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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닝’ 이창동 감독, 그가 직접 말하는 세 가지의 힌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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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안윤지 기자)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늘 어려웠지만, 이번엔 특별히 더 어려웠다. 이창동 감독 또한,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다고.

25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톱스타뉴스는 이창동 감독을 만났다. 이날 카페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전날(인터뷰 날 기준 24일) 칸에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피곤함이 엿보이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컨디션은 좋은 느낌이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버닝’ 주역 스티븐연-전종서-유아인-이창동 감독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영화 ‘버닝’ 주역 스티븐연-전종서-유아인-이창동 감독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이창동이 8년 만에 선보인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감이 컸으나 최근 관람객들의 평을 보면 ‘버닝’이 꽤 어렵다는 생각을 준다. 그러다보니 현재 스코어가 예상보다 낮은 기록을 기록했다. 영화계에 오래 있던 이창동은 이런 걸 쉽게 예상했음에도 ‘버닝’을 만들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예상했다. 영화를 만들 때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사람이 모니터링을 받는다. 일차적으로 투자자가 (이 영화에 대해) 그린라이트를 켜냐, 안켜냐를 말하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예상했고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고민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내 나름대로 어느 정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흥행이라는 것은 여러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다. 영화는 뜨거운 매체라 어떤 분위기에 받아들여지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영화도 다른 분위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창동은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흥행이란 것을 성공모델로 따지면 분명 성공하겠지만 발전적이지 못하다. 누군가는 저지르고 해내야 하는 일이다. 오늘은 낯설더라도 내일은 아닐 수 있다. 이게 영화 산업이 선순환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그는 자신이 단 한 번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고.

“나는 항상 질문을 했다. 그게 불편할 수 있다. (영화 ‘버닝’은) ‘이 세상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라는 미스터리와 영화 매체 자체에 대한 질문을 준다. 그래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나 질문은 누군가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많은 성공한 영화가 흔적이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불편한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남을 수 있다”

이번 영화 ‘버닝’은 다양한 해석으로 말할 수 있는 장치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가장 큰 장치는 열린 결말일 것이다. 해미는 죽은 것인지, 사라진 것인지. 종수의 행동은 과연 가상인지, 진실인지. 

이창동은 “나름대로 친절한 힌트도 있고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다. 꽤 여러 면에 힌트를 심어놨는데 그 힌트마저 ‘그게 힌트가 맞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만든 코드들이 안 읽히고 있는 게 많다. 이렇게까지 안 읽히나”라고 다소 자조적인 말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이어 그는 ‘버닝’ 속 키워드를 공개했다.

“초반 장면에서 해미의 방 속 비친 무지개. 이게 로맨틱한 코드로만 본다. 하지만 사실 빛일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 일종의 영화 구조 속 수수께끼를 시작하는 장면이다. 누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런) 코드의 시작이다”

온라인에서 한참 논란이 되었던 태극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창동은 “태극기에 대해서 많이 하는데, 굳이 의미보단 영화 속 감정적인 것이다. 요즘 태극기는 정치화, 이데올로기화,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질서,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그런 태극기의 코드보다는 ‘(태극기가) 저렇게 생겼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종수의 집 근처에서 끊임없이 울리던 대남방송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대남방송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있는 그대로다. 종수는 요즘 청춘이긴 하지만 아버지 공간에 남아있다. 종수의 현실은 아버지 세대가 물려준 것이다. 자기 책임이 아닌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애들이 얼마나 싫겠냐.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이창동 감독 / CGV 아트하우스

영화 속 아버지 대사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아버지의 목소리를 굳이 넣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마지막으로 해미가 말하는 우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해미의 가족이 해미보고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고 말하지 않냐. 해미에게도 그저 자신의 서사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서사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게 영화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게(우물 이야기가) 해미가 만든 이야기라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저 해미에게 (감정적으로) 우물이 있던 것 아닌지”

하지만 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창동 감독은 황급히 “결정짓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 정황상이다”라며 ‘정황상’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아마 모두 이 힌트를 본다면, ‘버닝’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돌아온 작품, ‘버닝’.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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