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정희채 기자)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해상에서 짙은 안개로 160여 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됐다.
사고 선박에는 승무원 5명과 승객 158명 등 모두 163명이 타고 있었지만, 민·관의 신속한 구조와 침착한 대처로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5일 오후 3시47분께 흑산도 북동쪽 근해 30m 해상에서 목포로 향하던 쾌속여객선 핑크돌핀호(223t급)가 암초에 걸렸다.
여객선에는 승무원 5명과 승객 158명 등 모두 16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돌핀호에 타고 있던 승객 23명이 경상을 입었다.
승객들은 해경과 인근 지역 어민들에 의해 오후 5시14분께 모두 구조됐다.
구조된 승객들은 돌핀호 선사가 운영 중인 또 다른 여객선(엔젤호)에 옮겨 탄 뒤 같은 날 오후 7시20분께 목포항에 도착했다.
타박상 등 통증을 호소하는 승객 23명은 응급조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돌핀호 승객 황모(61·관광버스 운전)씨는 "갑자기 선수(뱃머리)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선체에 약간 흔들림이 있었다"며 "의자에 앉아있었던 승객들 중 일부의 몸이 앞쪽으로 쏠렸다. 미리 대비 못한 사람이나 잠을 자고 있던 승객들은 머리 등을 앞 의자에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이 흘러나온 뒤 구명조끼 착용법을 아는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구명조끼를 빼 착용했다. 착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승무원과 먼저 착용한 사람들이 함께 착용을 도와줬다. 승객 전원이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방송 7~8분 뒤 해경 구명정 1척이 먼저 도착했다. 정확히 시계를 보지는 않았지만 오후 4시10분쯤 됐던 것 같다"며 "승무원 안내에 따라 이마 등을 부딪히고 충격에 놀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 걸음으로 해경 구명정으로 옮겨 탔다. 구조과정도 질서정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민들의 신속한 구조 활동이 빛을 발했다.
이날 오후 3시53분께 흑산도와 약 4㎞ 가량 떨어진 영산도 연산리 이장 최성광(50) 씨는 목포해경 흑산파출소장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6분 전 163명이 탄 쾌속여객선이 흑산도 해상 암초에 걸렸으니 구조를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최 씨는 곧바로 사무장과 함께 자신의 선박 영산호(5.91t급·도선)를 몰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곳곳에 낀 짙은 안개로 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평소 자주 다니던 항로라 2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파고는 잔잔했지만 흑산도와 종다리(등대) 사이 좁은 해역이라 규모가 큰 어선들은 접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흑산도·대금도에서 비상주파수로 좌초 소식을 듣고 어선(19t급)을 몰고 온 장종근(58) 도목리 이장과 신성호(58) 진리2구 이장이 영산호 주변으로 모였다.
구명조끼를 입고 불안해하던 돌핀호 승객들은 신안군 어민 10여 명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른 여객선으로 옮겨탔다. 구조작업에는 신안군 어민들이 몰고 온 어선 7~8척이 동원됐다.
목포해경과 선박안전기술공단 목포운항관리센터는 돌핀호가 오전 중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출항 통제 중이었다가 출항 40분 전인 2시20분께 통제가 해제되면서 항해에 올랐다고 밝혔다.
보통 해상에서 가시거리가 1㎞ 이상 될 때 여객선 운항이 허가된다는 점으로 볼 때 출항 수 시간 전 가시거리는 1㎞ 이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항해에 나섰다가 흑산도 인근으로 접어들 때 바다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돌핀호 선장도 '안갯 속에서 조그마한 어선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다. 이를 피하려다 좌초했다'고 진술해 짙은 안개가 사고 중요 배경이 될 수 있음을 가늠케 했다.
구조에 나선 어민들은 "먼바다에서 좋았던 시야가 섬에 근접했을 때 바다 기온 차로 낀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확 줄어들면서 사고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목포해경은 선원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