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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원한다”…'미투 운동 위축되지 않게 해야’

  • 김은지 기자
  • 승인 2018.02.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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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더욱 위축되기 십상이다.

이에 지난 2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골자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25982

해당 청원자는 "형법 제307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최대2년, 5백만원이하 벌금. 정보통신망법70조 비방목적으로 사실·허위사실로 명예훼손 폐지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4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은 21일 현재 2,057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진실을 밝히고자 어려운 결심을 한 피해자를 더욱 위축되게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란 무엇일까.

미디어와 명예훼손(박아란 저 /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란 형법상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을 말한다. 

이에 따라 진실을 말한 피해자 역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면책 요건 역시 존재한다.

미디어와 명예훼손(박아란 저 /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따르면,행위자의 표현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법원은 넓게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7.9.16. 선고 2005다62761 판결).

또한, 매체 보도가 진행되는 경우 기자가 충분한 확인을 거쳐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판단될 시 처벌을 면책받는다.

미디어와 명예훼손(박아란 저 / 커뮤니케이션북스)
미디어와 명예훼손(박아란 저 / 커뮤니케이션북스)

 

지난해 미국에서 확산된 '미투 운동'은 최근 우리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문 파문이 일어나며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사실관계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다양한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폐지 법안도 제출됐지만,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어렵사리 입을 연 피해자가 더 이상 고통의 나날을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16일 ‘연합뉴스TV’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전해 관심을 끌었다.

‘연합뉴스TV’는 지난 2016년 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계 성폭력’ 폭로는 한국판 미투운동의 시초로 큰 성과를 얻어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지목된 작가들이 공개 사과했고, 제자들을 성폭행한 배용제 시인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받는 등 단죄도 이뤄졌다.

연합뉴스TV 방송 캡처
연합뉴스TV 방송 캡처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가해자들이 태도를 바꿔 명예훼손죄 고소를 남발하며 폭로자들은 또 한 번 긴 싸움에 나서야했다.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길게는 반년동안 수사기관을 오가며 무죄를 입증해야 했다.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렸더라도 그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법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따르는 사회적 비난에 더해 처벌의 위협까지 무시할 수 없다보니 폭로가 어려워지는 것인데, 실제로 피해자 8명 중 1명만 신고를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방송에 나온 최용문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같은 경우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규정 자체가 애매해서 입법을 통해서 범위를 넓히고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위 국민 청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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