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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PD수첩' 위기의 청소년 부모, "국가가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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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조현우 기자)
'PD수첩'에서 청소년 부모들이 겪는 현실에 대해 취재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4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인천 모텔 아기' 사건에 대해 다뤘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와 어린 남편. 20대 어린 부부인 두 사람은 부모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모텔을 전전하며 아기를 키웠다. 지적장애가 심했던 아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지명 수배자가 되었다.

결국 남편과 아이 둘만 모텔에 남겨둔 채 경찰에 붙잡혀 가야 했었다. 재판장에 나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작진이 그들의 지인에게 묻자, "지적장애도 있는데다 어릴 적부터 야단을 많이 맞고 자라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서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못 할 정도의 상태였을 것"이란 답이 돌아온다.

이후 홀로 아기 둘을 돌보던 어린 아빠. 그러나 아이들을 돌봐야 해 돈을 벌러 나가지 못했고, 최선을 다해 아기들을 돌봤으나 결국 아기가 사망한다. 이후 아이의 아빠는 '아동 학대' 혐의로 잡혀가게 된다. "내 자식이고 가족이니까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체포된 후 아이들을 돌보기가 어려웠습니다"라고 PD수첩 측에 편지를 보낸 아기 아빠.

아기가 사망한데에 이들의 잘못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꼭 이 부부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지 MC 두 사람은 다시금 시청자들에게 질문한다. 주거급여로 지급되는 약 15만원 정도만 지원받으면서 살아가던 어린 부부. 너무나 씁쓸한 현실에 PD수첩은 청소년 부모의 출산 등에 대한 통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절반 이상이 넘는 청소년 부모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채로 부모님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로 나왔다. 가혹할 정도의 생활고는 이들 앞에 닥친 현실인 것이다. 

청소년부모지원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를 PD수첩 제작진이 만나봤다. 그는 청소년캠프에서 미혼모와 어린 부부들을 보고 처음 이 일에 뛰어들었다 한다. 배보은 대표는 "부모님한텐 가정학대로 인해 폭력이 너무 커서 집을 나온 상태였고, 저희가 갔을 때 7개월 된 임산부였는데 은박돗자리에서 지내고 이불이 없었어요. 집에 먹을 것도 없는 거예요. 노숙하는 친구들, 찜질방에서 전전하는 친구들, 집에 갔는데 아기가 나와 있고. 주방 가위로 탯줄 끊고 있는 아이들. 60% 정도는 오늘 즉시 개입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내일 뉴스에서 보겠구나, 하는 정도의 위험이요"라고 미성년 부부들의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설명한다.

"미혼모 시설은 아기 아빠랑 떨어져야 되니까 받아준다는 데가 없었고. 일단 미성년자는 집 계약을 해주는 곳이 잘 없어요"라고 어린 부부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전한다. "거의 밥은 못 먹었어요. 가끔 생기는 라면 있으면 그 날은 정말 감사한 거고. 거의 못 먹고. 물이나 주스 같은 거 많이 먹었어요. 사실 그땐 아기에 대한 걱정보단 그냥 제가 밥을 못 먹고 산다는 게 더 서러웠던 것 같아요"라고 그들은 얘기했다.

"또 학력 때문에 아예 써주는 곳이 없었어요"라며 청소년 부부 중 아기 아빠 김정우(가명) 씨는 얘기하기도 했다. 아기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을 전하는 청소년 부부. 처음에는 지우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계속해서 아기에게 정이 들었고 보내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키우기로 결심했다는 최유미(가명) 씨.

제작진은 청소년부모 중 한 사람인 양예진 씨에 아이를 언제 가졌냐 물었다. 이에 양예진 씨는 16살에 가지게 되었다 말하며 "엄마는 제가 임신중독증으로 입원했단 말예요. 그때 입원할 때 동의 필요해서 그때 아셨어요. 출산하기 일주일 전. 아빠는 바로 아셨고"라고 양예진 씨는 전했다.

고작 17살에 엄마가 됐다. 발도장을 찍어 놓은 카드부터 아이에 대한 정보가 담긴 카드를 보여주는 양예진 씨. "인큐베이터에 있는데 아기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이만한 거예요. 처음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길면 일주일이라고. 그 고비를 못 넘기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하고 말을 잇던 양예진 씨는 곧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못해 아이가 아프게 된 것 같아 미안했다며 양예진 씨는 눈물을 닦았다. 부서질 것처럼 작았던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올해 5살인 아이. 청소년부모 양예진 씨의 남편 김유일 씨는 "어린데 애가 벌써 커서 이렇게 있으니까, 손 잡고 있는데 뭉클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놀이터에 나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양예진 씨와 김유일 씨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어 보인다. 김유일 씨와 양예진 씨는 모두 이혼한 가정에서 자랐다. 김유일 씨는 "엄마가 가기 전에 진짜 딱 기억나는 게 딸기우유랑 생크림 빵, 그거 냉장고에 넣어놓고 갔거든요. 엄마를 많이 기다렸죠. 할머니 댁에서 몇 개월, 그리고 이모 집에서 몇 개월. 그러다 쉼터로 넘어 갔어요. 제가"라고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대해 전했다. 

따뜻한 가족을 원했고 좋은 부모가 되어 주고 싶었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두 사람은 아이를 낳고 학교를 중퇴한데다 원룸을 전전 중에 있다. 김유일 씨는 코로나가 시작된 후 아르바이트에서도 바로 잘렸다고 한다. "월세가 30만원이고 적금할 돈이 남지를 않아요"라고 양예진 씨는 얘기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소년 부모들은 예진 씨와 유일 씨 이외에도 많다. 청소년 부모를 대상으로 한 2019년 조사에서 월 소득 100만원 이하 가정이 절반이 넘었다. 또한 61%는 쉬고 있는 상태였으며, 임신 전부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출산을 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의 비율이 높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처 조사관은 "아직도 보호와 돌봄,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이라고 말하며 "근데 갑자기 이른 부모가 됨으로써 누군가의 인생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된다는. 그런 위치에 놓여 있는 거죠. 그래서 특수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다"라고 얘기했다. 5살 예빈이(가명). 청소년 부모인 안예은(가명) 씨가 17살에 낳은 아이다. 

아기를 원망하진 않을까, 자신이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했다는 안예은 씨. 안예은 씨는 친엄마와 100일 이후 떨어졌다 한다. "낳아서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한 거. 친엄마에 대한 원망이 컸어요. 전 진짜 그렇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안예은 씨는 아이를 낳은 이유에 대해 전한다. 

아이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냐는 물음에 안예은 씨는 "저 아기 낳고 나서 조금 변한 걸 느낀 것 같아요. 언제인가부터 시작을 해서 진짜 악마로 변한 것처럼 폭력적이었어요. 칼을 바닥에 던지고, 저랑 아기랑 그때 맨발로 그냥 뛰쳐나왔어요. 모텔에서 핸드폰도 없이 숨어 있었어요. 죽을까봐"라고 말한다.

아이 아빠는 모든 지원을 끊었다. 그렇게 홀로 버텨야 했던 안예은 씨다. 지금은 미혼모 시설에서 마련해준 쉼터에서 생활 중이지만 6개월 후면 비워주어야 한다. 수급비가 들어오면 악착같이 저축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안예은 씨. 아기를 키우면서 돈을 모으는 것이 말도 안 되게 어렵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 시험도 준비 중이고, 사이버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다는 안예은 씨. "다 포기하고 졸업장만 따려고 이 악물고 다니다가 애기가 나온 거예요.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는데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다시 다니고 싶어도 아기 볼 사람이 없었어요. 또래 친구들은 학교 다닐 나이에 저는 아기 띠 매고 거리를 돌아다녔어요"라고 안예은 씨는 전한다.

선진국에선 정부가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10대 부모 지원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은 1996년부터 간호사 가족 파트너십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임산부를 방문하거나 가족을 방문해 복지 혜택을 제공 중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 NFP 프로그램 효과를 보면 취업률은 2배 증가했고 범죄연루 비율과 아동학대 방임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한 민간업체 사단법인 예람도 이런 일을 진행중에 있다. 고시원에 살던 17살 부부는 강혜진 대표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러한 단체에서는 집안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배보은 대표는 "이웃이고, 어른이고, 저희가 먼저 아이도 낳았고. 알려주는 거예요. 이웃처럼"하고 말한다. 또 하나 신경 쓰는 부분은 가계부라 한다. 월세나 공과금, 의료비나 생활비 등에 대해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필수적이라는 배보은 대표. 부채가 있을 경우 이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생활에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배보은 대표는 말하며 월말 관리와 재정 관리에 대해서도 조언을 돕고 있다.

청소년 부부들은 누군가 그냥 조금이라도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다고 전했다. 청소년 부모들은 모두가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가족사진 찍는 것도 하고 싶고, 놀이동산 그런 곳도 가보고 싶고. 많이 해주고 싶어요"라는 어린 부모들의 소망이다. '철부지들이 저지른 사고', '능력도 안되면서 왜 애는 낳아서'. 이런 말들은 청소년 부모들에게 하는 폭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어리고 가난하단 이유로 모텔을 전전해야 했던 그런 일들이 또 다른 어린 부부에게 발생해선 안될 것이라고 MC들은 입을 모았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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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피디수첩)'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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