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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1, 2008년을 기억하게 만드는 이름 ‘Lost And Found’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3.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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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2008년 그 해는 기자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가져다주진 못한 해였다.

대한민국 많은 남성들에게 있어 유쾌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이벤트인 군 입대를 해야 했던 시기였기 때문.

주호민 작가의 ‘짬’을 읽던 도중에 깜빡 잠들었다가 전역하는 꿈꾸고 절망하기도 했던 해이며, 인터넷 밈으로나 알고 있던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앞 식당 밥맛이 얼마나 별로인지 뼈저리게 알게 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짓말 같았던 입소대대 첫날밤을 지나 육군훈련소 입소 후 ‘우린 갈게, 너흰 각개’(‘우린 자대로 간다. 너희는 각개전투나 해라’라는 의미의 문장) 같은 시덥지 않은 낙서에 절망하기도 하고 낄낄거리던 사이에 가장 사랑했던 아티스트 거북이 터틀맨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빠르게, 센스 있게 눈치껏 뭔가를 잘해야 하는 군대생활에 잘 적응할만한 요인이 전혀 없었던 훈련병이었던 본인. 그 당시엔 잠시 슬퍼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수한 명곡으로 깊은 감명을 준 아티스트를 기릴 수 있는 시간은 채 30분이 되지 못했다.

정확히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할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자대에 간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해서 부족한 센스와 약한 체력-행동력으로 인해 남들보다 더 지적당하고 구르고 깨지는 군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군생활 도중 말로 설명하기도 민망한 이유로 잠시 심정지가 와서 요르단 강을 건널 뻔했다. 제대로 된 응급조치가 제때 취해지지 않았다면 정말 표현 그대로 저 세상길에 갔을 상황. 하지만 그런 일까지 벌어지진 않았고 남들과 같은 군 생활은 그 사건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리 큰 불행을 겪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의 삶이란 말 그대로 ‘미아’ 같았다. 벗어날 수도 없고 갈피를 잡을 수도 없는 삶. 인정도 못 받는 상태에서 ‘죽을 뻔하다’라는 말을 비유가 아닌 실제로 느끼고 나니 자존감은 더 땅을 파고 들어갔다. 당시 가슴 속엔 그저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다.
 
어쨌든 그렇게 센스가 부족한 신병이라 겪을 일은 모두 빠짐없이 겪던 도중, 통신반에서 장병들을 위해 튼 노래를 생활관 복도에서 듣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는 대략 이러했다.

“쏟아지는 빗물은 날 한 치 앞도 못 보게 해, 몰아치는 바람은 단 한 걸음도 못 가게 해”

그렇다. 이 노래는 아이유의 데뷔앨범인 ‘Lost And Found’의 타이틀곡 ‘미아’였다. 물론 당시에는 아이유라는 가수도, 노래 제목이 ‘미아’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운 하나로 목숨을 연장하게 된 이후 약 한 달 뒤에 듣게 된 노래.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와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아가 부릅니다 아이유”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사실 아이유의 데뷔앨범은 흥행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이유가 과거 SBS ‘영웅호걸’에서도 인증한 바 있다.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당시 아이유의 흥행실패 이유로 전설의 가수라 불리는 오리의 데뷔 무대를 꼽고 있지만(물론 농담의 지분이 상당할 것이다), 2008년도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다고 보기도 힘들다.

네이버 뮤직
네이버 뮤직

 
2008년은 어떤 해인가.

대중음악사에서 이 해는 여러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중엔 “원더걸스 ‘텔미 이후의 시대”라는 평가도 빠질 수 없다.

2007년 하반기 원더걸스의 ‘텔미’ 발표는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계층가릴 것 없이 사람들은 ‘텔미’ 춤을 췄고, 지금은 배우로 활동 중인 안소희의 ‘어머나’ 애교에 열광했다.

원더걸스 ‘텔미’ MV 영상 캡처
원더걸스 ‘텔미’ MV 영상 캡처

 
이 ‘텔미’(2007년 9월 12일 발매)는 소위 ‘대 걸그룹 시대’를 이끈 노래로 평가 받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평이 더 추가돼야 한다.
 
바로 ‘대 후크송 시대를 연 노래’라는 평가다.

아이유의 ‘로스트 앤 파운드’가 발매(9월 23일) 되기 일주일 전에 본디 여성보컬그룹으로 데뷔한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어쩌다’만 수십 번 반복하는 후크송인 ‘어쩌다’(그해 9월 16일)를 발표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이 노래 이전에 ‘L.O.V.E’(그해 1월 17일 발매)를 발표했다. 이 곡 활동 당시 그들은 여성보컬그룹이라기이 아니라 아이돌컨셉의 댄스그룹에 가깝게 변신했다. 그리고 그 변신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본격적으로 ‘아이돌그룹’의 행보를 걷게 된다. 후일 아이유와 함께 김이나 작사가의 뮤즈로서 맹활약 하게 되는 손가인이 이 ‘L.O.V.E’ 활동 당시 ‘손타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브아걸 ‘어쩌다’ MV 영상 캡처
브아걸 ‘어쩌다’ MV 영상 캡처

 
공교롭다고 해야 할지, 2008년을 대표하는 후크송 중 하나인 손담비의 ‘미쳤어’도 ‘미아’ 발매시기와 비슷한 시기인 9월 18일에 발매됐다. 데뷔는 2007년에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든 그는 이 노래로 일약 섹시스타로 떠오른다. 독자들이 익히 알다시피 이 노래 역시 ‘미쳤어’라는 단어가 수십 번 나오는 정석적인 후크송이었다.

손담비 ‘미쳤어’ MV 영상 캡처
손담비 ‘미쳤어’ MV 영상 캡처

 
이 두 노래 모두 용감한 형제가 프로듀서. 아마 이 시기에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을 알게 된 독자들도 상당하리라 짐작된다.

쉽고 신나는 멜로디와 중독성 있는 후크. 이러한 요소를 주무기로 대중가요 시장에 도전장을 던져 성공하는 가수들이 나오자 시장엔 해당 유형의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케이스.

사실 이 시대를 연 원더걸스 본인들부터 2008년에 ‘소핫’과 ‘노바디’를 연달아 내놓으며 이 후크송 열기가 계속되게 만들었으니 그 이상 설명은 불필요할 것이다.

원더걸스 ‘소핫’ MV 영상 캡처
원더걸스 ‘소핫’ MV 영상 캡처

이러한 흐름은 2009년까지 이어져 전설의 후크송인 소녀시대 ‘GEE’(2009년 1월 5일 발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아이유의 ‘미아’가 나온 시기는 바로 그런 시기였다. 오리와 무관하게 ‘미아’는 시대적으로 ‘잘 안 될 개연성’이 충분한 노래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깊고 어두운 이별의 감성으로 중무장한 ‘미아’. 리스너들 입장에서 호평할 이유는 충분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당시 장관 유인촌)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미아’가 수록된 앨범 ‘Lost And Found’를 ‘11월의 우수 신인 음반’으로 꼽았다. 당시 아이유의 나이 16세. 학년으로는 중학교 3학년일 때 일이었다.

다만 노래 자체가 흥행하지 못하다보니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아주는 이가 당시에는 많이 없었다.

이에 아이유 팬들 중에선 ‘미아부심’(미아 때부터 알았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도 일부 존재한다.
 
결국 이 글을 쓰는 본인도 2008년 그날 생활관 복도에서 들었던 노래의 이름이 뭔지,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 뭔지는 알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몇 개월 뒤.

2008년 말 원더걸스의 ‘노바디’와 2009년도 초 소녀시대의 ‘GEE’의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어느 봄.

중대 병력 전원이 방송3사와 엠넷 음악방송 보는 것을 일주일의 기본 일과처럼 여겼던 그 때. 잘 모르는 어린 솔로가수가 무려 ‘컴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서게 된다. 이에 본인은 ‘데뷔가 아니라 컴백이라고?’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 신인의 무대를 시청했다.

아이유 / 엠넷 ‘엠카운트다운’ 영상 캡처
아이유 / 엠넷 ‘엠카운트다운’ 영상 캡처

그 날이 2009년 4월 23일. 가수의 이름은 아이유였고 노래는 ‘BOO’였다.

해당 무대로 인해 알게 된 가수의 이름은, 10년 전 그때 운 좋게 살아난 것을 감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그 때 삶을 잃었다면(Lost) 아이유라는 가수를 찾지(Found) 못했을 것이고 그의 데뷔곡마저 듣지 못했을 것이니. 어찌 다행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2018년 현재, 이 만남이 얼마나 특별했던 것인지 소소하게 기록해두려 한다.

- 2편에서 계속 -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는 아이유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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