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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서지현-김수희의 미투, 그리고 권인숙과 장자연…목수정 작가의 절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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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을 때 한국에서 이처럼 미투가 확산될 것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다만 JTBC 뉴스룸을 통해 현직 검사가 상가집에서 그것도 법무부장관이 있는 옆 자리에서 당시 고위직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시청자들은 이를 비중있게 다룬 JTBC 뉴스룸과 손석희 앵커를 통해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자고나면 매일같이 쏟아지는 흉흉한 소식들 때문에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일들 혹은 경악스런 사건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오랫동안 그늘 속에 숨어 있던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발가벗겨낸 계기가 됐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에 이어 김수희 극단 대표의 미투는 연극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성폭력이 혹은 적폐가 문화예술계는 물론 학계와 정계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전반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작가 목수정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 대해 "사회적 자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을 무기로 써서,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고자 하는, 고도의 사회의식이 투영된 행동"이라 평했다.

목수정 작가
목수정 작가

김수희 대표에 대해서도 "이윤택의 행동을 처음 고발한 연극인 김수희씨. 그녀의 페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연극인인 동시에 지난 4년간 열정적인 세월호 활동가로 살아온 분이었음을.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오시던 그 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연극계의 추한 진실을 폭로하셨고, 많은 이들이 그녀의 뒤를 이었다"라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행동하던 그가 연극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들었음을 확인했다.

김지은 비서와 관련해 목수정 작가는 이야기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권인숙 원장이 평생 이름 옆에 붙이고 다녔어야 했을 수식어를.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이 짓 안하고 뜬 여배우는 없다'는 세뇌를 받으며 끌려 다니다 목숨을 끊어야 했던 배우 장자연을.

세상이 바뀌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고, 왜 그 비서직을 버리지 않았냐고 탓하는 이들에게 목수정 작가는 말한다.

"이대로라면, 당신들의 딸들에게 어떤 평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가. 여자라면 검사도 당하는 이 엿같은 세상에서"

이하 목수정 작가가 공개한 글 전문이다.

"왜 처음 당했을 때, 그 따위 비서직 던져버리지 않았을까?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 의문을 갖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같은 질문을 장자연에게도 던질 수 있다. "왜 그렇게 당하고 있었어? 그 따위 배우가 뭐라고. 안하면 그만이지."

김지은씨, 젊은 나이에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사람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자리를 차지했다. 그 길을 가려한 사람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선택한 지사의 계산에 성적인 복무가 들어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자아는 분열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세번째까지 그 일이 진행됐고, 감당하기 힘들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그 때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있었고, 지사와 그녀는 미투운동이라는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서야 이 분열의 고통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던 그녀는 다시 폭행을 당했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폭로는, 사회적 자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을 무기로 써서,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고자 하는, 고도의 사회의식이 투영된 행동이다. 나를 괴롭힌 저 놈에게 복수하겠다는 개인적 동기만으론 충분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서검사는 말했다.

이윤택의 행동을 처음 고발한 연극인 김수희씨. 그녀의 페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연극인인 동시에 지난 4년간 열정적인 세월호 활동가로 살아온 분이었음을.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오시던 그 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연극계의 추한 진실을 폭로하셨고, 많은 이들이 그녀의 뒤를 이었다.

김지은씨가 가진 용기는 한단계 더 나아간 거라고 본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송에 나가서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증언했다. 서검사의 경우는 성추행에 그쳤지만,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이런 결단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녀에겐 여자로서, 명민한 청년으로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있다. (생각해보시라. 자신이 당한 성고문을 폭로한 권인숙씨가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 옆에 붙이고 다녀야 하는 수식어가 무엇인지를) 안지사가 조작해 낸 이미지와 그녀가 겪은 그의 참모습 사이의 간극. 그가 더 커질수록 한국사회 전체가 갖는 위험은 비대해진다. 그녀의 폭로 이후, 또 다른 캠프 직원의 성폭행 피해 증언이 이어지고, 캠프 전체에 만연해 있던 성폭력의 관행이 폭로되었다. 그녀는 안희정이란 거대한 정치 상품이 가진 위험을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배우의 길을 가기 위해 애썼던 한 여자가, 이 바닥에서 이 짓 안하고 뜬 여배우는 없다는 세뇌를 받으며, 끌려다녔다. 꿈을 버려야 하나,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그녀의 자아는 매일 갈갈이 찢겼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길을 떠났고, 어떤 이는 이렇게 당하던 끝에 목숨을 끊었다. 그 길은 여전히 지뢰밭 투성이고, 매일 수많은 사람이 거기서 부상을 당한다. 부상을 당한 사람중 몇몇이 용기를 내, 이 길은 갈 수 있는 길이 아님을 폭로한다. 우리의 상처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며 이 길의 잘못이라고. 뜯어 고치자고.

지뢰밭 투성이인 그 길을 뜯어고치고, 모두 다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 생각은 안하고, 왜 처음 당했을때 안 떠나고 이제와 길을 탓하냐는 사람들. 이대로라면, 당신들의 딸들에게 어떤 평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가. 여자라면 검사도 당하는 이 엿같은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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