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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교수, "맘충·메갈년…혐오표현 개인이 해결할수 없다"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8.03.3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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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맘충, 한남충, 노키즈존, 설명충, 메갈년, 진지충.

하루가 멀다하고 혐오와 관련된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돼버렸다.

'혐오'의 사전적인 의미는 '매우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혐오 표현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최근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를 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아주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싫다는 감정을 드러난 말이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입니다."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교수

홍 교수는 고려대 법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법사회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국제법사회학연구소, 옥스퍼드 사회-법연구소, 런던대 인권컨소시엄 등에서 연구했다.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의 혐오표현 파트 집필에 참여하면서 혐오 표현과 공식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공청회, 토론회, 집회 등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장을 다니면서 피해 당사자들 고통을 알게 됐다.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됩니다. 누군가가 무심코 내뱉은 모욕적인 말에 상처받는 게 사람입니다. 늘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살피고,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16년 국가 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의 연구책임 자를 맡아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혐오표현에 관한 월드론의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를 번역했다.

"혐오표현 연구는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이었습니다. 혐오 표현과 관련된 논문도 썼고,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했는데요. 혐오 표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대중서를 통해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이다.

혐오표현 의미부터 시작해 혐오표현 유형과 규제, 해결방안 등이 담겼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중국 동포 혐오 논란에 휩싸인 영화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등 우리가 최근까지 경험한 다양한 사례가 함께 제시됐다.

사회적 해악성을 갖는 '혐오 표현'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침해한다.

혐오 표현을 강력히 규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그렇다고 혐오표현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다. 법학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지만, 전공자가 아닌 대중을 위한 책이다.

"배경지식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혐오표현 사례 하나하나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 책이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어린이·청소년들도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혼란스럽게 쓰이는 혐오, 혐오표현, 혐오발언 등의 용어를 '혐오표현'으로 정리했다. 그 정의를 '소수자집단에 대한 혐오에 근거해 소수자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사회적 소수자 집단은 성별(여성), 인종(흑인·동남아시아), 성적 지향(성소수자), 지역 출신(전라도), 종교(무슬림), 장애 등으로 구분된다.

홍 교수는 "혐오 표현은 불쾌감만 안기고 끝나지 않는다"며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이 감정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로 드러난 '문제'다. 사회적·법적으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이 문제가 되면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혐오표현에서 의도는 참고사항에 불과합니다."

혐오표현 연구자들은 혐오표현을 "영혼의 살인"(야스코), "말의 폭력"(Matsuda), "따귀를 때린 것"(LawrenceⅢ)에 비유하곤 한다. 책 제목을 '말이 칼이 될 때'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유다.

"보통 말이라고 하는 것은 물리적 폭력에 비해 비교적 강도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아무리 폭력적이어도 실제 해악을 끼치는 것과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도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칼과 같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여태까지 혐오 표현과 관련해 범사회적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사회생활의 조직 안에서 혐오표현이 있어도 각 조직의 장들이 무기력하게 대응해왔어요. 혐오표현을 들은 사람에게 '상처를 안 입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단언하는 경우가 많았죠. 방관하거나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보니 혐오표현이 더욱 만연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역할을 강조했다.

"정치 지도자가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혐오세력이 활개를 칠 수도 있고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는 꼭 직업 정치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학이라면 총장, 회사라면 대표이사 등 한 집단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홍 교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명하게 선을 긋고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혐오세력이 고무된다"며 "혐오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는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도자들이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면 혐오세력은 위축되고, 소수자들은 '아직 희망이 있구나',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해야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는 포괄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 해법으로 주로 법에 의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법적 규제가 사회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는데, 처벌이나 규제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혐오표현 문제를 뿌리부터 인식하고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행동해야 할 정책적, 사회적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적으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피해 당사자들이 혐오표현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적인 해결에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사회 전반적 시스템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의 주변 사람들도 합세해서 혐오표현에 대항할 수 있고, 혐오표현 폭력성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길을 찾는 것은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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