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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닝’ 이창동 감독, “이 세상은 하루키의 세계처럼 되어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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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안윤지 기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포크너의 ‘반 버닝’의 이야기도 있다. 그는 “하루키 세상 속 포크너의 이야기”라고 정의 내렸다.

25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톱스타뉴스는 8년 만에 돌아온 거장 이창동 감독을 만났다.

최근 이름 앞에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창동 감독. 그는 “(단어 자체에) 남루한 경향이 있다. 그냥 호칭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유아인과 스티븐 연이 ‘버닝’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온라인이 들썩였다. 무언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와 화려한 배우의 느낌을 가진 유아인, 스티븐 연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인의 경우 화려한 스타 이미지가 매우 강했다. 그런 그를 왜 선택했을까. 

유아인-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유아인-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오히려 그래서 선택했다. (유아인 씨는) 뭘 되게 표현하고 강렬한 역할을 많이 했다. 반대로 종수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역할이다. 그래서 같이 해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 그는 스티븐 연에 대해서 “원래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려다가 영화 자체가 연기가 되었다. 이때 시나리오를 쓴 오정미 작가가 스티븐 연을 추천했다. 만나보니 괜찮은 사람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스티븐 연은 자신에게 ‘존재론적 위기’를 이야기 했다고.

“벤 역할에는 일종의 공허함같은 것이 있다. 스티븐 연은 이 감정을 말로 하기 전에 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포크너의 ‘반 버닝’ 이야기도 꽤 많이 나온다. 

이창동 감독은 “포크너와 하루키의 대립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겐 흥미있는 지점이다. 나도 작가 출신이고 문학 또는 서사를 평생 생각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며 좀 더 설명을 이어갔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에 살고 있는 포크너의 이야기다. 이 세상은 하루키의 세계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 속의 포크너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공허함, 덧없음을 말하는 일본의 대표 작가다. 감독의 말을 들으니 영화 속 ‘버닝’의 세계는 충분히 공허했고, 모두 타버린, 혹은 타고 있는 중이었다.

결말도 그랬다. 종수가 마지막에 결국 모든 걸 태운다. 제목과 걸맞게. 과연 영화 속 청춘들에겐 무엇이 남는 것일까.

그는 “그저 벌거벗은 이미지 자체다. 앞으로 무슨 감정을 가지고, 뭘 하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원초적인, 막 태어난 생명체 같은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이런 결말은 관객들을 다소 허무하게 만들기도 했다. 종수는 끊임없이 해미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만큼의 행동은 보여주지 않는다.

이창동 감독의 전 작을 살펴보더라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이런 느낌이 당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영화 때문에 취재도 많이 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종수처럼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누군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자보지 못한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종수 캐릭터도 충분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 사랑은 낭만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계속해서 미스터리함을 말하는 영화. 이창동 감독 개인의 삶 속에도 미스터리가 존재할까.

그는 “(인생의) 해답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들고 공개하면서 미스터리가 깊어졌다. 사실 ‘버닝’이 칸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칸은 벤의 세상 속 화려함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늘 생각했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더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아트하우스

또, ‘버닝’과 함께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데드풀’이 개봉 한 것도 운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장에서 서사로 얘기한다면, ‘버닝’은 마블 영화와 싸우고 있다. 마블은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구한다. 그런데 진짜 슈퍼히어로가 나타나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하필이면 그런 영화가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해 분노를 가진 얘기를 하는 영화랑 맞붙었다. 그러니 처절하게 깨진 것 아니냐”

다소 자조적인 말투였다. 이창동 감독은 “비록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제 난 대중들이 원하는 서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뜻 없는 분노로부터 시작한 ‘버닝’. 영화에서 말하는 키워드마다 각자에겐 다르게 남을 것이다. 현재 영화 ‘버닝’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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