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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스토리’ 김해숙, 시나리오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그분들만을 위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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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신아람 기자) “오로지 그분들만을 위해 연기했다”

1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허스토리’에서 원고단 배정길을 연기한 김해숙을 만났다.

영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데뷔 44년 차 배우조차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허스토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실제 아픔을 그렸기 때문이다.

김해숙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고통스러웠고 촬영을 마친 후에도 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오랜 시간 힘들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극중 김해숙이 연기한 배정길은 자신의 고통을 직접 말하지 않고 가슴에 묻고 말이 없는 인물이다.

감정을 대사가 아닌 표정과 마음으로 대신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컸을 터. 

“차라리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없이 표정으로 모든 것이 담겨있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대사가 없다는 것은 그 역할(배정길)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해 인간 김해숙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회가 거듭할수록 그 인물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이 어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마음이 돼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작품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음을 밝혔다.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는 김해숙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분들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삶을 그린 것이 가장 좋았다. 아픈 과거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아픔을 딛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한 번도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 재판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 할머니들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부심을 갖고 일본에 당당히 맞선 뜨거운 용기를 영화를 통해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허스토리’는 한 번도 전해지지 않았던 재판 이야기를 전함과 동시에 과거가 아닌 현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점에서 기존 위안부 영화와 차별성을 더했다.

그래서일까. 김해숙은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끝난 지금도 가끔 눈물이 날 정도로 극중 캐릭터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김해숙은 “거의 다 돌아가시고 생존해계신 분이 얼마 안 남았다. 하늘에 계신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 이야기를 배우로서 대신해주고 싶었다. 위안이라는 말도 표현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그분들만을 위해서 연기했다”며 아직도 배정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김해숙/ 서울, 최시율 기자

그동안 김해숙은 수많은 작품에 도전해왔지만 ‘허스토리’는 그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겸손하게 해준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나이에 상관없이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더라. 세상을 조금 넓게 보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나보다는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일을 보고 경험해보니 그래도 내 자신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누면서 산다는 말이 간단하면서 어려운말인 것 같다”며 사람으로서 강해진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오만했었는지 이 작품을 통해 배돌아보고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넓게 나누면서 살아야겠다고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남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마음으로 완성된 ‘허스토리’는 베테랑 배우들이 보여줄 빛나는 열연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단순 실화를 그린 영화가 아닌 현재까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한 인간의 씻고 싶은 기억, 앞으로도 싸워나가야 할 이야기를 담은 영화 ‘허스토리’는 6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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