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괴물 실명 언젠가 밝힐 것…문화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 추진 요구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최영미 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의 왜곡보도를 바로잡았다.

최영미 시인은 오늘 JTBC 뉴스룸 인터뷰 이후 일부 매체가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다며 바로 잡는 글을 게시했다.

최 시인은 "수십명에게 성추행 당하지 않았다"며 명예훼손이므로 제목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최 시인은 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이라 밝혔다.

최 시인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권력을 가진 문인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문단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다시 했다. 특히 성희롱이 싫어 문단 모임을 멀리하고 술자리를 피하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한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며, 원고청탁도 뜸해지고, 신간이 나와도 무시당한다는 것.

문단도 사교계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성추행이 싫어 자리를 피하다보면 잊혀진다는 것이다.

이어 시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내면서 게재를 확신하지 못했는데 시를 게재해 주어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시인은 이어 '괴물'을 본 모 신문에서 괴물에 대해 물었으나 당시에는 겁이 나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와중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최 시인의 시가 SNS를 통해 퍼지고 기사가 나오면서 젊은 여성 문인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괴물'의 실제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줄 것이며,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성추행했던 상황과 과거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목격한 괴물의 성폭력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가장 심한 1993년의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차마 밝히지 못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은 괴물의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며 그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를 읽을 자격이 없는 자라 주장했다.

또한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모두 참여하는 문화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할 것을 요청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도종환 문체부 장관 역시 바쁠 것임은 틀림 없으나, 문화계 내의 성추행과 성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미투운동은 종식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명망 있는 시인이었던 도종환 장관 역시 문인으로서 문단 내의 성추행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시인이 언급한 내용에서 문학담당 기자들과 명망 있는 문인들의 카르텔이 엿보이기도 한다. 기자들은 명망 있는 작가나 시인을 통해 문인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만큼 유명한 문인과 친하지 않은 문인들은 쉽게 잊혀지게 마련이라는 것.

결국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선 문학담당 기자들과의 인연도 중요한데, 그런 자리가 성희롱과 성추행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문학담당 기자들은 괴물과 같은 원로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된다.

이하는 최영미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지난주 jtbc 뉴스룸에 나간 뒤 일부 매체에서 제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최영미는 수십명에게 성추행 당한 적이 없습니다. 저를 성희롱하거나 성추행을 시도한 남자문인들이 수십명이라고 말했는데, "최영미시인 문단에서 수십명 성추행"이라고 크게 제목을 뽑은 기사가 인터넷에 뜨네요. 제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기사 제목을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 (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입니다. 악수를 하며 제 손을 오래 잡고 손바닥을 간지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두어명 있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의 이러저러한 요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결국 성적인 함의를 포함한 메시지를) 거절했을 때, 여성작가가 당하는 보복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제외되는' 식으로 문단의 주변부로 밀려나지요. 그들에게 희롱당하고 싶지 않아 문단 모임을 멀리하고 술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하지요. Out of sight, out of mind. 자주 나타나지 않으면 원고청탁도 뜸해지고, 신간이 나와도 사람들이 모르지요. 주요 출판사의 큰 행사나 시상식에는 문학담당 기자들도 오는데, 기자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더라도 작가인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라도 각인시켜야 나중에 책이 나올 때 그들의 가시권에 들어오지요.
저처럼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문단 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나 이렇다할 인맥이 없는 여성문인이, 문단 사교계를 멀리하면 자기가 잊혀지는 줄도 모르고 잊혀지지요.

문단 카르텔 속에서 여성문인이 당하는 피해를 쉽게 설명하려 한 예를 들었을 뿐, 제가 방송 인터뷰에서 문단 내 성폭력과 보복이 진행되는 과정 전체를 일반화한 건 아닙니다.

저는 7만원짜리 시를 썼을 뿐인데, 파장이 커져서 저도 놀랐습니다. 작년 가을에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내고 게재여부를 저도 확신하지 못했지요. 만일 시가 잡지에 실리지 않으면 내 페북에 공개할까 생각중이었는데, 고맙게도 시를 실어줘서 페북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잡지가 나온 뒤 인천에서 발행되는 모신문에서 전화가 와 괴물에 대해 묻길래, 덜컥 겁이 나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누가 나를 건드리지 않는한 내가 먼저 말하지 않겠다"고 저는 말했지요. 괴물과 괴물을 키운 문단권력의 보복이 두려웠고, 그들을 건드려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기도 힘든데...일부러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았지요.

그리고 한참 잊고 있었는데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에 제 시가 트위터 sns에 돌아다니다 기자들의 눈에 포착되어 여기저기서 기사가 나왔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겪은 슬픔과 좌절을 이제 문단에 나오는 젊은 여성문인들이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방송에 나갔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저를 성추행했을 때의 실제상황, 그리고 1993년~ 1995년 사이의 어느날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입니다.
1993년경 종로의 술집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는데, 제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네요.
저뿐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괴물의 제대로된 사과,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합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를 읽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하기를 요청합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이제 제게 괴물과 괴물을 비호하는 세력들과 싸울 약간의 힘이 생겼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를 바라며, 저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Metoo 를 외치면, 세상이 변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