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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 ‘구관이 명관’ 소리 나오게 만드는 명품 역할분배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6.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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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일종의 편견이긴 하지만 확실히 6, 7세대 극장판들보단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가 더 나았다.
 
지난 6월 6일 포켓몬스터DP극장판 ‘극장판 포켓몬스터DP –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가 개봉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DP –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는 전설과 환상의 포켓몬이 벌이는 대결로 위기에 처한 아라모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지우와 친구들이 총출동한 대전투를 그린 극장판 포켓몬스터다. 포켓몬스터DP가 본가 시리즈 중 4세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화도 4세대 극장판이라고 분류된다. 현재 포켓몬스터 본가 게임은 7세대까지 만들어졌다.(썬문-울트라썬문)

(주)포켓몬코리아
(주)포켓몬코리아

 
해당 영화의 주역은 DP시리즈 메인 전설의 포켓몬인 디아루가와 펄기아, 그리고 DP시리즈 환상의 포켓몬 중 하나인 다크라이다. 전설 대 환상이라는 캐치프라이즈에서 전설은 앞선 두 마리를 의미하고 환상은 이 다크라이를 의미한다.
 
이번 작품에서 지우와 피카츄, 빛나, 웅 등 모든 캐릭터와 포켓몬은 시공을 뒤흔드는 격렬한 싸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리고 디아루가-펄기아의 싸움에 마을의 소멸 위기가 찾아오자 마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 무엇보다 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며, 그중에서도 작중 인물들의 역할분배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만화 ‘영화’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 역할 측면에서 죽은 인물과 포켓몬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비중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디아루가와 펄기아의 충돌이라는 상황 앞에서 주연들과 조연들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포켓몬 영화의 ‘카메라’는 충실히 담아낸다.

(주)포켓몬코리아
(주)포켓몬코리아

 
캐릭터 역할분배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이 미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한 게임시리즈를 대표하는 전설의 포켓몬 두 마리+뮤, 세레비처럼 인게임에선 절대 구할 수 없는 환상의 포켓몬이 메인인 상태에선 사실 주인공의 비중도 위태위태해질 수 있다. 애니메이션도 상품이기 때문에 세일즈한 관점에서 만들어지기 마련.
 
이에 주요 판매 대상이 아닌 캐릭터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극장판의 주요 판매 대상은 누가 뭐래도 디아루가, 펄기아, 다크라이(제목에도 이 세 포켓몬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피카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포켓몬들은 비중이 공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주)포켓몬코리아
(주)포켓몬코리아

 
하지만 이 극장판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극장판의 인간 측 주연 캐릭터인 앨리스에게 어필하는 알베르트 남작과 그의 파트너 내룸벨트조차도 나름대로 마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굳이 따지자면 활약은 내룸벨트가 하고 남작은 개그를 담당한다)
 
영화 초반에 지우 일행과 대결하는 포켓몬 트레이너들도 끝까지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마을의 존속을 위해 힘쓰며, 피카츄가 아닌 주인공 측 포켓몬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들의 역할은 작을지언정 무의미하지 않고 영화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데 ‘제대로’ 기여한다.

포켓몬
편차는 존재하지만 포토에 나오는 포켓몬들 모두 각자 뭔가 하나 이상은 기여한다 / (주)포켓몬코리아

 
이게 가능했던 것은 위기를 적절하게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는 A라는 결과가 한 번에 도출되지 않도록 한다. 빨리 해결될 위기라 할지라도 ‘생길 법한’ 위기를 영화의 각 씬에 반드시 안배하며,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연과 조연이 제대로 투입된다. 주인공 일행이긴 하지만 소위 ‘간판’은 아닌 포켓몬 아닌 찌르버드, 팽도리, 브이젤, 꼬지모에게조차도 그 나름의 롤이 부여 되며 이들이 제대로 협력했기에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주)포켓몬코리아

 
특히 마지막 25분 즈음부터 이러한 역할 안배가 빛을 발하는데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아마 이해할 것이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디아루가와 펄기아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싸운 것인지 ‘납득할만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DP시리즈 본가 게임에서도 두 포켓몬이 싸운다는 설정이 없기 때문에 영화만 보고 둘이 갈등하는 이유를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악몽포켓몬인 다크라이도 말을 할 줄 아는데 시간과 공간의 신이 말을 못해서 대화로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는 것 역시 넌센스.

굉장히 강한 고래 싸움에 아주 강한 새우의 등이 터지는 모습 / (주)포켓몬코리아

 
그리고 최강의 배틀이 펼쳐진다는 것이 셀링 포인트인데 주인공 지우가 딱히 그 배틀의 주역이 되진 않는다.(물론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호쾌한 액션, 아름다운 OST, 준수한 플롯과 역할분배에 비하면 작은 흠집 정도 수준이다.
 
이게 작은 흠집 정도 수준이라는 것은 포켓몬스터 XY 극장판 ‘파괴의 포켓몬과 디안시’(이하 디안시 극장판), ‘후파 – 광륜의 초마신’(이하 후파 극장판) 등을 보면 더 크게 와 닿는다.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가 국내에서 이번에 개봉하긴 했지만 실제로 디안시 극장판과 후파 극장판이 이번 영화보다 나중에 나온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들은 이번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 극장판보다 늦게 만들어졌음에도 만듦새 면에서 크게 좋지 않았다.

(주)포켓몬코리아
지우 반대편에 있는 메가앱솔은
스토리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주)포켓몬코리아

 
디안시 극장판 같은 경우에는 무려 메인 포스터에도 나오는 메가 앱솔이 그냥 1회용으로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온 뒤 영원히 나오지 않으며, 주인공 디안시는 성장을 하긴 하나 사건과 갈등을 해결하는 ‘결정적 주체’가 되진 못했다. 악역 포지션이자 최종보스인 것처럼 보이는 이벨타르의 경우에는 파괴의 포켓몬인 것은 맞지만 그도 주체적으로 일을 꾸민 존재라 보긴 애매하다. 연애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에 비해 러브라인도 다소 뜬금없다.

(주)포켓몬코리아
전설의 포켓몬이 저렇게 많이 나오는데
제대로 된 전용기 사용 한번 보기 힘든 영화 /
(주)포켓몬코리아

 
한편, 후파 극장판은 사실상 전설의 포켓몬 올스타전이라고 하는 ‘필승카드’를 꺼냈음에도 이를 제대로 엮어내지 못했다. 이 극장판에는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의 주역인 디아루가와 펄기아 뿐만 아니라 기라티나, 레쿠쟈, 그란돈, 큐레무, 라티아스, 라티오스, 루기아, 그란돈, 가이오가 등 내로라하는 슈퍼스타 포켓몬들이 출연했다. 심지어 최강의 포켓몬이자 포켓몬 세계 창조신인 아르세우스도 나온다.
 
근래 마블과 DC에서 만드는 중인 슈퍼 히어로 집합 영화에 해당하는 극장판인 셈. 하지만 이 영화는 ‘어벤져스’가 되지 못하고 ‘저스티스리그’가 돼 버렸다.
 
메가진화가 가능한 전설의 포켓몬들이 메가진화한 것을 제외하곤 각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위엄과 특성을 뭐 하나 제대로 표현 못한 작품. 하늘과 땅과 바다와 시간과 공간과 반전세계의 신들이 영화 내내 ‘빔 쏘는 기계’가 된다. 심지어 인기 있는 전설의 포켓몬 중 하나인 루기아는 초반 전투에만 잠깐 등장하고 이후에는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포스터 오른쪽 메가진화 포켓몬 중
유대감으로 진화한 포켓몬은 아무도 없다 /
(주)포켓몬코리아

 
마지막 XY극장판인 ‘볼케니온: 기계왕국의 비밀’의 경우엔 스토리라인이 비교적 준수했지만 환상의 포켓몬 두 마리가 모두 6세대 최대의 세일즈 포인트인 메가진화를 못하다보니(심지어 주인공 지우의 포켓몬 중에도 메가진화 할 줄 아는 포켓몬이 없다) ‘메가진화는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유대를 토대로 일어난다’는 기초적인 전제를 깨버렸다.

 
악당캐릭터가 일종의 장치로 유대감이 전혀 없는 포켓몬 다수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메가진화시키는데, 이는 메가진화 포켓몬을 가지고 있는 본가 게임 악당캐릭터들과도 완전히 다른 케이스다.(메가진화를 할 줄 아는 포켓몬 내 다른 악당캐릭터들은 최소한 가지고 있는 포켓몬과는 충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XY 최종보스인 플라드리와 그의 메가 갸라도스가 그 예)
 
6세대 극장판 시리즈가 마무리된 이후 지난해 개봉한 리메이크 극장판 ‘피카츄 너로 정했다’ 역시 마찬가지. 이 영화도 게임 내 설정, 영화에 필요한 연출과 스토리, 세일즈 포인트를 적절히 잘 조화시키지 못해 비판 받았다.

(주)포켓몬코리아
(주)포켓몬코리아

 
1세대 리메이크로서 지우와 피카츄의 우정을 집중 조명해야 했던 극장판. 하지만 1세대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포켓몬들이 다수 출연하고 웅이, 이슬이와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 대신 다른 캐릭터들이 조연으로서 자리했다. 이에 이들의 스토리에 대해 새롭게 설명할 필요도 있어 그 필요만큼 지우와 피카츄의 이야기가 줄어들었다.

분류상으로는 7세대 극장판인 만큼 7세대 환상의 포켓몬인 마샤도도 이 스토리에 녹여내야 해서 이야기는 그만큼 더 이상해졌다.
 
또 7세대 최고의 세일즈 포인트인 Z기술의 경우에는 지우가 관동 지방에서 트레이너 막 시작할 때 이 기술을 쓸 줄 안다는 게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오지도 못했다.(Z기술은 알로라 지방의 기술이다)
 
심지어 환상의 포켓몬 마샤도와 주인공 포켓몬인 피카츄는 전용 Z기술도 있는데 Z기술 비슷한 액션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우 모자 쓴 피카츄는 ‘천만볼트’라는 특별한 Z기술을 쓰는데, 영화에서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와 같은 후발 세대 극장판들과 달리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는 시간과 공간의 신인 디아루가와 펄기아의 힘이 위기와 갈등의 주축이 된다.

(주)포켓몬코리아
헤드락까지 걸면서 싸우는 시간과 공간의 신 / (주)포켓몬코리아

 
다크라이의 특성인 나이트메어와 간판기술인 다크홀도 십분 활용하며 4세대 스타팅 포켓몬(토대부기), 4세대에 새롭게 진화를 얻은 포켓몬(내룸벨트, 돈크로우), 4세대 대표 전기쥐(파치리스) 등에게도 각자 나름의 역할을 분배해준다.
 
주인공의 역할을 넘어서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리에서 나름 인상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과 포켓몬들의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도.
 
특히 다크라이의 캐릭터 표현과 연출에는 꽤나 공을 들여 보는 사람에 따라선 놀란 감독이 만든 배트맨 영화인 ‘다크나이트’가 떠오를 수도 있다. 다만 ‘다크나이트’가 08년 작이고 이 영화는 07년 작이니 포켓몬 쪽에서 따라한 것은 아니다.

(주)포켓몬코리아
(주)포켓몬코리아

 
올해에는 21기 극장판인 ‘모두의 이야기’가 개봉될 예정이다. 이에 이번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 영화가 끝난 뒤에 ‘모두의 이야기’ 예고편도 함께 공개됐다.
 
새로운 포켓몬 극장판들은 소위 말하는 ‘명작’ 반열의 영화가 되진 못하더라도 포켓몬 마니아들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는 담아낸 영화들이길 기대한다.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 정도 퀄리티만 뽑아내도 마니아들은 좋게 봐줄 것이다.

 
#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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