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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오태석 논란 이어 선·후배 간 ‘강간 몰카’까지…대학가에 부는 ‘미투’ 바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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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효진 기자) 서울예대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일 불거진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강간 몰카’ 사건까지 폭로됐다.

21일 새벽, 서울예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3708번째_불꽃’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대나무숲 특성상 모든 게시글은 익명으로 나타난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2학년 오티를 마친 뒤 선배들의 부름으로 광덕공원에서 술을 마셨다.

A씨 ‘미투’ 동참 글 /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A씨 ‘미투’ 동참 글 /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시간이 지난 뒤 고학번 선배 한 명이 A씨를 따로 불러 몰래카메라라는 명목 하에 “내가 너를 놀라게 해서 네가 도망가는 몰카”를 함께 하자고 얘기했다. 제안이 아닌, 협박이었다.

선배의 말에 A씨는 강력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21살로 어린 나이었던 A씨는 “네가 해야 할 건 그냥 둘이 숨어 있다가 애들 오면 꺅 소리 지르면서 혼자 뛰어가면 된다”는 선배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이를 수락했다. A씨는 “강간 몰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

선배는 A씨를 데리고 광덕공원 계단 옆 언덕에서 숨은 뒤 상황을 즐거워했다. 이때 일이 발생했다. 남자 후배 중 한 명이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선배는 A씨의 돕바 단추를 다 뜯고 멱살을 잡은 후 미친듯이 바닥으로 내리찍기 시작했다.

언덕의 돌부리에 계속 등이 찍힌 A씨는 선배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선배에게 힘으로 제압당했다. 일어나려는 시도를 해도 몸이 꿈쩍도 안 한다는 걸 안 A씨는 그때부터 포기하고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보고 있는 동기들과 선배들 중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참이 지난 뒤 다른 고학번 선배가 말려 ‘강간 몰카’는 끝이 났다. A씨는 “저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일을 저지른 선배는 A씨에게 여우주연상이라며 박수를 쳤고, 자신이 했던 말을 A씨에게 덮어씌웠다. 하지만 A씨는 불쾌한 기분과 수치심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A씨는 집에 가면서 동기들에게 “지금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안 좋다”고 말했지만, 동기들은 “어쩔 수 없다. 다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집에 도착한 A씨는 자신의 등에 난 피와 빨갛게 긁힌 상처들을 확인했다. 이후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처음 전화는 못 본체 했지만 두 번째 전화는 무서운 마음에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한 선배는 A씨에게 “어디 고학번 선배 전화를 안 받냐”며 혼을 낸 뒤 “연기였던거 알지. 애들 추억 남겨준 거다”라며 위로하는 투로 얘기했다.

이후 A씨는 한 달 가량 혼자 자주 울고 상담을 알아보며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학교에서 선배를 피해다니는 게 당시의 최선이었다.

A씨는 자신을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말했다. 거절하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21살의 A씨는 약자로서 조용히 있고 혼자만 알면 되는 거라고, 이게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한 행동이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당시 사건을 폭로하게 된 것이다.

이하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A씨 글 전문.

#3708번째_불꽃

2학년이 되던 해 참여했던 오티가 끝난 후 고학번 선배들의 부름으로 광덕공원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후 고학번 선배 한 명이 저를 따로 불러서 함께 몰래카메라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단번에 싫다고 했지만 선배는 애들 추억을 남겨줘야 한다며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몰카냐고 하자 “내가 너를 놀라게 해서 네가 도망가는 몰카”라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이런 소위 선배들의 서프라이즈 같은 것에 가담해본 적도 없고 그런 걸 혐오했기 때문에 계속 싫다고 했고 왜 저한테 이러냐고 했습니다. 

그 선배는 “그럼 OO(제 여자 동기)는 여자애가 덩치가 그렇게 큰데 애들이 믿겠냐?”라고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싫다고 했지만, 선배는 정확히 이렇게 설명했었습니다. 

“네가 해야 할 건 그냥 둘이 숨어 있다가 애들 오면 꺅 소리 지르면서 혼자 뛰어가면 된다”

그러면 자기가 연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21살의 저는 그냥 도망만 가면 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계속되는 설득에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강간 몰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선배는 저를 데리고 광덕공원 계단 옆 언덕에 가서 숨은 뒤 “너 소리 질러서 주민 신고받는 건 아니겠지”라고 웃으며 이 상황을 즐거워했습니다. 

누가 계단으로 내려오면 저보고 바로 도망을 가라고 했는데, 후배 오빠 한 명이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그 선배는 갑자기 제 돕바 단추를 다 뜯고 멱살을 잡은 후 미친 듯이 바닥으로 내리찍기 시작했습니다. 

언덕의 돌부리에 계속 등이 찍혀서 너무 아프고 놀라서 처음에는 그만하시라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선배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얼굴이었고 일어나려는 제 힘을 정말 쉽게 제압했습니다. 

몇 번 일어나려는 시도를 해도 제 맘대로 몸이 꿈쩍도 안 한다는 걸 알고 그때부터는 포기를 하게 됐습니다. 

계단에서는 후배들과 동기들이 내려다보고 있고 저는 그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 있는 동기들 선배들이 아무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다른 고학번 선배가 그만하라 했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였습니다. 

상황 파악도 안되고 지금 드는 감정이 뭔지 저도 몰랐고 선배들은 서프라이즈라며 웃었습니다. 

그 선배는 오늘 여우주연상이라며 저에게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몰카 전에 쟤가 뭐라 했는지 아냐? 자기가 소리 너무 잘 질러서 주민 신고받는 거 아니녜” 라며 크게 웃었습니다. 

선배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자기가 한 말을 제가 한 말로 헷갈린 건지, 저한테 거짓말로 강간 몰카를 했다는 사실을 애초에 묻어버리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알 수 없는 불쾌한 기분과 수치심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집에 가면서 동기 두 명에게 말했습니다.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안 좋다고. 

동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 뭐. 다 그런 거지”

집에 와서 보니 등에 피가 나고 빨갛게 긁힌 상처들이 잔뜩 나있었습니다. 

선배는 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처음에는 도저히 받기 싫어서 못 본체했습니다. 

두 번째 전화는 무서운 마음에 받았고, 전화를 받자 어디 고학번 선배 전화를 안 받냐며 혼을 냈습니다. 

그러고선 “연기였던 거 알지? 애들 추억 남겨준 거”라며 마치 위로하는 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저는 한 달가량 혼자 자주 울고 상담도 알아보고 계속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학교에서 그 선배를 피해 다니는 게 당시 저로선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다시 하면서 저는 점점 그 일을 잊게 되었고, 저도 믿을 수 없지만 제가 당한 일의 모든 과정을 아예 잊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나고 저는 유일하게 그때 일을 터놓았던 동기와 그 선배가 속해 있는 극단의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그 선배와도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가는데, 동기가 “이제 저 선배랑 잘 지내네?”라고 말했고, 제가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힘들었던 일을 통째로 잊어버렸었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언니에게 이 얘기를 처음 꺼냈고, 언니한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그때의 일이 천천히 모두 기억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에게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었고 기억이 나기 시작하면서 말하기가 힘들고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사람이 정말 힘들고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 머리에서 지우게 된다는, TV에서나 볼 법한 일을 제가 겪은 것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그 후 또다시 혼자 있을 때면 그때의 생각이 나서 고통스러웠습니다. 

미친 듯이 돕바의 단추를 뜯고 멱살을 잡고 땅에 마구 내리치던 그때 기억을 다시 잊고 싶었습니다. 

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였고, 거절하지 못한 제가 원망스러웠습니다.

21살의 저는 약자로서 제가 조용히 있고 혼자만 알면 되는 거라고, 이게 저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태도가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한 행동이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그 누구한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씨가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에 동참하자 당시 사건 장소에 있었던 B씨도 나섰다.

하루 뒤인 22일 새벽 B씨는 마찬가지로 서울예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3898번째_불꽃’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을 서울예대 연기과 OO학번이라고 밝힌 B씨는 “익명을 원하지 않는다. 실명을 밝혀달라”며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용기를 내 글을 쓰고 밝힌 피해자들이 왜 벌벌 떨고 있어야하는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씨 ‘미투’ 동참 글 /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B씨 ‘미투’ 동참 글 /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B씨는 “아직까지 선배님이라는 단어가 무섭다. 무서워서 졸업하는 순간까지 모든 선배님들을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불꽃 마크에 속하게 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는 B씨. 하지만 불꽃 마크 뒤로, 만연한 성희롱이 있었다.

글에 따르면 B씨는 앞서 3708번째 불꽃으로 올라온 광덕공원 강간 몰카의 피해자다.

B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 대안으로 개인기를 10개 이상 준비했고, B씨가 속한 오티 조의 여학생들은 쫄쫄이를 입고 500㎖짜리 페트병 윗부분을 잘라서 회음부 가까이에 넣었다. 이 모습은 마치 남자의 성기가 부풀어 오른 것과 같다고 했다. 자른 부분이 일정치가 않아 회음부 부분이 긁히기도 하고 굉장히 따가웠다고 말했다.

B씨가 가져간 10개 이상의 개인기 중 일본여자 흉내를 내는 개인기가 있었다. 해당 글에 등장하는 고학번 선배는 갓 스무 살이 된 신입생들에게 학회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일본 포르노에 나오는 단어를 신음소리 비슷하게 내라고 시켰다.

선배의 지시에 B씨는 내뱉고 있는 단어의 뜻과 용도를 알면서도 잘 모르는 남자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선배가 만족할 때까지 단어와 신음소리 흉내를 반복했다.

이후 B씨는 선배에게 광덕공원에서 오티쫑을 하니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선배가 나오라는데 안 나오냐”는 선배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오티쫑에 참석했다.

당시 B씨는 오티쫑에 지각을 했고, 그때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고학번 남자 선배 중 한 명이 오티조 여자 선배 A씨에게 술에 취한 척 스킨십을 했고, 술을 마시던 도중 남자 선배가 A씨를를 데리고 광덕공원 어두운 곳으로 데려갔다.

몇 분 후, 멀리서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를 들은 B씨는 너무 놀라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이후 다른 선배들은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갔고, 술자리에는 동기들만 남아 있었다.

B씨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싶지 않았으며 성적으로 희롱하며 즐거워하는 그 선배님들 밑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싶지 않았고 또 그들이 속한 학교도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생각하는 예술과 도덕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으며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던 학교가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실망감과 이런 학교에 들어오려고 몇 년 동안 피땀을 흘린 나에게 회의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B씨는 사건이 잘생한 자리에서 모든 동기들에게 “이 오티쫑을 가장한 파티가 끝이 나면 나는 이 학교를 자퇴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남자 선배와 A씨가 다시 술자리로 돌아왔고, 비명을 지른 A씨는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었으며, 남자 선배는 술에 취한 채로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OOO(울고 있는 A씨)야, 네가 아무 말 없이 울고 있으면 내가 뭐가 되냐 XX” 등의 말을 하며 계속 겁을 줬다.

이후 남자 선배는 B씨를 내려다보며 “OO아 너 오티쫑 지각했지? 지각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말을 하며 B씨의 팔을 잡아 끌고 갔다.

순간 B씨의 몸은 붕 떴고, B씨는 너무 놀란 나머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땅에 최대한 붙어서 힘을 줬다. B씨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울음이 터지면 힘이 풀릴까 봐 이 악물며 바닥에 붙어 있으려고 힘을 줬다”며  “남자 선배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제가 고개를 들어 동기 오빠들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저의 눈을 피하고 고개를 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보다 못한 다른 남자 선배가 중간에 말렸고, B씨는 그 힘에 뿌리쳐져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힘이 빠진 B씨는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계속 울었다. 몇 분이 지나자 다른 선배가 서프라이즈라며 땅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B씨의 얼굴을 강제적으로 들어 올려 동영상을 찍었다.

비명을 질렀던 A씨는 울면서 B씨를 안아줬다. A씨는 B씨에게 “OO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하고싶지 않았어. 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B씨는 강간 몰카에 대해 “이 몰카는 쫑파티에 지각한 저 혼자만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였으며 단지 재미로 추억으로 남긴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며 “그 후 시끄럽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오티쫑은 끝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그 이후 모든 ‘선배님’을 피하는 신입생이 되었으며 아무런 이유 없이 모든 ‘선배님’들을 무서워했다”며 “사과를 바라거나 ‘그 선배님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저에게 일어난 일 조차도 무덤덤해지는데 남이 겪은 일은 얼마나 무덤덤할지 그 무관심이 무섭다”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B씨는 “한 명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약자가 아니며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외침은 나를 위한 외침이 아닌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내 동기들, 친구들, 후배들을 위한 외침”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을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하 서울예술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B씨 글 전문.

#3898번째_불꽃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OO학번 OOO입니다.

익명 원하지 않습니다. 실명 밝혀주세요.

제가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용기를 내어 글을 쓰고 밝힌 피해자들이 왜 벌벌 떨고 있어야 하는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 조차도 아직까지 ‘선배님’ 이란 단어가 무서워요.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말이 있죠.

저는 무서워서 졸업하는 순간까지 저의 모든 선배님들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정말로요.

서울예대 불꽃 마크에 속하게 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붙게만 된다면 모든 시키는 일은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은 절대 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3708번째 불꽃으로 올라온 광덕공원 강간 몰카 피해자입니다.

저는 오티 가기 전부터 굉장히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알콜쓰레기 아니 폐기물이라 불릴 정도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저는 술을 마시지 않을 노력으로 혼자서 개인기를 10개 이상 준비를 해갔습니다.

저희 조는 여자들에게 쫄쫄이를 입히고 500㎖짜리 페트병 윗부분을 잘라서 회음부 가까이에 넣게 하여 마치 남자의 성기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게 하고 다녔습니다.

자른 부분이 일정치가 않아서 회음부 부분이 긁히기도 하였고 굉장히 따가웠습니다.

굳이 시킨 이유를 얘기하자면 ‘웃겨서’ ‘재밌으니까’ ‘우스워 보이니까’ 정도일까요.

제가 가져간 많은 개인기 중 일본여자 흉내를 내는 개인기가 있습니다.

저희 조의 OO학번 선배 중 한 분이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나셨는지 제 양옆에 갓 20살이 된 친구들을 무릎 꿇고 앉혀놓고 일본 야동에 나오는 단어를 신음소리 비슷하게 내라면서 시켰습니다.

당시 학회장님 앞에서 말이죠. 

그러면서 뒤에서 학회장님이 난감해 하는 걸 굉장히 재밌어하시며 웃었습니다.

저는 내가 내뱉고 있는 단어가 어떤 단어이며, 어떨 때 쓰이는 말인지 다 알고 있는 채 잘 모르는 남자 앞에 무릎 꿇은 상태에서 계속 그 선배님이 만족할 때까지 그 말과 흉내를 반복했습니다.

우여곡절 오티가 끝나고, 어느 날 잘 준비를 마친 저에게 OO학번 선배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광덕공원에서 오티쫑을 하니까 나오라고.

저는 너무 당연하게 ‘씻고 누워서 나가질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화를 내시면서 ‘선배가 나오라는데 안 나오냐’면서 저를 불러냈습니다.

저 혼자 지각해서 참석한 오티쫑이라 저는 무서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고학번 선배님 중 한 분이 오티조 여자 선배에게 술에 취한 척 자꾸 달라붙고 스킨십을 하려는 둥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술을 계속 마시고 있는 도중 남자 선배가 여자 선배를 광덕공원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더니 몇 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저 멀리서 “꺄악” “아악”하는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고 저는 무슨 일인지 너무 놀라 벙쪄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까 다른 선배들은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서 갔고 술자리에는 동기들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비명소리가 들린 분위기상 남자 선배가 여자 선배에게 손을 댄 것은 확실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싶지 않았으며, 성적으로 희롱하며 즐거워하는 그 선배님들 밑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싶지 않았고, 또 그들이 속한 학교도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과 도덕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으며,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던 학교가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실망감과 이런 학교에 들어오려고 몇 년 동안 피땀을 흘린 나에게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모든 동기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오티쫑을 가장한 파티가 끝이 나면 나는 이 학교를 자퇴를 하겠다”

얘기를 하던 도중 남자 선배와 여자 선배가 다시 술자리로 돌아왔고, 비명을 지른 여자 선배는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었으며, 남자 선배는 술에 취한 채로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OOO(울고 있는 여자 선배)아, 네가 아무 말 없이 울고 있으면 내가 뭐가 되냐 XX” 등의 말을 하면서 계속 겁을 주었습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그 선배는 욕을 하면서 계속해서 저희들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를 내려다보시면서 “OO아 너 오티쫑 지각했지? 지각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식의 말을 하면서 제 팔을 잡아서 끌고 갔습니다.

순간 제 몸은 붕 떴고,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땅에 최대한 붙어서 힘을 주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울음이 터지면 힘이 풀릴까 봐 이 악물며 바닥에 붙어 있으려고 힘을 주었습니다. 

남자 선배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제가 고개를 들어 동기 오빠들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습니다.

눈이 마주친 오빠들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저의 눈을 피하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전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저 ‘아, 나 이러다가 큰일 나겠구나. 큰일 났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고 실랑이를 하다가 보다 못한 다른 남자 선배가 중간에서 말려서 그 힘에 뿌리쳐져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힘이 풀린 저는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계속 울었습니다.

아무 소리,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고 그저 저는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러고 몇 분이 지나자 다른 선배가 서프라이즈라며 땅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제 얼굴을 강제적으로 들어 올려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아마 아직도 그 선배의 핸드폰엔 제가 울고 있는 동영상이 있을 겁니다. 

비명을 질렀던 여자 선배는 저를 울면서 안아주면서 “OO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하고싶지 않았어. 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이 몰카는 쫑파티에 지각한 저 혼자만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였으며 단지 재미로 추억으로 남긴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 후 시끄럽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오티쫑은 끝이 났습니다.

저는 기숙사로 들어와 멍하니 몇 시간을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모든 사건 사고들을 일으킨 건 그들이지만, 이 사건들로 인해서 남은 상처를 극복하는 건 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 모든 ‘선배님’을 피하는 신입생이 되었으며, 아무런 이유 없이 모든 ‘선배님’들을 무서워하였습니다.

저는 사과를 바라거나 ‘그 선배님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저에게 일어난 일 조차도 무덤덤해지는데 남이 겪은 일은 얼마나 무덤덤할지 그 무관심이 무섭습니다. 

저는 한 명의 피해자로서 이제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약자가 아니며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작년에 졸업한 학생입니다. 

저의 이 외침은 나를 위한 외침이 아닌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내 동기들, 친구들, 후배들을 위한 외침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서 지난 2016년 4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여대생 캠퍼스 추락 사건’을 다룬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C대학교 재학생들은 “제일 논란이 됐던 건 강간 몰카”라며 “오티(신입생 환영회) 때 강간 몰카 사건이 있었는데 신입생 여자애들을 숙소 안에다가 양반다리로 앉혀놓고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때 남자 선배 한 명, 여자 선배 한 명이 들어와서 남자 선배가 여자 선배를 강간하는 상황을 펼친다”라고 말했다.

강간 몰카 폭로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강간 몰카 폭로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이어 “높은 학번 남자 선배가 밑에 학번 다른 여자 선배를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강간하는 식의 어떠한 뭔가 소리가 들린다던가, ‘아악’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신입생들이 ‘어떡하지? 뭐지?’ 이러고 있으면 정액처럼 추정되는 물체를 뿌린다”며 “물체를 뿌리고 사람들한테 ‘맛 봐봐’ 이런 식으로 한다. 나중에는 ‘야, 이거 몰래카메라였어’, ‘야, 이거 마요네즈고 달걀 흰자야’ 이렇게 하는 건데 그 상황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이냐. 말도 안 된다”라고 ‘강간 몰카’를 상세히 설명했다.

권력에 기반을 둔 성폭력은 단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대학처럼 선·후배 간의 엄격한 군기를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연극계에서 시작된 ‘미투’바람은 대학가까지 불고 있다. 대학생들이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미투’에 동참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 사건 역시 수직적 권력관계와 구조가 엄격한 검찰에서 일어났다. 대형병원 태움으로 자살한 간호사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이 신체폭력으로 이어지고, 신체폭력이 성폭력까지 나아간다.

지난 22일 서울예대 대학본부는 서울예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사과문’을 게재했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사과문 / 서울예술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사과문 / 서울예술대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

서울예대는 “최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는 우리대학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예술대학교 구성원 모두는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특히 이와 같은 참담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학본부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아울러 예술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자 창작에 매진해 온 재학생과 학교를 믿고 우리대학에 자녀를 보내주신 학부모 그리고 서울예대 졸업생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동문 및 서울예대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입으셨을 상처에 대해 고개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본부는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수습하기 위해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철저한 진상 파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한 유사한 사태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범 학교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의 치유를 위해 대학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오태석 초빙교수에 대한 신분상 조치는 조속한 시간 내에 우리대학의 정관과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이미 이번 학기 수업은 전부 배제시켰음을 알려드린다”고 알렸다.

이하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사과문 전문.

서울예대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사과문

최근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는 우리 대학 공연학부 오태석 초빙교수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 서울예술대학교 구성원 모두는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참담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학본부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술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자 창작에 매진해 온 재학생과 학교를 믿고 우리 대학에 자녀를 보내주신 학부모 그리고 서울예대 졸업생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동문 및 서울예대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입으셨을 상처에 대해 고개 숙여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대학본부는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수습하기 위해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철저한 진상 파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유사한 사태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범 학교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의 치유를 위해 대학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끝으로 오태석 초빙교수에 대한 신분상 조치는 조속한 시간 내에 우리 대학의 정관과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이미 이번 학기 수업은 전부 배제시켰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 2. 22 서울예술대학교 대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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