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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핑크스페이스’ 에이핑크, ‘핑순이’와 ‘판다’와 ‘떽먹금’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8.01.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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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여러분은 ‘떽먹금’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1월 12일과 13일 에이핑크(APINK)는 단독 콘서트인 ‘PINK SPACE 2018’(핑크스페이스) 공연을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에이핑크(APINK)는 ‘노노노’, ‘미스터츄’, ‘러브’, ‘천사가 아냐’ 등의 무대에서 청순 걸그룹다운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날 청순한 매력만 보여주진 않았죠.
 
에이핑크(박초롱, 윤보미, 정은지, 손나은, 김남주, 오하영)는 이번 콘서트에서 ‘붐파우러브’, ‘콕콕’, ‘퍼퓸’ 등 단체무대에서 섹시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오하영은 ‘가시나’, 정은지는 ‘도미노’, 손나은은 ‘뉴페이스’ 등 개인무대에서도 섹시한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현장 곳곳에서 판다(에이핑크 팬클럽)들은 탄성을 질렀죠. 8년 차 청순 걸그룹은 콘서트에선 반전매력도 보여줍니다.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포스터 / 플렌에이 ENT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포스터 / 플렌에이 ENT


여러분들은 에이핑크(APINK)라는 그룹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십니까.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수식어는 ‘대한민국 대표 청순돌’일 것입니다. 2011년도에 데뷔한 에이핑크는 2018년 현재에도 청순 컨셉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발표한 신곡 ‘파이브’도 청순 컨셉이었죠. 이는 20세기 말이나 21세기 초 걸그룹 시장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걸그룹이 ‘청순으로 시작해 섹시로 끝난다’는 공식을 그 당시에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청순걸그룹계의 대명사격 명곡으로 불리는 ‘내 남자 친구에게’를 불렀던 핑클이 후기에는 섹시컨셉의 노래인 ‘나우’를 선보였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멀게 갈 것 없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이는 크게 다를 것 없었습니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은 그야말로 ‘대섹시컨셉’ 시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청순큐티 컨셉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스데이(2010년 데뷔)는 바로 그 ‘기대해’ 활동 이후 섹시 걸그룹으로 대변신했고, 밴드&댄스 하이브리드 걸그룹을 표방했던 AOA(2012년 데뷔)는 ‘흔들려’ 활동부터 섹시 걸그룹으로 변신했습니다. 걸크러쉬 타입의 데뷔곡 ‘비스타’를 선보였던 피에스타(2012년 데뷔)는 ‘하나 더’라는 파격적인 곡으로 논란이 됐죠.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개인 포스터 / 플렌에이 ENT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개인 포스터 / 플렌에이 ENT


또한 년도 상 데뷔 동기인 달샤벳(2011년 데뷔)도 ‘내 다리를 봐’, ‘조커’와 같은 섹시 컨셉의 노래를 선보였고, 한 때 청순 라이벌로도 불렸던 헬로비너스(2012년 데뷔)는 멤버 탈퇴 및 개편 이후 ‘위글위글’, ‘끈적끈적’, ‘난 예술이야’와 같은 섹시 컨셉의 곡을 선보였습니다.
 
당시에도 이런 경향을 좋아하지 않는 팬들은 많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선 섹시를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죠.
 
사실 에이핑크도 섹시를 아예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규 1집 타이틀곡 ‘허쉬’(2012년 발매)가 그러한데요. 이 노래는 섹시+청순+복고를 동시에 담으려고 했던 노래였습니다. 나름 당시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도 입었고, 각선미를 강조하는 춤으로 섹시함(?)을 어필하려고 했었죠.(결국 에이핑크는 섹시컨셉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현장 / 플렌에이 ENT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현장 / 플렌에이 ENT


이 ‘허쉬’로 부진한 성적을 낸 이후 에이핑크는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며 7인조에서 6인조가 됐습니다. 그리고, ‘6핑크’가 된 상태에서 처음 선보인 앨범이 바로 그 ‘시크릿 가든’이었죠. 에이핑크의 대표 히트곡 중 하나인 ‘노노노’가 들어있는 앨범. 이 앨범이 대박 난 이후 에이핑크는 ‘대한민국 대표 청순돌’이 됐고, ‘미스터츄’와 ‘러브’까지 연이어 큰 사랑 받으며 음원과 팬덤 모두 강한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이런 에이핑크의 역사는 자기 자신들에게도 다이나믹했지만, 걸그룹판 전체에도 커다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바로 ‘섹시 컨셉을 하지 않아도 노래 좋고, 팬덤 탄탄하면 걸그룹으로서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비섹시+공연 중심형 걸그룹으로 성장 중인 팀들에게 에이핑크의 역사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현장 / 플렌에이 ENT
에이핑크 콘서트 ‘핑크 스페이스’ 현장 / 플렌에이 ENT


앞서 서두에 ‘떽먹금’에 대해 아시냐고 물어봤죠?
 
‘떽먹금’이란 ‘떽띠(섹시)파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금지)’라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섹시 컨셉을 원한다고 하거나 해당 아이돌의 최대 매력이 섹시함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입장이 아닌 팬들이 쓰는 말이죠. 쉽게 말해 ‘내 아이돌은 섹시 컨셉은 하면 안 된다’는 표현을 저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핑크와 팬클럽인 판다는 그 어느 팀 이상으로 오랫동안, 철저하게(?) ‘떽먹금’을 해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에이핑크는 ‘리멤버’(‘핑크메모리’ 타이틀곡) 활동 당시 멤버 하영이 컨셉샷에서 다소 과감한(?) 의상을 입자 팬들이 포토샵으로 수정한 일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워낙 화제가 되다보니 해당 에피소드는 방송에서도 언급됐고, 덕분에 팬클럽 판다는 보수적인 팬덤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습니다.

팬들의 포토샵을 부른 에이핑크의 ‘핑크메모리’ 컨셉샷 / 플랜에이 ENT
팬들의 포토샵을 부른 에이핑크의 ‘핑크메모리’ 컨셉샷 / 플랜에이 ENT


그런 일이 있은지도 약 3년 전. 지금의 에이핑크와 판다는 어떨까요?
 
‘핑크 스페이스’에서 만난 판다들과 에이핑크는 ‘섹시’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멤버 은지는 토크 중 “이제 좀 섹시하다고 소문나고 싶다”고까지 이야기했고, 이에 판다들은 “섹시하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제는 가수와 팬들 모두 특유의 보수성과 개성을 벗어던진 것일까요?
 
그건 아마 아닐 것입니다.
 
그보단 이제 소위 ‘떽먹금’ 이상의 신뢰와 믿음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죠.
 
여러 걸그룹 팬들이 소위 ‘떽먹금’을 외치는 것은 섹시 걸그룹으로 출발하지 않은 팀이 섹시 컨셉을 하게 되면 기존에 구축해놓은 그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과 팬덤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 애기’였던 내 가수가 누군가의 성적 판타지 대상이 되는 것을 메인 전략으로 한다-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는 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각 아이돌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성도 완전히 붕괴될 가능성도 있고. 그래서 섹시로 출발하지 않은 팀에게 섹시는 필살기라는 단어와 독이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다닙니다.

에이핑크 박초롱 /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방송 캡처
에이핑크 박초롱 /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방송 캡처


하지만 에이핑크는 이젠 사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그룹입니다. 아무리 얼굴이 예뻐지고 몸매가 예뻐지고 분위기가 섹시(!)해져도 ‘에이핑크는 에이핑크다’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죠.
 
8년 차게 된 지금도 팀의 첫 번째 팬송인 ‘4월 19일’을 부르면 눈물을 흘리는 팀. 오글거려하면서도 팬들에게 귀여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팀. 그런 걸그룹이 바로 에이핑크라는 것을 판다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2011년에 데뷔한 K-POP 걸그룹 중 2018년에도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팀.
 

에이핑크가 새해에는 또 어떤 ‘자신들다운 성장’을 보여줄지 함께 기대해봅시다.
 
*여돌학개론은 오로지 여자아이돌만 다루는 톱스타뉴스의 새 기획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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