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스타포커스] ‘믹스나인 데뷔 무산’ YG,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여기지 않기를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5.04 02:43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범 기자]

안녕하십니까. ‘믹스나인’ 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입니다.
 
먼저, 그동안 '믹스나인'을 응원해주신 많은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YG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믹스나인’ 탑9의 데뷔 무산 기사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결과에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한없이 죄송스럽고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믹스나인’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 취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수의 꿈이 간절한 원석을 발굴하고, 더불어 이미 데뷔하였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타 기획사의 신인들을 좋은 기회를 통해 그들을 더 알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1년의 음반 제작 경험을 지닌 YG가 처음으로 타 기획사의 연습생들을 만나 그 동안 쌓아온 음악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 글로벌 인프라 등을 총동원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더 넓게는 전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스타 그룹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이 최종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프로그램은 예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탑9인으로 구성된 그룹을 ‘어떻게 성공 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을 구상하였고 총 6곳(YG 포함)의 기획사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믹스나인의 계약기간은 ‘4개월+해외공연’이었습니다.
 
요즘 가요계에서 제아무리 실력이 훌륭한 그룹일지라도 등장과 함께 주목받기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고 제작자 분들이 그 누구보다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하시는 분들이었기에 직접 만나 새로운 계획들에 대해 잘 설명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던 것입니다.
 
양대표의 새로운 계획이란?

3년에 걸쳐 1년의 절반은 각자의 기획사에서 활동하고 나머지 절반은 ‘믹스나인’ 9명이 모여 함께 활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양 대표가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약속된 4개월은 신곡 준비와 뮤직비디오 촬영, 안무 연습을 하기에도 벅차다는 생각과 더불어 단독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5곡 이상의 곡이 있어야 하는데 약속된 4개월 안에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내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1차 제안을 통해 각 회사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6개월이라는 기간은 부담스럽다는 것이 과반수 기획사들의 입장이었습니다.
 
양 대표 역시 그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렴하여 2차 제안에서는 절반 수준인 1년에 3개월 준비 기간 1달에 활동기간 2달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주에 진행된 마지막 단체 회의에서 모든 대표님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총 7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의는 매우 자연스럽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단 한 번의 작은 불편함도 없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다 같이 뜻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믹스나인’을 위해 바쁘신 와중에도 여려 차례 시간을 내주신 대표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결론적으로 YG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간추린 속사정이나마 알려드리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믹스나인’을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YG는 ‘믹스나인’ 탑9 멤버들뿐 아니라 ‘믹스나인’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 여러분들의 미래와 번영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여기까지가 3일 ‘믹스나인’ 제작사로서 내놓은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이다.
 
내용이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양현석 대표가 3년 계약에 1년 당 6개월 or 3개월 ‘믹스나인’ 활동을 제안했다는 얘기다.
 
글쓴이는 기자고 소속사 사장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과연 나라면 3년 계약에 1년 중 반년 혹은 한 분기는 무조건 믹스나인 그룹 활동을 하도록 만드는 제안에 합의를 할까’라는 물음에 실제 소속사 대표처럼 답할 수는 없다.
 
어쨌든 기자는 이런 선택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JTBC 믹스나인​
​JTBC 믹스나인​

 
답은 ‘당연히’ 노다.
 
아이돌과 아이돌 소속사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적지 않다. ‘YG에서 7년 만에 새로 선보인 신인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블랙핑크도 어느새 햇수로 3년이 됐다. 아이돌그룹이 통상 7년 계약을 하기 때문에 소위 ‘마의 7년차’라는 단어가 생긴 것인데, 이 기준에서 보면 계약기간 중 거의 40% 이상을 ‘믹스나인’ 아이돌로 사는 것이다. 활동이야 반년 내지 한분기만 한다고 하지만 아이돌 입장에선 ‘믹스나인’ 활동계획에 맞춰 자기 팀의 일정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3년 동안이나 봐야 한다.
 
각 소속사 일정에 맞춰 ‘믹스나인’ 그룹을 활동시킬 수 없으니 ‘믹스나인’ 그룹 일정에 맞춰 각 아이돌의 본 소속 그룹과 소속사가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무려 3년인 것.
 
공식입장에 기재돼 있는 것처럼 ‘믹스나인’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애초에 흥행실패를 한 상황이니 그런 프로그램의 후속 아이돌그룹 때문에 그만한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신경을 쓰고 싶을 소속사와 아이돌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투표까지 진행됐고,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도 하고 싶었을 테니 기념삼아로라도 데뷔가 진행됐다면 그것으로 족했을 것이다.
 
어쨌든 투표해준 시청자들과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실 원래 공개된 4개월 활동+월드투어 정도가 합의적정선이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3년 계약에 1년 당 6개월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었다가 흥행실패로 인해 4개월+월드투어로 축소된 경우라면 이를 납득 못할 소속사와 팬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오히려 계약기간이 늘어났다.
 
한편, 투어를 위해선 15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다른 아이돌 커버무대+믹스나인 경연곡+데뷔 기념으로 발매한 신곡 몇 곡 정도만 해도 15개는 무리 없이 채울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믹스나인’ 그룹이 9인조 아이돌이니 사실 멤버 한 명씩 개인 무대를 해도 레파토리상 9개는 만든다. 만약 멤버 3명씩 유닛 무대를 구성한다고 하면 여기에 3개가 더 추가 되고 ‘믹스나인’ 주제곡인 ‘저스트 댄스’ 무대까지 합치면 어쨌거나 이것만으로도 두 자릿수는 넘는다. 여기에 ‘믹스나인’ 경연곡과 데뷔앨범 신곡이 추가 되면 어떨까. 데뷔앨범 신곡이 미니앨범 규모인 5~6곡만 되도 충분히 20개 이상의 레파토리를 만들 수 있다. 팬들이 언제 ‘믹스나인’ 방송 이후 제작된 신곡으로만 무대 15개를 채우라고 한 적이 있는가.

양현석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양현석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과연 YG와 양현석 대표는 해당 제안이 소속사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제안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대한민국 3대 기획사이자 ‘21년의 음반 제작 경험’을 한 그곳에서? 그냥 아이돌판에 관심 좀 있는 팬이어도 알 수 있는 것을 바로 그 YG가 몰랐으리라 생각하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똑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아이돌 서바이벌인 동시에 비슷하게 흥행실패한 KBS ‘더유닛’의 경우엔 어쨌거나 착실하게 데뷔가 진행되고 있다. 남자 그룹인 유앤비가 본격적인 데뷔행보를 먼저 선보였고 여자 그룹인 유니티도 5월 17일에 데뷔를 한다. 유니티의 경우에는 데뷔 전에 KBS의 주말 간판 예능인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했다.
 
실패는 같은 실패이지만 KBS의 경우엔 그래도 ‘믿음’은 남겼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실패했어도 본래 약속한 데뷔는 반드시 지킨다는 믿음. 그러니 ‘더유닛 시즌2’가 나온다면 시청자들은 그 믿음을 바탕으로 내가 데뷔시키고픈 아이돌을 선택할 것이다. ‘믹스나인 시즌2’가 나온다면 그런 믿음을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을까.
 
심지어 ‘더유닛’은 남자팀과 여자팀 모두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었고 ‘믹스나인’은 남자팀과 여자팀 중 승자만 데뷔시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더유닛’은 둘 다 데뷔시켰고 ‘믹스나인’은 한 팀도 데뷔시키지 못한 프로그램이 됐다. 이것을 아이돌 팬들이 과연 잊을까.
 
이번 데뷔 무산은 비단 데뷔를 앞두고 있던 ‘믹스나인’ 최종 9명에게만 상처가 된 것이 아니다.

JTBC 믹스나인
JTBC 믹스나인

 
‘믹스나인’이 방송 시작 시점은 작년 10월이다. 이 시기가 어떤 때냐고 하면 바로 가수들의 행사 기간인 가을이다.
 
어느 장르의 아티스트이건 간에 날씨가 선선해지고 시민들의 외출이 많아지는 가을에는 행사로 돈을 번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연습생이었던 참가자들이야 영향이 없겠지만 이미 데뷔한 상태에서 ‘믹스나인’에 출연했던 아이돌들 입장에선 방송에 나가야 해서, 스포일러 방지를 해야 해서 이 행사 기간에 활동 제약이 생겼다.
 
실제로 방송이 진행될 당시 모 소속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났을 때 “방송 때문에 행사기간인데 스케쥴을 못나간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꿈과 희망과 무대를 이야기하는 직업이어도 어쨌든 직업이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어쨌든 아이돌들이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도 있다는 그 하나 때문에 그 중요한 것을 희생한 이들이 존재했던 것.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소속사나,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아이돌들 모두 내가 주인공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상황에 따라 데뷔 자체가 무산될 프로그램이었다고 그 누가 상상했을까. 그런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들이 겪은 아픔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했던 것일까.
 
이번 데뷔 무산으로 인해 탈락자와 탈락자의 소속사는 ‘누군가가 꿈을 이루고 꿈의 모습에 닮아가는 과정의 일부’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최소한 엠넷 ‘프로듀스101’ 탈락자들은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빛나는 데뷔 서사 안에서 아픔을 겪고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상위 11인 만큼은 아니더라도 탈락자들 역시 각자 본인 지분만큼의 관심을 받고 그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됐다. 먼 과거도 아니고 딱 1년 전 ‘프로듀스101 시즌2’ 방송 당시 얼마나 많은 탈락자들이 참가자라는 경력 하나로 많은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었는지 기억하는 독자들은 기억하시리라.
 
‘믹스나인’ 탈락자와 탈락자 소속사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아픔만 남았다. 그것은 과연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아이돌들은 춤, 외모, 끼, 인기 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존감이 떨어질 만한 독설을 듣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꿈의 무대를 약속했다가 이런 식으로 깨버린 YG엔터테인먼트는 어느 정도의 독설을 들어야 할까.
 
이익집단으로서 그들의 결정은 이해한다. 이미 흥행 실패한 프로그램이니 더 자본과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기는 싫었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국 이 판단으로 인해 감당해야할 어떤 미래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자에겐 이미 정해진 결론을 뒤집을 힘도 없고 언변도 없다.
 

다만 못했고 안 한 부분에 있어 있는 그대로 상황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YG이길, 이러한 결과를 정당화하지 않는 YG이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기사의 제목을 위와 같이 정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