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장영권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통해 보수단체에 수십억원대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위법한 줄 몰랐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7차 공판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이같이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은 "보수단체 사람들과 식사한 적은 있다"라며 "하지만 정무수석이나 비서관이 전에도 전경련이 시민단체를 도운 일이 있다고 해서 그게 범죄가 되는 줄 몰랐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나도 아는 사람인데, 협박해서 돈 받아내라 한 적 없다. 정무수석실 비서관들도 협박했을 리 없다"라며 "그럼에도 재판받게 돼 죄송하다. 적절히 심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기춘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전경련에 일부 협조 요청을 하고 지원한 건 인정한다"라며 "하지만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하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보수단체 지원이) 박근혜 정부 국정 기조였고,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어도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면 블랙리스트 혐의와 하나의 사건으로 판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경련 자금 지원에 큰 문제의식이 없었다. 정무수석 재임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묻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수천만원대 특활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순수한 격려금이었다"라며 "정치적 스승으로 알고 지낸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격려금으로 받은 것일 뿐, 청탁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준우(65)·현기환(59) 전 정무수석 측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기춘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전경련에게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윤선 전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이외에도 2014년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김기춘 전 실장 등은 이들 단체에 당시 여당을 지지거나 야당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앞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지난 1월 2심에서 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김기춘 전 실장 등의 상고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