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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려한 유혹’ 정진영, “강석현이 가진 이면의 아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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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한수아 기자)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배우”

야망으로 가득찬 악인에서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까지, 한 인물이 그려내는 드라마틱한 변화. 그 중심에는 배우 정진영이 있었다. 
 
‘화려한 유혹’ 강석현은 아리송한 인물이었다. 그는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19일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 배우 정진영과의 만남에서 찾을 수 있었다. 
 
Q. 드라마가 촬영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정진영 : 저는 이제 분량이 다 끝났다. 촬영 끝나고 바로 여행을 다녀왔다. 스코타이라고 태국에 있는 곳에 다녀왔다. 주로 역사 공원 유적지를 좋아해서 많이 다녀봤지만 못 가본 곳이라 이번에 다녀왔다.
  
Q. 여행다니시면서 강석현 역할을 많이 비우시고 오셨나.
 
정진영 :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저만 끝났지 다른 배우들은 촬영이 남아 있다. 이야기도 남았고. 촬영장 안 가고 가만히 있는게 어색할 거 같아서 바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가서 다른 생각은 안 했다. 다녀와서 인터뷰하니까 다시 드라마 생각이 나는 것 같다.(웃음)
 
Q. 마지막회를 보실 예정이신가.
 
정진영 : 드라마 보고있다. 여행다녀와서 다시보기로 챙겨봤다. 기분이 묘했다. 강석현의 입장으로 보였다. 내 책상, 내 의자였는데, 내가 다니던 거실이었는데 내가 없었다. 영혼이 다른세계로 넘어가기 전에 자기 주변을 본다면 참 묘한 느낌으로 보여지겠다고 느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또 내가 죽은 뒤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나의 유언은 잘 지켜지고 있을지, 유서는 형한테 잘 갔는지, 그런 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대본을 안 봤다. 안 보고 보니까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결론은 나도 모른다.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Q. 가장 사랑 받은 캐릭터인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진영 : 글쎄. 최강희와 의외의 멜로? 호소력 있었던 것 같다. 또 한가지는 강석현이라는 역할이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을 하는 인물이여서 그랬던게 아닌가 싶다. 저는 이 드라마의 시작점은 악인으로 출발해 은수(최강희)를 만나서 사랑을 느끼게되고, 결혼을 하고, 치매에 걸려서 죽는게 제 운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그려질지는 몰랐지만 미리 알고 있었다.
 
저는 사실은 이런 반응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멜로가 있다고 들었으나 이렇게 진하게 전개될지는 몰랐고. 또 예상치 못한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놀랍다. 한편으로는 경계도 되고.
 
Q. 어떤 점에서 경계가 된다고 느끼시는가.
 
정진영 : 배우가 어느 작품이나 어떤 배우로 사랑받을 수는 있는데 그것이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 작품에서의 이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지 다른 작품은 다른 캐릭터로 다른 도전을 해야하는 것이니까. 그런 걸 경계해야한다.
 
한 작품을 했다고 해서 늘 사랑받는게 아니다. 물론 사랑을 받는다하더라도 이번은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주신것 같다.
 
사랑을 받는 것이 기본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게 기본이지. 이것을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착각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지금 가져주는 관심은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드리지만 배우로서 또 다른 작품을 하려면 그런 기쁨들은 이 작품의 고마움으로 간직하고 다른 작품은 다른 자세로 가야한다.
 
Q. 기존 작품들에서 전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족 이야기가 도드라졌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셨나.
   
정진영 : 우리 가족은 독특한 가족이다. 제가 제작발표회때 “저는 더러운 가문의 수장이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화려한 유혹’의 원 제목은 ‘움직이는 성체’였다. 저는 ‘움직이는 성체’의 성주였던 셈이다.
 
‘화려한 유혹’은 정통 사회드라마나 정통 정치드라마는 아닌데 묘한 베이스가 깔려있다. 모두 부패 권력자들이다. 다 이상한 사람들이고. 이게 이 작품의 베이스다. 부패한 권력에 대한 풍자가 밑에 깔려있는 작품이다.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러한 부패한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시작한 셈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한계, 약점 그게 바로 비극적 결함일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 하고 그 지점에 대해 연구해서 연기할만 하다는 마음이 들어 하게됐다.

Q. 일생을 악인으로서 살아온 사람인데 가진 것 없고 심지어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 마지막에는 순정을 바쳤다.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한 인물 안에서 가능한가.
  
정진영 : 강석현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강석현의 기본적인 비극이었다. 동시에 희망이었고. 강석현은 젊어서 야망 때문에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총리 라는 자신의 야망을 지키기 위해서 첫 사랑을 버린 셈이다. 그 때부터 그는 야수가 되었다. 그게 강석현의 초반 50대의 모습이었고, 그 야수가 된 사람이 인생 말년을 맞이하고 더군다나 삶을 곧 종용한다는 시한부판정 뒤 이 사람은 ‘삶을 어떻게 볼까’하는 위기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강석현은 은수(최강희)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사람이 시한부인생이 아니였다면 어쩌면 다른  대응을 했을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은수(최강희)는 내게 첫 애인을 가장해서 다가왔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애인에서 은수(최강희)로 가는 감정의 전의를 자연스럽게 가졌고 그래서 사랑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일반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강석현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지 않았나싶다. 다행히 은수(최강희)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 거울을 보고 저의 더러움과 추악함을 알게 됐고 그래서 부끄러움을 알게됐고, 인정했고, 반성하고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 다행히도 한 여인에게 구원을 받는다.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Q. 용기가 있는 역할인것 같다.
 
정진영 : 이 사람이 시한부이고 자신이 삶이 곧 끝날 것 알기 때문에 가능한 심리적 동요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심장병도 그렇고 치매도 그렇고 이 사람이 가진 특질이다.
 
원래 제가 촬영할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감정을 따라가는 거니까. 그런데 인터뷰을 진행해오면서 어제밤에 떠오른 생각인데 심장병과 치매는 재밌는 설정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총리를 버리면서 야수가 되어 심장이 굳어버린거다. 그게 심장병이다. 그리고 그 심장을 운용하려면 가장 이성적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박제 시켜버린 뇌가있다. 그런데 은수(최강희)를 만나면서 심장이 풀려버렸고, 그러자 굳은 심장에 익숙해진 나의 뇌가 이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게 치매고. 사후 해석이다. 결국 남여 간의 사랑 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인물의 시작 점을 자기 자신에 대한 한 없는 자기 부정과 혐오주의로 봤다. 또 자기의 쾌락을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정치적인 웃음이외에는 웃음도 없으니까. 주체할 수 없는 자기의 죄 의식과 부끄러움을 정치적 야망으로 치환해버린 일종의 병자다. 또 잘못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해 자기 자식들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자신이 꿈꾸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면서 그게 옳다고 믿은 자체가 비극적 결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수(최강희)는 자신의 결함을 알게 해준 구원자이지 그녀가 날 비난했다고 해서 액면은 괴롭지만 은수(최강희)를 내칠 수가 없다. 사랑하니까. 저런 거울을 보고 싶었으니까.
 
저희 드라마에 거울이 등장한다. 돌이켜보면 잘 직조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Q. 할아버지가 젊은 여자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떤 고민들을 하셨나.
  
정진영 : 저도 그랬다. 하긴 해야 하는데 되긴 될까. 이 나이차이가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질까. 더욱이 지금 시점에서는 오해가 풀렸지만 전 남편을 죽인 남자와 결혼하는게 가능할까. 결혼 다음에 전개가 되기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다. 근데 배우라는건 어찌됐든 저의 감정으로 그걸 납득시켜야하니까. 감정을 진하게 느껴야 겠다 생각했다. 느껴야 표현할 수 있으니까.
 
하는 내내 반신반의 했었다. 그런데 결혼한 후에 반응을 보니까 전부 다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결혼 할 수도 있었겠네’라고 인정해주셔서 1차적으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드라마 대진운이 좀 아쉬웠다.
 
정진영 : 어쩔 수 없다. 알고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고유의 색깔을 지킬수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우리 드라마의 독특함을 어떻게 가져가겠다라는 포부가 있었다. 소재가 통속적이고 뻔한 이야기 같은데 다른 터치, 다른 결로 만들어왔다.
 
구성방식도 시청률에 이로운 방식이 아니다. 드라마는 초반에는 한 회만 걸러도 못 따라온다. 그건 굉장히 불리한 거다. 저는 드라마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제 보더라도 빠져들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극도 넣고 반복도 하고 그런다고 하는데 우린 그런 여지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 독특함, 유니크함을 지킬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애초에 시청률을 생각하지말자’, ‘의미있는 작업이 되게하자’라는게 감독과 작가님의 결의였고 배우들도 동의 했으니까 이 작품을 하는 것이다. 근데 놀랍게도 존재감을 계속 가지고 진행이 됐고 다음주에 종영이지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가지고 해왔으니까 선전했다고 생각이 든다.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Q. 평소에도 시청률과 평가에 연연하시지 않는 편이신가.
 
정진영 :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고.(웃음) 왜냐면 객관적 결과의 지표니까. 흥행 성적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행이나 시청률은 제작진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천 만 관객이든 백 만 관객이든 오십 만 관객이든 우리가 들인 공은 똑같다. 제작비가 다를 수가 있겠지만 우리가 들인 정성이 똑같고 자신의 삶을 투여한 건 똑같다. 그런데 천 만이 들면 ‘그게 더 좋았어’하고 오십 만 들었으면 ‘거지 같았어’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영화로 치자면 관객의 것이고, 드라마로 치자면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래도 제작기간, 소비단계, 상영기간이 분리되어있기 때문에 다른데 드라마는 이 모든게 동시에 진행된다. 만들면서 시청률을 체감하니까 기분 상 반응이 오곤한다.
 
방송사(TNS 수도권 지표)끼리 하는 시청률 지표가 있는데 이 지표에서 ‘육룡이 나르샤’를 두 번 이겨봤다. 생각치도 못했던 거다. 시작할 때 워낙 좋은 드라마이고, 스타들도 많고, 화제성도 컸던 드라마다. 두 번의 승리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 1번 이긴 것과 같은 소중함느낌이었다. 정말로 좋았다. 그것을 바라본 건 아니지만.
 
Q. 시청률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요소라는 말씀이신가.

 
정진영 :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천 만을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드라마를 시청률 20%를 생각하고 드라마 시작하면 바보다. 그건 어쩌다가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작업에 최선을 다 해야한다. 우리는 결과에 무관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Q. 그래도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진영 : 그렇다. 그런데 그것에 정신을 빼앗기면 자기의 걸음이 꼬인다. 더군다나 50부작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반짝 앞서려고 막 달려가지 말자’, ‘우리 식대로 가자’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했다.
 
항상심이 중요한 것 같다. 긴 길이니까. 굳이 드라마까지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고 우리 이야기는 우리의 템포를 가지고 우리의 식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아무래도 시청률 지표, 관심 그런 것에 기분이 업되거나 다운 되는건 솔직히 사실이긴 하지만.
 
Q. 제작진이 기대하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정진영에대해 부담감은 없었나.
   
정진영 : 제작진이 저에게 기대하는 건 시청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이 드라마가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지만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었고, 저는 그 이야기를 믿어서 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강석현이라는 인물을 제가 해야 달라질 것 같다, 언뜻 떠올려지는 나이 많은 배우로서는 강석현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역을 꼭 선배님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제안을 했었다. 그게 시청률하고 관계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독특한 질감을 내주길 원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이 저를 보고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재밌어서 보는 것이다. 숙제도 아니고 안 보면 혼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이나 저에게 거는 부담감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제가 느낀 것은 나에게 온 과제니까 내가 시청자들을 설득을 해야겠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무리한 설정을 시청자들이 거부감 갖기않게 해내야겠다라는 의무가 있었다. 그것을 간신히 해냈더니 치매설정을.(웃음) ‘아 이거 무리한 설정인데’ 그렇지만 제가 연기로 설득하지 않으면 전달이 안되는 거니까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배우로서의 부담감이다. 어떤 배역을 맡았건 간에. 
 
Q. 그래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게 되셨을텐데.
  
정진영 : 강석현이라는 인물의 이면, 그가 가진 이면 아픔이 가치있는 인물이라서 연기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맨 처음 대본을 4부까지 밖에 못 읽었었다. 그래서 부정적인 의견이었는데 제작진이 설득을 하면서 ‘5부 부터는 이 사람의 아픔이 나온다. 4부 까지는 이 이야기의 시작점을 위해서 셋팅은 완벽한 악인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후에는 강석현의 아픔과 과거가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이 헷갈리게 될 것이다. 저 사람 좋은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 헷갈리게 할 것이다. 그 긴장감이 우리 드라마의 유니크함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5,6부 받아보니까 이미 시작 되고 있었다. 그 아픔이 심연들이 보이길래 도전할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히려 맨 처음 이야기 한 것 보다 좀 더 살았다.(웃음) 죽었어야 했는데 좀 더 살았다. 다른 드라마도 그랬다. 어쨌거나 먼저 종용할것 알았기 때문에 이미 죽을 것이라는 것을 30부 찍을 때 알았다. 나름대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짠 것이다. 전 남편 홍명호가 살아온 것도 계획이었다. 처음에 손만 나왔던 게 다시 살릴려고 했던 거다.
 
저의 치매나 사랑도 무리한 설정이지만 배우들이 알아서 이야기 속에서 설득해낼 것이고. 그렇기에 도전할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그리고 이걸로 멜로를 불태우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멜로로 유혹을 하긴 했으나 그 말을 안 믿었다.  
 
Q. 더 진한 멜로를 원하지는 않았는가.
 
정진영 : 이 드라마에서 멜로의 수치가 물론 결혼한 설정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춘향전의 로맨틱한 변학도버전까지만 예상했었다. 원래 강석현이라는 인물은 이미 심장이 굳은 인물이다. 그 남자가 자기의 감정을 표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대본을 받아보니까 자꾸 감정 표현을 하더라. 그게 처음에는 낯설었다. ‘이렇게 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또한 자연스럽게 제 감정이 대사 톤도 은수(최강희)에게 부드럽게 되고, 눈빛도 부드러워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대면 조차 그렇게 되더라. ‘강석현은 아닐텐데 계속 이렇게 된다’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자연 스럽다. 계속 그렇게 가셔도 된다’했다. 그래서 드는 느낌대로 갔다. 진짜 예상 못한 결과였다.
 
Q. 말이 안 되는 로맨스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혼자 하실 순 없었을 것 같다. 최강희씨와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정진영 : 그 것은 제 몫이다. 제가 사랑을 느끼고 대시한 것이니까. 사랑의 정체가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거울이다. 그게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남여 간의 연정 혹은 욕정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최강희이라는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는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강희는 관능적인 배우가 아니다. 굉장히 맑은 배우기 때문에 더럽게 볼 수있는 소지가 줄어든 것 같다. 섹시한 배우가 섹시함을 발휘하면서 했으면 굉장히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또한 연기 하면서 최강희씨가 눈이 굉장히 맑고 이쁘다. 그 눈을 보면 은수(최강희)로 느껴졌기때문에 연기하기에 편했다. 멜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감정만 느끼면 되니까, 감정 느끼는대로 표현하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감정이 진해진 것 같다. 작가님이 써주셨는데 그걸 조금 더 진하게 표현하니까 좀 더 쎄게 쓰시고 하더라.(웃음)   
 
Q. 강석현이 죽고 최강희가 편지를 보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다.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
 
정진영 : 개인적으로 그 전에 제 마음 속에서는 죽었다. 유서를 쓰고 은수(최강희)의 침실로 가서 자고있는 은수(최강희)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그때 전 죽은 것 같다. 그 장면에서 바라보다가 신발을 돌려놨다. 대본에 없던 건데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그렇게 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게 됐다. 그 자체로 나의 마음은 설명된 것 같다. 나는 이미 정리를 한 것이다. ‘나가라’라고 신발을 돌려놨으니까.
  
형우(주상욱)하고의 메시지는 울컥하더라.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울어질 대사는 아니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연기하는데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보면서도, 연기하면서도 그랬고. ‘이렇게 해야지’라는 논리적인 연기 플랜보다는 연기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대로 표현을 했고 그것이 진하게 전달 된 것 같다.
 
Q. 신발을 돌려놓으시면서 은수(최강희)를 놓았다고 하셨다. 그럼 은수(최강희)를 형우(주상욱)에게 보낸 것인가.
 
정진영 : 형우(주상욱)한테 보낸 것이다. 형우(주상욱)에게 영상메시지로 그 뜻을 전달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설명이다. 인간 강석현은 이미 다 정리를 한 것이다. 물론 기자회견하다 죽을지는 몰랐겠으나.
 
Q. 그렇다면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자를 누군가에게 보내야 하는 감정을 이해하나.
 
정진영 : 인간으로서 이해한다. 남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50이 넘은 성숙한 인간이라 가능한 것 같다. 20대였으면 모르겠는데.(웃음) 세상을 살아보니 나보다 다른 사람이 좋다는데 붙잡으면 안 되더라. 붙잡는다고 잡히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주변의 일들이 다 그렇다. 붙잡는다고 붙잡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건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삶을 축복하는게 원래 원칙인데 그것을 나에게 맞추겠다고 하는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세상에 가져지는게 어디있겠나.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정진영 / 톱스타뉴스 김혜진기자
 
Q. 그렇다면 인간 정진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정진영 : 유부남인데. 이건 위험한 질문(웃음) 글쎄. 그런데 저는 남여 간의 동성끼리의 만남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성숙한 사랑이라는것은 그 사람으로 발견함으로서 느끼는 내삶의 쾌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젊은 후배들에게 ‘결혼하려고 연애하지마라. 그게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냐.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한다. 수 십억 인구 중 너와 내가 만나서 신기하고 재밌다를 느껴야지. 그 순간 결혼을 꿈꾼다는 것은 즐김 자체가 변질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기위해서 사람들은 ‘나를 좀 바꿀게. 나를 좀 맞춰’라는 작업을 한다. 그렇다면 만남 자체도 유지 할 수없다고 생각한다. 미혼의 후배들에게 ‘결혼 생각하지말고 연애해. 얼마나 좋은일이냐. 자연스럽게 너를 보이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보고 그게 맞으면 결혼하는 거지. 절대 너를 속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결과가 결혼인 것이지. 목표가 결혼이 아니니까. 내가 묘하게 질문을 피해간 것 같다.(웃음)
 
그런데 마찬가지로 우리는 살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난다. 동성일수도 때론 이성일수도 있다. 그것은 성적인 연정을 도회시 할 순없겠으나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쾌감과 거기서 발견한 즐거움이 없다면 뭣하러 집에서 나오나. 집에서 인터넷이나 하지. 인간이기에 가질 수있는 권리고 쾌감이다.
  
Q. 배우로서의 바람이 있는가.
  
정진영 : 그런 건 없다. 워낙에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다. 열심히는 한다. 남들보다 잘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남들 만큼 기본만이라도 열심하려고한다. 제가 겸손을 떠는게 아니고 실제로 재능이 많이 부족한 배우, 그래서 대신 노력으로 메꾸는 스타일이다.
 
다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하다보면서 일도 늘었다. 그런데 옳게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도 잔재주만 늘면 안 되고 다른 무언가로 늘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노력으로 메꾸는 스타일이라고 하셨는데 그 노력에는 무엇이 있는가.
  
정진영 : 바둑에서 프로기사는 바둑으로서 수익을 올리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본다면 저는 프로 배우인 셈이다. 경제적 댓가를 받고 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이니까. 댓가 이전에 프로라는 의미는 아마추어는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는 사람이 프로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프로를 신으로 여긴다. 자기하고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사범이라고 할 만큼. 그런 프로 바둑기사들은 같은 돌로 둔다. 심지어 눈을 감고도 둔다. 이것이 프로 기사라면 프로 배우는 좋아서 한다 정도로는 안 된다. 그건 프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아마추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것 이상을 해야하는 것이 프로 생각한다.
 
단증은 없으나 나는 프로 배우인 셈이다. 프로로 대접받고 살고있다면 프로 정도는 되려고 노력해야한다. 나의 기력은 아마추어이지만 난 프로로 살고 있으니까 그 자격을 유지하려면 기본은 해야한다. 9단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웃음)
 
Q. 마지막으로 정진영의 꿈은 무엇인가.
 
정진영 : 좋게 죽고 싶다. 이 질문에 맞지는 않지만 우린 늙어가다 사멸하는게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다. 그건 당연히 인정하고, 인정할 나이가 됐다. 이제 뭘 더 갖는다고 50대 넘어서 좋을까. 많은 50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지천명이라는게 뭐겠는가. 제 해석은 명(命)-죽는 걸 아는 구나. 인간이 죽는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게 50대라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을 보람되게 아름답게 혹은 신나게 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때이지 뭘 더 갖겠다, 이루겠다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는 고맙게도 연기라는 멋진 직업이 있고 현재까지는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다른 욕심을 채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좀 더 넓어진 인간이 되어 죽고 싶다. 그 사이 연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하지 않을까. 노인 연기를 했던 50대가 바라보는 후반기 인생에 대한 답이다.       
 
그는 참 설득력 있는 배우였다. 인터뷰 와중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가볍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힘을 실을 줄 아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강석현이라는 한 야망가의 삶이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극중 30세 이상 나이 차의 커플, 자칫 자극 자극적일 수도 있는 설정에도 오히려 ‘할배파탈’이라는 애칭을 얻었듯,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거부감 대신 연민의 감정을 들게 하듯.
  
70대 노인의 야망과 사랑, 그리고 죽음. 정진영이 아니었다면 과연 강석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정진영이 아니었다면 강석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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