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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일부 임직원들 우월적 지위 이용해…하도급업체에 지속적으로 금품 요구

  • 이예지 기자
  • 승인 2018.03.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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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기자] 대림산업 일부 임직원들이 건설 현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에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대림산업은 2017년 기준 건설도급순위 4위를 기록한 대형 건설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청업체로부터 공사수주·편의 등의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대림산업의 김모(62) 전 사장을 포함한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백모(55) 현장소장 등 2명을 구속하는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김 전 사장 등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시공한 각종 토목공사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H건설 박모(73) 대표로부터 추가 수주 및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청탁과 함께 총 6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하남미사지구 택지조성,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 건설, 시화 상수도 공사 등을 총괄했던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원·하청업체간 ‘갑을’ 관계를 노려 “하청업체 평가를 잘 해주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는 등의 제안을 먼저 해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뒷돈을 지속적으로 상납받은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상주~영천 민자고속도로’ 공사를 총괄했던 백 소장은 자신의 딸 대학 입학선물로 시가 4600만원 상당의 BMW 외제차를 요구하고 발주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박 대표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총 2억원 상당 금품을 챙겼다.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현장을 담당했던 권모(60·구속) 현장소장도 박 대표로부터 발주처인 LH공사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1억4500만원을 받아냈다.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김 전 사장은 공사현장 총책임자로 현장소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토목사업본부장 재직 때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부인을 통해 하도급업체 박 대표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상주~영천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의 공정을 관리·감독했던 감리단장 임모(56)씨도 하도급업체 측으로부터 각종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차례에 걸쳐 16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림산업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박 대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렸다”며 “하도급 협력사 관계 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하도급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도급업체 H사는 대림산업이 시공한 공사를 30여년간 수주해온 직원 80명 규모의 하청업체로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경영난을 겪다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향후 최종 결과를 지켜보고 회사 내규에 따라 인사 조치를 하겠다”며 “이번 건을 계기로 사내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발주처인 LH공사 등에 실제 접대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번 수사로 대형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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