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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Lee Byung Hun)은 왜 할리우드에 갔을까 [인터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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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아 기자] ‘광해’에서 왕과 천민을 오가며 1인 2역을 펼치던 이병헌이 이번엔 할리우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돌아왔다. 브루스 윌리스부터 존 말코비치까지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 ‘레드: 더 레전드(레드2)’에서 이병헌은 세계 최고의 킬러 같지만 알고 보면 허당 캐릭터 ‘한’으로 분해 할리우드에 제대로 도전장을 냈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레드2’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전작들보다 뚜렷하고 눈부셨다. 브루스 윌리스와 존 말코비치 앞에서 보란 듯이 연기를 펼치는 이병헌을 보고 있자니 본인 말처럼 그야말로 신기했다.
▲ 이병헌(Lee Byung Hun) / (주)블루미지
“‘레드: 더 레전드’ 출연 자체만으로도 신기했죠”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병헌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처음보다 여유가 생겼다면서도 여전히 신기하다며 말문을 여는 그의 모습에서 할리우드 첫 진출작 ‘지아이조’ 시리즈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병헌은 “사실 할리우드 진출 처음에는 너무 긴장해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내성적으로 보일 정도로 소극적이었는데 이제는 인사도 먼저하고 대화를 다 못 알아듣더라도 한마디씩 거들 수 있다. 그럴 때 스스로 조금 여유가 생겼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레드: 더 레전드’에는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헬렌 미렌 등 할리우드에서도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는 “안소니 홉킨스의 영화를 본 세대라면 똑같은 기분일거다. 촬영장에서 같이 연기를 하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앞으로 영화 인생에 있어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 배우들과 더 많이 친해졌다는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가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는 말도 해주더라. 존 말코비치는 디테일이 엄청난 배우라고 느꼈다. 섬세한 부분까지 설정해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통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함께 연기한 동료들을 언급했다.

이어 “같은 배우로서 배운 것은 무의식에 쌓여 재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하나 하나 말하기는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멋진 배우이면서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신 분들이다. 내가 저분들과 또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갖는 것처럼 후배들한테 나도 그런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할리우드 내 인지도? 한국영화 마니아들 많아 놀랐어요”

‘지아이조’ 두 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할리우드 진출인 만큼 이병헌에게 ‘레드2’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전작 ‘지아이조2’가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면 이번 ‘레드’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다. 엄청난 배우들과 같은 화면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큰 발전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할리우드에서 배우 이병헌을 많이 알아보냐”고 묻자 “아직은 잘 못 알아보신다. 간혹 ‘지아이조’에 나왔지 하면서 알아보시기도 하는데 100명중에 1명 정도다”며 의외로 한국 영화를 보고 알아보는 외국 팬들이 더 많다고 답했다. 이병헌은 “한국영화 마니아들이 참 많더라. ‘지아이조’를 보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반, 한국영화를 보고 나를 안 사람이 반이었다. ‘달콤한 인생’보다 ‘악마를 보았다’를 보고 많이들 알아보시더라. 임팩트가 있었나 보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촬영 환경을 꼽았다. 기본적인 부분은 비슷하지만 스튜디오와 프로듀서의 힘이 감독 못지 않게 크게 작용한다며 “한국은 감독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밤샘 촬영이 잦은 한국에 비해 할리우드는 철저하게 시간을 지키는 촬영 환경이다. 이병헌은 “부득이하게 밤샘 촬영이 있으면 미리 알려준다. 밤샘 촬영을 할 경우 스태프들에 주어지는 돈이 엄청나다. 그래서인지 웬만하면 근무 외 수당을 안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 이병헌(Lee Byung Hun) / (주)블루미지
“닭가슴살에 생선만 먹으면서 몸 만들었죠”

유독 출연하는 할리우드 작품마다 노출을 감행했던 이병헌은 이번 영화 ‘레드2’에서도 근육질 몸매를 드러냈다. 이병헌은 “그 동안 맡은 역할들이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여서 노출을 하게 된 것 같다. 몸을 만드는 것은 항상 힘들다. (미국) 동네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는데 기구들도 옛날식이더라. 친구들과 같이 하다가 나중에는 혼자서 하게 되더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완벽한 몸을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이병헌은 운동과 더불어 양념이 안된 닭가슴살과 생선을 먹으며 치열하게 몸매를 완성했다. 그는 “먹는 게 곤욕스러웠다. 맛없는 것을 두 시간에 한번씩 먹었다. 트레이너가 배고픈 시간을 가지지 말라고 하더라. 생선 열다섯 마리를 하루 다섯 끼로 나눠 세 마리씩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전형적인 미국식 액션 코미디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들의 정서와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못 내겠더라. 미국식 유머에 대한 걱정이 되긴 했다. 미국 시사회에서도 웃음이 많이 터지는 것을 보며 다행이구나 싶고 기분이 좋았다”고 시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개런티가 계속 올랐냐”는 물음에 “개런티는 영화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지아이조2’ 때가 개런티가 더 높았다”며 “출연료 보다는 작품이 가진 매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존 추 감독이 ‘레드3’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해진 가운데 이병헌은 캐스팅 제안이 온다면 함께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 이병헌(Lee Byung Hun) / (주)블루미지
“할리우드가 종착지? 탐험하는 기분이었어요”

올해로 데뷔 22년차인 이병헌은 충무로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린다. 지난 2012년 개봉해 1천2백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서는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이병헌은 이런 수식어가 고마운 한편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담감을 안 가지려 한다. 내 리듬을 갖고 연기 하다 보면 때로 성공하는 작품도 나오더라. 그렇게 생각해야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레드2’에 이은 이병헌의 선택은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다. ‘협녀’는 고려 말, 검객의 신분을 숨긴 채 스승이자 엄마로서 복수를 위한 비밀병기 ‘설희(김고은)’를 키워 온 ‘설랑(전도연)’과 천출의 신분으로 왕의 자리를 탐하는 ‘덕기(이병헌)’의 18년 만의 숙명적 재회를 담은 영화다.

국내 스크린 복귀를 앞둔 소감을 묻자 이병헌은 “내게 할리우드가 종착지는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탐험하는 기분으로 연기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를 찾지 않고 작품을 못하게 되더라도 개인적으로 손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남자들은 누구나 ‘달콤한 인생’과 같은 느와르를 꿈꾼다. 좋은 (느와르) 이야기가 있다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오는 8월 10일 연인 이민정과 결혼식을 앞두고 “‘레드2’ 홍보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고 ‘협녀’ 미팅도 하다 보니 진짜 정신이 없다. 내가 준비를 잘하고 있나 싶다”며 조심스럽게 결혼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 이병헌(Lee Byung Hun) / (주)블루미지
이병헌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앞서 ‘레드2’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스스로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언제까지 체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은퇴를 생각해 본적은 없다”고 연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다는 배우 이병헌, 그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는 이병헌의 다음 발걸음이 여전히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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