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장은진 기자) 미투운동(#MeToo)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한결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기에 참여할 엄두조차 못 내는 계층이 있다. 바로 주부와 할머니들.
주부들의 경우에는 미투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허물어질까봐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는 섣불리 피해 사실을 밝혔다가 가족과 남편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을 이제와서 밝힌다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체념이 침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성범죄를 겪은 사실이 있어도 가족이나 남편에게 밝히지 못하는 이유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평소 어떻게 행동하고 다닌 거냐’는 핀잔을 들을 것 같아 무섭다”고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가 성범죄 사실을 고백하면 남성들은 ‘여성으로서 정조를 잃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세월 가부장적인 교육으로 남성들의 성 인식이 선진화되지 못했다”며 “성범죄 피해자를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본다”라고 진단했다.
고령의 피해자들도 이와 비슷한 사정이다.
성폭력은 대체로 ‘성’보다 ‘폭력’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성적으로 매력적인 대상보다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약자’가 더 자주 범죄의 표적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들 역시 그러한 이유로 성범죄에 노출돼있다. 여성 노인은 제압이 쉽고 특히 신고를 꺼려 성범죄자에게는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노인(만 60세 이상) 대상 성범죄는 2009년 244건, 2012년 320건, 2013년 370건으로 지속적 상승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 당국의 관심이 아동, 장애인에게 집중되면서 남은 약자인 노인 성범죄가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행이라도 상대가 젊은 남자면 늙은 여자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는 식의 어이없는 편견이 뿌리 깊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노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투운동(#MeToo)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변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사 첫 걸음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인 미투운동이 벌써부터 지겹다는 소리로 폄하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사회 분위기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