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신아람 기자) 법조계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 문학계로 번졌다.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발표한 시 ‘괴물’이 뒤늦게 주목받으며 신임 한국시인협회장에 선출된 감태준 시인의 전력에 논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자 성추행, 성폭행 추문 사건으로 교수직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는 감태준 시인이 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 제 42대 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
감 시인은 지난 2007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추문에 휘말려 해임됐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감 시인은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같은 논란에 최영미 시인의 ‘괴물’ 시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최영미 시인은 계간 문예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된다.
이는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는 작가 En이 후배 작가를 성추행한 사실을 폭로한 글이다.
그러나 최영미는 En이 가리키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시가 이슈화되면서 최영미 시인은 “문단과 사회에 만연한 우상숭배에 대한 풍자시”라며 “문학작품으로 봐주기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영미가 써서 화제가 된 ‘미투 시’인 ‘괴물’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르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