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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국회까지, 해당 보좌관 면직 처리…‘터질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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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정희채 기자) 국회에서 첫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4급 보좌관이 면직 처리됐다.

6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입장 자료를 내고 자신의 보좌관이 미투 폭로 가해자로 언급된 데 대해 “해당 보좌관을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제가 국회에 있었던 기간은 아주 짧지만 국회에 존재하는 권력 관계와 폐쇄성은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글을 쓰기까지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고민이 필요했을지 충분히 공감하고 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발생했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응답할 수 있도록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해당 보좌관이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에 근무할 당시 후배 비서관을 성추행 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또한, 국회 보좌관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면직 처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5일 국회 5급 여성 비서관이라고 밝힌 J씨는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게시판에 “2012년부터 3년여 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뽀뽀해달라’,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부터 상승접으로 제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거나 팔을 쓰다듬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앞에 있는 여자 가슴이 니 가슴보다 크다'라는 음담패설까지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이 계속 됐다”고 폭로했다.

이하 국회 국민제안 전문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5급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J입니다.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한 선택인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답 없는 질문을 거듭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2년부터 3년 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회는 4급, 5급 각각 2명, 6급, 7급, 9급 각각 1명, 인턴 2명(현재는 8급 신설, 인턴 1)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급 보좌관인 그 사람은 회관에서 함께 일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습니다. 
"뽀뽀해달라",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부터, 
상습적으로 제 엉덩이를 스치듯 만지거나 팔을 쓰다듬고,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로 전화해 '앞에 있는 여자 가슴이 니 가슴보다 크다'라는 음담패설까지....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이 계속 됐습니다. 

지금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폭로되고 있는 성폭력의 강도에 비춰보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폭력은 폭력의 정도에 따라 경중을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상화된 폭력은 제가 해당 의원실을 그만둘 때까지 3년간 지속됐습니다. 아무도 없을 때 둘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에 증거를 모을 수도,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사자에게 항의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가족만큼 아낀다”, “동생 같아서 그랬다”라며 악의 없는 행위였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만 늘어놨습니다. 항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의원실 내에서의 저의 입지는 좁아졌습니다.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은 ‘직장 내 괴롭힘’을 동반합니다. 항의를 심하게 할수록 권력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직위를 이용해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더군요. 본인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상사인 척하며 사람 한 명 바보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테니까요. 

저는 많은 보좌진들이 그렇듯이 생계형 보좌진입니다.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경력이 쌓일 때까지 사직서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의원실을 옮길 때조차 같이 일한 직원들, 특히 함께 일한 상급자의 평판은 다음 채용 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보좌진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법적 절차를 밟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불면증과 우울증은 심해졌고, 원형탈모까지 생겼습니다. 가해자와 분리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술을 마시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비슷한 사건이나 기사를 보는 날이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악몽을 꿉니다. 

그간 참 오랜 시간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저런 일을 당했을까. 왜 나에게만 저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 행동이 잘못됐던 것은 아닐까....그 치욕스러운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 그 사람을 세상에 없었던 사람처럼 머리에서 지워버리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지웠던 그 사람이 회관 엘리베이터에서, 회의장에서, 복도에서 되살아나 저를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국회 옆 대나무숲’이라는 익명 게시판에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현직에 있는 분들은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퇴직자가 아닌 이상 같은 업무 공간에 존재하는 전·현직 의원실의 가해자를 고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비교적 의원실 상급자에 속하는 직급을 가지고 있는 저는 항의라도 했지만, 직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약자일 수밖에 없는 비서들은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피해자의 자기 고백은 치유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의 동료들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난 네 편이야'라고 용기를 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 덧붙임 

제 글은 아마 국회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분들도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피해 정황을 지나치게 상세히·선정적으로 묘사하는 형태의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위에 대한 묘사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 대상화 된다면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미투 사례 대부분은 ‘권력형 성범죄'입니다. 자극적인 기사로만 피해 사실이 소모되는 것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실명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내 성폭력 근절 등 자정작용을 바라며 올린 자기 고백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국회 밖으로 실명과 의원실, 그 구성원들이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저를 비롯해 어렵게 용기를 낸 모든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상처에 대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첫 미투가 나오면서, 지금까지 익명에 그쳤던 제보가 실명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젠더폭력 태스크포스(TF) 소속 정춘숙 의원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서 계속 이야기가 됐고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더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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