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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양심 임은정 검사, 검찰 시국사건 재심청구 관련해 심경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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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지난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 백지구형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했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으면서 오히려 법과 양심에 따라 기소하는 소신 검사로 이름을 알린 임은정 검사가 검찰이 직권 재심청구 TF를 구성해 시국사건 6건을 자체적으로 재심 청구하는 것을 소개하며 소회를 풀어 놓았다.
 
대검 공안부에서 최근 ‘태영호 납북사건’ ‘납북귀환 어부 사건’ 등 주요시국사건 6건을 직권 재심 청구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전하며, 임은정 검사는 지난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재심 사건 무죄구형 후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 /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 /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는 당시에 힘들었던 심경을 남긴 글도 함께 소개했다.
 
임 검사가 남겼던 글 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리라’는 결의가 눈에 들어온다.
 
후배들을 위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다녔던 이 글은 재심청구 소식을 듣고 “검사로서 할 일을 한 것 같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 같습니다”라는 글로 마무리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의 적폐를 일소하고 상식과 정의가 바로서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과거 시국사건을 재심청구하겠다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검찰 내부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렸던 정의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임은정 검사가 남긴 글
임은정 검사가 남긴 글
 
[임은정 검사가 남긴 글 전문]
 
2012. 9.
박형규 목사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구형 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맷집이 없을 때라, 약간의 구박에도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를 못 하겠더라구요.
무죄를 무죄라고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이해할 수 없고, 이런 저런 질책과 따가운 눈총에 힘겨워 한참을 혼자 웅크리고 있다가 털고 일어서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다음과 같은 다짐을 남겼습니다.
 
2012. 10. 9.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리라 그리 마음먹고 가지만.. 기실 바람이 아니다 보니 그물에 걸리면 생채기가 생긴다...
이렇게 부딪쳐 가다 보면 결국 그물이 찢길터.
그리 믿고 씩씩하게 걷자...
그리고...
내 뒷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이 그물을 찢어버리고 말테다.’
 
다짐은 그리 해도 인생이 좀 순탄했으면... 하는 바램을 누군들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과거사 재심사건을 맡게 된다면, 공안부와의 전쟁이 불가피하고 그렇다면 장렬히 전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다짐을 그리 하면서도 과거사 재심사건이 제 담당 재판부에 더 이상 없었으면.... 내심 기도했습니다.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있겠습니까.
고 윤길중의 과거사 재심사건이 곧 밀려오데요.
죽을 줄 알면서 죽으러 가는건.. 정말 무섭더라구요.
 
2012. 12. 28.
재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가기 직전, 내부게시판에 징계청원글을 올리면서 또 멈짓 했습니다. 멈추고 싶은 마음과 해야 한다는 당위감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다 보니 마우스로 글 게시 클릭을 하는 그 짧은 순간,
시간이 정지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제 능력 부족으로 상급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지만, 해당 재심 사건의 무죄 구형은 재량권의 행사가 아니라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저는 지금 무죄 구형을 위해 법정으로 갑니다.
제가 중징계를 받아 검사의 직분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이로써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재검토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하여 검찰이 재심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 있어 일관되게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검사로서 제가 할 도리를 한 것 같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 검사, 독단적 무죄 구형 등으로 언론 보도될 때, 이미 보도된 징계청원글 한 토막입니다.
과거사 피해자분들에 대한 검찰의 잘못은 과거형일 뿐만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그때 뒤늦게 깨닫고,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하고 참담하던지요.
검사의 구형은 무죄구형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 그때의 저에게 무죄구형 강행 이외에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제사, 우리 검찰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법 피해자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너무도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만, ‘이제라도’ 동참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오전에 이 뉴스를 접하고, 너무 기뻐서 그 징계 청원글의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검사로서 할 일을 한 것 같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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