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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주 폭로로 불붙은 연극계 미투 운동,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모임 개설까지 이어져…‘시선 집중’

  • 장은진 기자
  • 승인 2018.02.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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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진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성폭행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미투운동(나도 성범죄를 겪은 경험이 있다는 뜻으로 해시태그 #MeToo를 다는 운동)이 한국의 연극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22일 뜻을 함께하는 연극계 사람들이 모여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이라는 모임을 개설, 페이스북에 성명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시발점이 된 문학계·연극계는 물론 이제 뮤지컬계와 힙합 등 여타 장르까지 번진 미투운동이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화제가 되며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투 운동의 불길은 더욱 커져만 간다. 홍선주는 지난 19일 JTBC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낱낱히 폭로했다. 

당시 홍선주는 익명을 요구했으며 음성변조 후 인터뷰가 진행됐다. 홍선주는 “2004년, 2005년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안마라는 이름으로 수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강요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너와 너무 자고 싶다’고 말하면서 얼마나 컸는지 볼까하고 손이 쑥 들어와서 내가 급하게 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홍선주는 “극단 내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고 그런 성폭행 때문에 임신을 해 힘들어한 친구를 들은 적도 있고, 낙태를 한 친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소희 대표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홍선주는 “김소희 대표는 내가 있던 2000년 중반부터 2010년 전까지에도 기수가 높은 선배로서 안마를 조력자처럼 시키고 후배들을 초이스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분노한 홍선주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터뷰한 피해자가 자신이라고 실명을 밝히며 더욱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의 성명문은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시작하며 이제야 고백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다.

이어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2018년 2월 21일 연극계 내의 성폭력 사태에 대처하고 용기 있는 발언을 지지하고 동참하고자 모인 개개인의 연극인들이 반성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며 함께 행동하기를 결의했습니다”라며 모임의 존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모든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며 “그동안 연극 현장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폭력이 있었고, 위계적 구조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무대뿐만 아니라, 창작 과정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을 직시하고 성찰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그간의 세태를 반성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누구도 끊어 낼 수 없었던 권위주의 문화와 위계에 의한 폭력, 그리고 모든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까지, 이러한 폐단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우리는 모이고 연대하고자 합니다”라며 다시 한 번 모임의 의의를 밝히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오랜 고통을 뚫고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라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부터 시작하였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함께”(#withyou) 하겠습니다”라고 미투운동과 위드유운동을 언급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성명서 /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페이스북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성명서 /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페이스북

 

성명문에서 밝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네 가지다.

첫 번째,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이는 그간 암묵적으로 관습 취급을 받았던 성범죄 행위들이 항상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의 소리를 묵살해왔던 것을 돌이켜보게 된다.

두 번째, 가해자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사람과 절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도 많을 것입니다. 가해자가 속해 있거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단체와는 어떤 행동도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확고한 보이콧 입장을 보였다.

이를 보면 최근 이윤택 사건에 그가 연출을 맡고 있던 연희단거리패까지 와해된 것이 떠오른다.

성범죄는 이처럼 해당 가해자 혹은 방관자들 모두에 대한 확실한 보이콧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야무야 넘어가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상담창구를 마련하는 것.

국내 정서상 성범죄 피해자는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일 뿐더러 공연계처럼 좁은 곳에선 더더욱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미투운동에 참여해 이윤택의 성추행을 알린 이승비씨는 “행정실로 찾아가서 모든 얘기를 전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얘기는 듣지도 않고 원래 7대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5로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날 몰아세웠다”며 당시 말을 해도 알릴 수 없었던 상황을 전한 바 있다.

네 번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단호이 대처하고, 2차 피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대응할 것.

이는 두 번째, 세 번째 항목과 맥락을 같이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에 더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이 현재 연극계에 존재하는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용기 있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이들의 발언을 막고,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하는 모든 악의적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라며 “뜻을 함께하는 연극인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하겠습니다. With you!”라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19일에는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공식 페이스북에 ‘이윤택 연출 사태에 대한 한국연극연출가협회의 입장’이라고 시작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21일에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도 대학로X포럼 페이스북에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대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바람이 연극계에 불고 있다.

마치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는 태풍이 일어난다는 나비효과처럼 이 바람이 공연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길 기대해본다.

이하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성명서 전문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시작하며

이제야 고백합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발언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제야 우리 안 폭력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권위에 순응한 우리 자신이었고, 위계 구조였으며, 침묵의 카르텔이었습니다. 실체를 알고 있으면서도, 또는 실체를 제대로 모른 채 침묵했고 방관했고 무지했던 점에 대해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2018년 2월 21일 연극계 내의 성폭력 사태에 대처하고 용기 있는 발언을 지지하고 동참하고자 모인 개개인의 연극인들이 반성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며 함께 행동하기를 결의했습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모든 폭력에 반대합니다.
그동안 연극 현장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폭력이 있었고, 위계적 구조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무대뿐만 아니라, 창작 과정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을 직시하고 성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성폭력은 은밀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이뤄졌고, 심지어 ‘관행’이라는 기만적인 표현으로 학습되고 묵인되었습니다. 연극 현장의 위계와 권력은 학교의 권위와 밀착되어 연극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도 그 폭력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끊어 낼 수 없었던 권위주의 문화와 위계에 의한 폭력, 그리고 모든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까지, 이러한 폐단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우리는 모이고 연대하고자 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또한 지금도 혼자 고민하고 계실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오랜 고통을 뚫고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라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부터 시작하였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함께”(#withyou) 하겠습니다.

우리의 행동을 시작합니다.

1.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피해발언은 자신의 고통을 직시한 후 수많은 위협 요소를 무릅쓰고 하는 용기 있는 ‘나’의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우리’입니다.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가 ‘나’의 목소리를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 가해자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사람과 절대로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해자도 많을 것입니다. 가해자가 속해 있거나 가해자를 보호하는 단체와는 어떤 행동도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에 가해자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는 꼭 말씀해주세요. 절대로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

3.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상담창구를 마련하겠습니다.
지금도 말하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계실 것입니다. 상담 또는 피해사례에 대한 접수는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진행하겠습니다. 많은 법률 자문 및 전문가 집단이 연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연결을 돕겠습니다. 자체적인 또는 여성단체 등과 협력한 전화/대면상담이 가능하도록 점차 창구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4.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단호히 대처하고, 2차 피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대응하겠습니다.
언론 또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2차 피해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겠습니다.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알려지는 2차, 3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차 가해 집단과는 협력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은 건강한 연극 생태계를 위한 시작임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권위가 아닌 수평적인 구조에서 서로를 바라볼 것입니다. 더 이상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으로 고통 받고, 연극을 떠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용기 있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이들의 발언을 막고,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하는 모든 악의적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연극인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하겠습니다. With you!

2018년 2월 22일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일동

□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피해신고센터
theaterwithyou@hotmail.com (상담 및 제보만 가능합니다)
□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heaterwithyou/
□ 문의
theaterwithyou.pres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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