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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연출가 오태석, 연극계 거장마저 성추행 의혹 ‘충격’…“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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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한수지 기자) 연극계의 미투운동(Me Too, 성폭력 피해 고발)이 원로 연출가 오태석에게도 번졌다.

20일 스포츠서울 보도에 따르면 여배우 출신 A씨가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글의 가해자가 오태석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15일 A씨는 SNS를 통해 “대학로의 그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투명인간이었다. ‘전, 선생님 딸 친구예요!’라고 외쳤다. 내가 젖먹던 힘으로 용기 내어 소리쳤을 때 누군가는 ‘그만 하시죠’ 한마디쯤은 해줄 거라고. 그때 깨달았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이라고 밝혔다.

오태석 연출가 / 뉴시스 제공
오태석 연출가 / 뉴시스 제공

또한 한때 극단에서 활동했다는 여성 C씨는 최근 자신의 SNS에 “스물 셋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극판을 기웃거리게 된 나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을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뒷풀이에 참석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여성이 지목한 연극 ‘백마강 달밤에’는 오태석 연출가가 연출한 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대표작 중 하나다.

오태석은 서울예술대 교수 겸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 대표이자 국립극단 예술감독이다. 연극계의 원로 연출가인 오태석의 성추행 의혹은 이윤택의 성폭행 논란을 넘어서는 큰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하는 박 모씨가 공개한 미투 폭로글 전문이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에게 건네는 편지

공연이 시작되고
손님이 찾아올 때 마다
또 공연이 끝날 때 마다
행운 가득한 대학로의 그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죠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어요
그럴 수 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투명인간 이었어요.
어릴적에 투명 망또를 뒤집어쓰고
사람들을 골탕 먹이면 참 재미있겠다
상상하며 즐거워했던 나 자신을
오랫동안 원망했어요
모든 게 다 내 탓인것 같아서

어느 날
여전히 행운 가득한 그 갈비집 상 아래로
술에 취한 선생의 촛점없는 미소와 함께
그 뱀 혓바닥 같은 손이 내 허벅지를 움켜쥘 때
난 그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 했어요
전, 선생님 딸 친구예요!
난, 그것으로 끝을 낼 수 있으리라
믿었어요.
내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에게도
드디어 내가 보이고 들리는 기적이 일어난 듯 했어요
내 앞에 그 선배가 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어요
“니가 걔 친구냐? 세상에 세월 빠르네 “
그들은 너털 웃음과 함께 술잔을 비웠고
난, 또다시 투명인간이 되었어요

기대했는데.
내가 젖먹던 힘으로 용기내어 소리쳤을 때
누군가는 “그만 하시죠”
한마디 쯤은 해줄거라고.

그 때 깨달았어요
아무도 없다는것을
나와 당신과 우리는 철저히 혼자 였고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이었어요
그 상 아래서 우리의 어린 청춘이
우리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
선생에 대한 믿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갈 때
나와 당신 우리는
그렇게 혼자였어요

지금 아무 말 못해 망설이고
잠 못들고 아파하는 당신.
아무것도 미안해 말아요
당신과 우리는
그동안 아픈지도 모르고 산걸요
이렇게 상처가 벌어져 있는지도 모른채
미친듯 살았는걸요
부지불식간 내 영혼을 좀먹는
그 미끄덩 거리던
더러운 손을 20년이 다 되도록
지우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걸요
당신에겐 위로가 필요해요
나와 우리에게 미안해 말아요
말하지 않아도 보이고
다 아는걸요.

오늘은 아무에게도 미안해 말고
당신의 여전히 떨리는 마음을
상처투성이 몸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고맙다고
견뎌줘서
살아줘서
고맙다고.

기억해요.
이제 당신은 투명인간이 아니예요
기억해요.
이제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당신은 우리예요.

박 모씨의 두번째 폭로글

이윤택으로 인해
벌벌 떨며
대책회의에 분주한 당신들.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다 하여,
매일 추이를 지켜보며
회의를 한들,
수십년 동안 촘촘히
집요하게 그것도 철저히
약자만을 골라 저지른
당신의 죄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감추고, 무마하고, 회유하여
넘어가려 하면 할 수록
수십 년 동안 당신이 손 댄
수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당신의 죄 값은
더더욱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환하게 발광할 것입니다.

제가 글을 지우고,
제가 당신을 만나 사과를 받는다고
갈무리 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그리고 그럴일은 없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두 개의 글을
수십번 쓰고 지었다를 반복하며
끝내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까닭은

단 한번 만이라도
책임있는 어른의 모습을
기대했던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든걸 걸고 지키고
가꿨던 그 이름이 한순간에
치욕의 이름으로 떨어지지 않길
바랐던 간절함 때문 이었습니다.

당신을 하늘처럼 모시며
바보처럼 청춘을 오롯이 바친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이
당신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던 애끓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명예를 목숨처럼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당신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마지막 예는
여기까지 입니다.

이 시간 이후
완장 채운 그 철없는 어린 아이 뒤에서
저를 향한 그 어떤 회유와 조정, 갈무리...
일체의 시도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더는 제게 묻지 마십시오.
예술가로서, 어른으로서
남아있을 일말의 양심에
직접 묻고
책임있는 행동으로

답해 주십시오.

단 한번만이라도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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