 힘의 행사가 있어야 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압하기에 충분해야 한다"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될 만큼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위력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정치인 밑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 직원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안희정 전 지사 측은 피해자 김지은(33)씨가 '주체적인 여성'임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김지은 씨를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여성"이라며 "공무원 지위를 버리고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무보수 자원봉사 자리로 옮겨온 주체적이고 결단력 좋은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검찰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된 피고인의 막강한 지위와 권력,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했다"며 "극도로 비대칭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악용했다"고 했다. 또 안희정 전 지사가 출장지 등에서 김지은 씨에게 담배·맥주 등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다줄 것을 지시한 뒤 저지른 성폭력에 대해서는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과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희정 전 지사 측이 이번 사건을 '서로 간 호감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며, 권력형 성범죄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르시시즘적 태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수행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이날 재판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11시45분께 휴정, 점심 시간 이후 오후 2시에 속개됐다. 오후 공판은 검찰이 260호에 달하는 증거를 일일이 제시하고 구두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의 증거는 김지은 씨가 비서실로 들어가면서 인계받은 비서 매뉴얼 등 대체로 김지은 씨와 안희정 전 지사의 '수직적 권력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보이는 것들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안희정 전 지사 측은 "두 사람의 관계와 성폭력 사이에 인과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검찰 측은 "그 부분은 피해자 신문 과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맞섰다.

오후에 속개된 공판에서는 김지은 씨가 지난해 7월 안희정 전 지사의 운전비서인 정모씨에게 성추행당한 내용이 관한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 측은 "김지은 씨가 정씨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당해 비서실장 등에게 관련 내용을 하소연하기도 했는데,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조직 분위기로 미루어볼 때, 김지은 씨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성폭려을 당했다는 건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전 지사 측은 "김지은 씨가 정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볼 때 안희정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피해자인 김지은 씨는 방청석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날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검정 자켓을 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김지은 씨는 좌측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아 메모를 하는 등 재판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재판을 비켜보던 김지은 씨는 오전 공판 중 검찰이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구체적인 공소 사실을 읽어나가자 잠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안희정 전 지사 또한 안경을 벗고 눈을 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지은 씨는 공판이 끝나자 주변 지인들에게 둘렇싸여 취재진을 피해 법원 지하입구를 통해 조용히 귀가했다. 

또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2일 "모든 쟁점을 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방침이고 저도 그 방침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지사는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후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면서 취재진으로부터 '정황이 (본인에게) 굉장히 유리하다고 본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별다른 이의제기를 안 했는데 이유가 있느냐'란 취재진 질문에도 "좀 전에 말씀드린 취지로 다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김지은 비서가 일한 지 약 한 달 만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어떻게 이성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느냐'란 물음에는 즉답을 피한 채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관계란 부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느냐'란 말에 아무 답변도 내놓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차 공판은 오후 3시40분께 종료됐다.향후 공판은 이달 6·9·11·13·16일에 계속 열릴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비서 김지은(33)씨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해 전 재판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청 타당성이 있지만, 재판 규정과 함께 유사한 다른 사건 진행 과정을 확인했을 때 공판 전체 비공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6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은 김지은 씨에 대한 증인심문이 있을 예정이며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편 안희정 전 지사는 비서 김지은(33)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지난 4월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안희정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해외 출장을 수행한 김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이 있다. 

안희정 전 지사에게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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