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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2, 주목받을만한 이유가 있던 소녀 ‘2009년 - Growing up’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3.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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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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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기자는 2009년의 아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할 때 ‘순응’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편이다.

2008년 ‘미아’가 실패한 이후 연이어 선보인 활동곡들이 아이돌 컨셉에 가까웠기 때문.

혹자는 ‘아이유 초기 아이돌’ 컨셉 3연타라고 부르는 ‘부’-‘있잖아’-‘마시멜로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물론, 독자들도 알다시피 이 당시 아이유는 절대 ‘순응’만 하고 있진 않았다.

아이유 ‘boo’-‘있잖아’-‘마쉬멜로우’ MV 영상 캡처
아이유 ‘boo’-‘있잖아’-‘마쉬멜로우’ MV 영상 캡처

#순응

현재의 아이유가 아이돌인가, 과거 어느 시점에 아이돌이었고 언제부터 아이돌이 아니게 됐는가는 하는 문제는 거의 논문 하나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후일 아이유가 대중음악사의 위인으로 기록되고, 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나오게 된다면 아마 이것이 첫 번째 난제가 될 것이다.

다만 오로지 2009년도 한 시점만 바라보고 접근한다면 이 시점의 아이유는 틀림없이 아이돌이었다.

여자아이돌들이 흔히 부를 법한 귀여운 멜로디, 사랑에 빠진 소녀라는 화자, 달달한 음색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창법까지. 2008년에 아이유를 프로듀싱한 ‘천재소녀’(‘미아’와 같이 감성 짙은 노래를 부르는 신비한 천재소녀)에 가까웠다고 한다면 2009년 당시는 ‘귀여운 여고생 가수’에 가까웠다고 할 것이다.

아래는 이러한 프로듀싱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사 내용.

“내가 별로라는 외모를 갖고 있는 너라고 많이 안 좋아하는 버릇도 모조리 다 갖추고 있어” 
아이유 ‘boo’ 中

“나를 원하니(Hey) 가지고 싶니 (Hey) 나의 모든 게 전부 네 것이길 바라니 사랑한단 한 마디만 솔직히 말해 봐”
아이유 ‘있잖아’ 中

이상 아이유 1집 ‘Growing Up’의 타이틀곡 및 수록곡(4월 23일 발매)

“넌 특별해 완벽해 비교 분석 해봐도 다른 애들과는 다르지 (달라 달라 Boy)
난 한심해 부족해 너에게서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는 바보지
내가 왜 이럴까 너만 생각하다 라랄라라 랄라 날아 올라”

아이유 1집 ‘IU...IM’ 타이틀곡 ‘마쉬멜로우’ 中(2009년 11월 12일)

“쏟아지는 빗물은 날 한 치 앞도 못 보게 해 몰아치는 바람은 단 한 걸음도 못 가게 해”라고 부르짖던 신비한 천재소녀 컨셉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한 셈이다.

물론 당시의 프로듀싱이라고 매우 성공적이었냐 하면 그건 그렇진 않다. 2010년 ‘잔소리’가 성공하기 전까지 아이유는 최대한으로 잡아도 ‘전도유망한 신인’ 정도였으니.

다만 07년과 08년부터 이어진 후크송 열풍이 이 2009년까지 이어졌고, 본격적으로 투애니원, 에프엑스, 시크릿, 티아라, 레인보우 등 여러 걸그룹들이 쏟아졌으니 이러한 프로듀싱 방향에 나름 당위성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그 때를 돌이켜서 생각하면 “좋은 가수인데 곡빨이 안 따라준다”, “데뷔곡 망해서 어쩔 수 없이 저런 컨셉 하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들도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법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물론 지금도 ‘부’-‘있잖아’-‘마시멜로우’ 3연타 시절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팬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사람들이 좋아했던 정도가 ‘성공’까지 가져다 줄 정도는 아니었던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통상 이런 노래 몇 곡 내고 사라지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아이유는 어린 신인이었음에도 ‘떡잎’이 다른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중에 하나가 초기 아이유의 이미지 중 상당한 지분을 담당한 ‘기타 치는 아이유’ 컨셉. 그리고 이와 같은 점이 좀 의외의(?) 이유로 회자되기 시작한 게 바로 그 전설의 2009년 7월 3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유스케)이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 캡처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 캡처

당시 아이유는 소녀시대 ‘gee’-빅뱅 ‘거짓말’-슈퍼주니어 ‘쏘리 쏘리’ 어쿠스틱 편곡으로 화제성 면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편이었다. 사실 당시 그의 ‘유스케’ 출연은 ‘아이유 가수가 이렇게 어쿠스틱 라이브를 잘한다’는 점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추정하는게 타당하다. 실제로 판이 그렇게 깔리기도 했고.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아이유를 바라보는 유희열의 눈빛’(소위 ‘매의눈’이라 불리는 그것)이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아이유는 신인으로서는 드물게 메들리를 무척 많이 부른 편이었는데 그중 이문세 ‘옛사랑’, 김현식 ‘내사랑내곁에’, 나미 ‘슬픈인연’, 백지영, 주현미 ‘짝사랑’ 등으로 이어지는 ‘세바퀴’ 메들리가 유명했다. 화제가 되자 아이유 측에서 인터넷에 ‘세바퀴 메들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검색해서 보면 알겠지만 메들리+마쉬멜로우 홍보 영상이다)

이에 아이유는 ‘아이돌다운 귀여움’과 ‘아이돌답지 않은 실력’ 이 두 가지 면모를 갖춘 신인으로서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한편, 아이유가 막 활동했을 때 MR제거라는 개념이 처음 생기기 시작했는데(이에 당시 활동하던 가수들이 뭇매를 많이 맞았다. 특히 아이돌), 신인 시절부터 라이브 실력이 상당했던 아이유는 이 MR제거의 수혜자 아닌 수혜자가 됐다.(‘유희열의 스케치북’ 첫 출연 당시 유희열이 이와 같은 점을 언급한다) 사실 MR제거 초기 수혜자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MBC ‘세바퀴’ 방송 캡처
MBC ‘세바퀴’ 방송 캡처

#관심

군생활을 2008년 초부터 2010년 초까지 했던 기자. 이에 원더걸스 ‘텔미’-소녀시대 ‘gee’로 불이 붙은 소위 ‘2세대 걸그룹 시대’ 태동기 당시 음악방송을 거의 빠짐없이 봤다.

하도 보다보니 당시에는 이 직업이 아니었음에도 아이돌들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와 소속사까지 외우게 됐고, 급기야 동기들과 후임들에게 “뭐 그런 것까지 외우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기자가 아이돌이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솔로였고, 유명한 기획사도 아니었던 아이유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소녀가 가진 ‘목소리의 구질’ 때문이었다.

기자는 아이유라는 가수를 이야기할 때 “음색이 독보적인데 그 음색을 잘 컨트롤하기까지 하는 가수”라고 즐겨 표현하곤 한다.

기성 대중가수(아이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중에는 ‘기본기가 탄탄하나 음색이 아쉬운 가수’가 있고, ‘음색은 독보적인데 그 음색에 어울리는 노래만 해야 하는 가수’가 존재한다.

이 두 가지를 둘 다 잡는다는 것이 워낙 어려운 일이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아이유는 데뷔 초부터 이 두 가지를 다 잡고 가는 가수였다.

만화 ‘슬램덩크’에 나온 표현을 빌려 비유하자면 ‘키도 큰데 농구도 잘하는’ 농구선수과였던 것.

단적으로 아이유는 앞서 언급한 어쿠스틱 멜로디만 해도 목소리를 다 다르게 냈다. 그는 ‘거짓말’을 부를 때는 하염없이 슬프게, ‘gee’를 부를 때는 세상 달달하게, ‘쏘리쏘리’ 부를 때는 걸크러쉬를 유발할 정도로 시크하게 불렀다. 그 어릴 때에도 목을 자유자재로, 그리고 ‘매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소녀였던 것.

이러한 면모는 ‘부’-‘있잖아’-‘마쉬멜로우’처럼 캐릭터가 다소 뻔한 노래에서도 유감없이 선보였는데, 당시 기자 입장에선 ‘흔하디 흔한 사랑에 빠진 소녀’를 표현할 때에도 곡에 꽤 밀도 있는 해석을 불어넣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해에 ‘미아‘를 부른 가수가 아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흥미는 일시적인 소비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진다.

곰TV 영상 캡처
곰TV 영상 캡처

#아이돌로서_아이유

현재의 아이유를 무엇으로 보던 간에 ‘여자아이돌들로부터 존경 받는 가수’라는 점 자체는 부인하기 힘든 사실. 소위 메이저라고 불리는 그룹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보컬 포지션을 담당하는 여자아이돌들이 롤모델을 언급할 때 아이유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성공과 보컬실력, 음악적 성취 모두 그들에게 있어선 이상향 같은 존재일 터.

이런 아이유의 2009년을 돌이켜 보면 ‘아이돌로서 캐릭터’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소위 ‘원소카’라 불리는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가 2007년에 데뷔한 이후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그 다음해인 2008년도에 본격적인 걸그룹판이 깔린 것은 아니고, 지금은 레전드로 불리는 09년 데뷔 여자아이돌들이 그야말로 병아리였던 상황.

당시를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3대 기획사가 아닌)기획사와 아이돌 입장에서 캐릭터적인 측면에서 참고할만한 대상은 많지 않았다고 봐야할 듯하다. 2009년 기준으로 원더걸스는 초인기 걸그룹이었지만 특유의 낯가림 때문에 예능 출연이 많았던 편이 아니었고, 당시 소녀시대는 ‘gee’가 대흥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으며(gee가 1월 5일, boo가 4월 23일 나왔다), 카라도 그 전까지 성적이 좋지 못하다가 ‘프리티걸’-‘허니’-‘미스터’로 반전을 꾀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세 팀 모두 누군가의 참고서가 되긴 좀 어려웠다.
 

곰TV 영상 캡처
곰TV 영상 캡처

 
이런 시기에 아이유는 소위 ‘조증유’라 불릴 정도의 가식 없는 웃음과 특유의 털털함으로 당시 삼촌팬(지금은 아재팬)의 관심을 모았다. 노래 잘하고 음색 좋고 귀여운데 호탕하게 잘 웃는 소녀 가수.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소위 음악적 성취나, ‘여성솔로로서 성공할 수 있는 최대치’ 같은 것을 거론하지 않아도 아이유는 꽤 여러 후대 여자아이돌들에게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귀엽고 작고 털털하기까지 한 메인보컬’이라는 흥행보증수표격 캐릭터에 있어 소녀시대 태연과 함께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가수라 부를 수도.
(다음 편에서 다루겠지만 2010년 아이유는 후대 걸그룹 메인보컬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친 노래로 국민여동생이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그 곡)

그리고 바로 이 소녀시대 태연이 진행한 ‘친한친구’에서 아이유는 유애나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 되는 문장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그 문장이 바로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시작을 알리는 나비효과와 같은 문장이었으며 ‘무서운 신인의 성장’을 알리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 3편에서 계속 -

[2009년 아이유 노래 추천곡 10선(활동곡 제외)]

‘바람꽃’ - ‘선덕여왕’ OST
- ‘선덕여왕’을 즐겨봤던 독자 중에서도 이 노래의 가수가 아이유였다는 것을 잘 모를 수도 있다(1)

‘아라로’ - ‘선덕여왕’ OST
- ‘선덕여왕’을 즐겨봤던 독자 중에서도 이 노래의 가수가 아이유였다는 것을 잘 모를 수도 있다(2)

‘그러는 그대는’ - ‘2009외인구단’ OST
- 드라마 자체는 비판점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OST는 훌륭했다.

‘Danny Boy’ - ‘낙원’ OST
-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돼 있지만 그냥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 ‘낙원’ OST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Every Sweet Day’ - ‘1집 Growing Up’ 수록곡
- 어찌 보면 최근 아이유의 감성과 가까운 노래. 잔잔하면서도 달달한 매력이 있는 노래다.

‘미운 오리’ - ‘1집 Growing Up’ 수록곡
- ‘그’ 오리가 아니다. 가난으로 인해 힘들었던 아이유의 어린 시절 가족사를 생각하면서 들을 경우 가볍게 넘기기 힘든 가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가여워’ - ‘1집 Growing Up’ 수록곡
- 데뷔곡 ‘미아’와 감성적으로 접점이 있는 노래. 1집 타이틀곡이 귀여운 댄스곡인 ‘boo’이긴 했지만 당시 아이유가 기존에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졸업하는 날’ - ‘1집 Growing Up’ 수록곡
- 중학교를 졸업하는 소녀 ‘이지은’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중학생이었던 이지은이 벌써 고등학생”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팔레트’-‘이 지금’과 함께 들으면 더욱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 ‘IU...IM’ 수록곡
- 아이유 초기를 대표하는 명곡. 당시 고1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만드는 노래이기도 하다.

[‘러브어택’ - ‘IU...IM’ 수록곡]
- ‘댄스가수 아이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들어봐야 할 명곡.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는 아이유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10부작 특별 기획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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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1, 2008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이름 ‘Lost And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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