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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보도를 둘러싼 논란들…프레시안과 정봉주, 뉴스타파와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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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의 고소에 프레시안도 맞고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16일 "<프레시안>은 오늘 정봉주 전 의원을 고소합니다"라는 보도를 통해 맞고소 사실을 밝혔다.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맞고소 사실을 밝히는 보도를 통해 "익명 미투는 보장돼야 합니다. 언론이 기계적 잣대를 버리고 끌어안아야 합니다. 사회가 '얼굴 없는 미투'를 보듬고 용인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직장에서, 길거리에서, 모든 일상에서 자행되는 그 어떤 성폭력도 경중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알려질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미투 / SARAH ROGERS
미투 / SARAH ROGERS

프레시안과 정봉주 전 의원의 미투 관련 논란은 법정에서 보도 경위를 둘러싸고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13일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씨는 "미투, 다섯 가지 유형" 보도를 통해 미투의 다섯 가지 유형에 대해 언급했다. 이중 프레시안의 정봉주 보도 건과 뉴스타파의 민병두 보도 건에 관한 언급이 있다.

D 유형. 일회적 + 비권력형 + 간접증거 + 익명 폭로 (보도는 ‘매우 엄격한 기준’)
예: 프레시안의 ‘정봉주’ 후속 기사
C 유형과 대체로 같지만, 폭로자가 익명인 경우: 이 경우에 언론은 폭로의 진실성을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사전 취재해야 한다. 그리고 폭로의 진실성에 관해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는 이를 보도해선 안 된다.

E 유형. 일회적 + 비권력형 + 피해 주장자 진술만 존재 + 익명 폭로 (보도는 ‘불가’)
예: 뉴스타파의 ‘민병두’ 보도, 프레시안의 ‘정봉주’ 첫 기사
피해가 일회적이고, 폭로자의 소회가 있기는 하지만, 기록 부재 등으로 인해 현재로선 실체적 진실에 관한 검증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고, 폭로자가 익명인 경우다. 이 상태로는 결코 보도해선 안 된다.

정리하자면 프레시안의 정봉주 관련 보도는 진실성에 관한 확신을 가지기 전에 보도하면 안됐다는 것으로 실제 이 보도는 몇일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다가 맞고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어 뉴스타파의 민병두 의원 보도를 살펴보면 민노씨는 결코 보도해선 안되는 유형으로 단정했으며, 민병두 의원은 지자체 선거 출마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의원직 자체도 사퇴해 버려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프로의 임옥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프레시안 정봉주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정봉주와 프레시안의 진실 공방을 보며, 누가 진실을 말하느냐에 관계없이 프레시안 기자들의 보도 태도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폭로 기사를 당연히 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폭로 내용의 정확성, 팩트 체크는 언론사와 기자가 당연히 사전에 해야할 일이 아닌가? 익명의 피해자가 하는 말을 아무 여과없이 받아들여 그 피해자의 관점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할 언론사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최소한 피해자의 말을 전하되 중간에 서서 가해자로 지목된 상대방의 의견도 듣고, 그리고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기사를 써야 한다. 팩트 체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어야 한다.

완전히 주관적이고 편향된 기사를 쓰는 기자(피해자가, 첫 기사를 쓴 기자의 친구라는 말도 있다니 이것은 더욱 말도 안 된다)도 문제고 이를 기사로 실어주는 매체도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

민병두 의원 관련 미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이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를 성추행, 혹은 성폭행한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학점을, 내 배역을, 내 직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당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이를 폭로하는 일이고,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전반적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일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되지도 않고, 그일로 불이익을 겪었던 상황도 아니며, 그냥 현재 누군가를 망신주려는 듯 내던지는 오래된 과거 불륜이나 부적절한 행동의 폭로는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뿐더러 무엇보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오히려 이를 훼손할 수 있다.

오래 전 두 성인이 노래방에 갔건, 술을 마셨건, 그리고 육체적 접촉이 있었건 그건 그 두 당사자끼리 해결할 일이지 굳이 전 국민에게 폭로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이런 뉴스 정말 피곤하다..

직썰의 정주식 편집장은 프레시안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2000년대 진보진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인터넷매체는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이다. 두 매체의 로고색깔처럼 오마이뉴스는 빨간색, 프레시안은 파란색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마이뉴스가 뜨겁고 넓은 언론이었다면, 프레시안은 차갑고 깊은 언론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여전이 뜨겁고 가끔은 서툴지만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전한다.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지가 꽤 됐지만 차가운 문체로 깊은 곳에서 의표를 찌르던 프레시안의 기사들을 기억한다.

나는 아래 글이 프레시안의 제호를 걸고 쓰인 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 매체의 지면에서 이렇게 뜨겁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하는 기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정봉주가 그날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정봉주와 무관한 프레시안의 이야기다.

이 글은 자신들이 던졌던 이슈의 중심(정봉주의 주장 vs 프레시안의 주장)에서 슬쩍 빠져나와 논쟁의 판을 미투 운동의 일반성으로 확장시킨다. 그리고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우리한테 그러면 안돼'라고 호소한다.

"우리 일상에 늘 존재했으되 이제야 발견된 이 '새로운 진영'이 묻고 있습니다. 신체를 점령당한 경중을 저울질하는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점령한 횟수로 등급을 매기는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얼굴 없는 미투는 가짜라고 매도하는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가해의 손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가르는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 본문 중

기사는 미투 운동 전반에 대한 반발과, 프레시안의 보도에 대한 비판을 뒤섞으면서 뾰족하게 자신들을 향해 있는 비판을 뭉개려 한다. 이 글에서 장황하게 설교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정신과 의의는 많은 시민들이 지금 프레시안에 요구하고 있는 사건의 팩트 확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그것들을 동의한다고 해서 프레시안을 향한 비판이 철회되는 것도 아니다.

"<프레시안> 보도의 본질은 정치인 정봉주와의 '진실 공방'이 아닙니다. 그에게 당했던 악몽을 7년 만에 세상에 토해낸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로 입증되어 가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사건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은 유력한 목격자(민국파:정대일)의 증언에 의해 이미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 본문 중

기사는 정봉주 의혹과 미투 운동을 두리뭉실 등치시켜 감성에 호소하고 있지만 기사의 팩트가 의심받고 있는 지금 둘은 너무 쉽게 구분된다. 정봉주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그 기사는 미투 운동과 무관해지기 때문이다.

"그깟 어린 여자애 10원짜리 인권이 전도유망한 정치인의 10억짜리 정치생명보다 중요합니까?" - 본문 중

기사는 이런 반응을 인용하면서 자신들이 부당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글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프레시안의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죄다 저런 바보들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에 띄는 가장 멍청한 반론을 전시해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하수의 전략이다.

지금 프레시안이 응답해야 할 목소리는 저런 무가치한 바보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먼저 제기한 정봉주 의혹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팩트를 밝히라는 합리적인 요구다.

브랜드의 신뢰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xx 답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 답지 못하다.

정주식 편집장은 프레시안 관련 글을 하나 더 남겼다.

프레시안의 여러 패착 중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정봉주에게 '인정 안 하면 더 깐다?'며 기사로 밀당을 하는 모습이다. 프레시안이 정말 제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걱정한다면 그따위 밀당을 하지 말고 빠르게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본인들 말처럼 그러는 사이 제보자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으니까.

한편,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무료 변호하겠다고 나선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승부를 걸었다.

박훈 변호사의 페이스북
박훈 변호사의 페이스북

저는 프레시안과 정봉주 사건을 아주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하나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고, 미투 운동의 운명을 가늠할 중대한 기로에 섰기 때문입니다. 미투 운동을 저는 "혁명"으로 보고 있으며, 정봉주는 "정치 공작 음모"론의 대표적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 공작 음모론을 깨기 위해 오늘도 남겨진 흔적을 찾아 검색하고 있습니다.

오늘 결단적 선언을 합니다. 정봉주 변호인단은 사건 당일인 2011. 12. 23. 오후 2시부터 2시40분 사이 내가 추론하는 시간대의 당신들 주장의 촘촘한 780매 중 이 시간의 사진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해 주십시요. 검증 후 당신들의 이야기가 맞다면 바로 공개 사과하고 손해배상액으로 빚을 내서 "1억 원"을 정봉주 전 의원님께 지급하겠습니다. (이것은 이 나라에서 최초의 충격적인 제안임을 저는 잘 알고 있으니 훈수는 사양합니다.)

노컷뉴스는 "민언련 '지나치게 선정적인 #미투 보도 문제 많아'"라는 보도를 통해 미투 보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미투운동 성폭력보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언론매체의 선정적 보도를 질타한 바 있다.

최근 KBS 박에스더 기자의 김어준에 대한 미투 취재 언급도 논란이 됐다.

박에스더 기자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을 상대로 “혹시 공장장님께서도 조금?”이라며 성폭력이나 성추행, 성희롱을 했느냐는 질문해 이에 김어준 앵커가 “저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박에스더 기자는 다시 “그럴까요?”라고 되묻고는 “그런 적이 없는지 미투에서 취재해봐야겠네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투 취재와 보도는 미투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도 미투에 해당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며 그러다보니 심지어 펜스룰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장자연 사건은 답보 상태이며, 연극배우였던 두 자매의 자살 사건도 아직 진실 규명이 안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성폭행이 더 중요한 문제이고 성추행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또한 정치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므로 더욱 검증이 중요하기도 하다.

다만 최근의 비판 지점들을 볼 때, 좀 더 신중한 보도에 대한 논의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014년 여성가족부는 "성폭력사건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성폭력 사건 보도 수첩'"이란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하기도 했다.

미투 취재와 보도에 관련된 논란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에 알려져야 할 미투가 많기도 하거니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최근 발생한 몇 가지 논란을 통해 언론 역시 미투 보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때다.

경찰청의 성폭력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약 3만 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언론이 다뤄야 할 성폭력 범죄는 끝이 없는 수준이다. 매일 약 80여 건의 성폭력 관련 범죄가 발생한다.

성폭력 범죄 통계 / 경찰청
성폭력 범죄 통계 /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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