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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압박에 한국기업 동참 요구?…국내 반도체 업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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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에 불확실성 확대…삼성전자·SK하이닉스 "요청받은 바 없어"
반도체 한파에 1·2분기 수조원대 적자 예고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으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 대체 물량을 수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반도체 전쟁에 한국 기업을 가담시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가뜩이나 업황 악화로 고통받는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안보 심사에 들어간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안보 심사의 결과로 마이크론의 판매를 금지하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중국에 반도체 판매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요청했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공조해 오긴 했으나, 동맹국에 해당국 기업의 동참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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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의 11%를 중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던 범위 내에서 하면 되기 때문에 매출 등에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향후 중국이 반도체 부족 등을 겪을 경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동참했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도 있어 그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하이 반도체연구회사 IC와이즈의 왕리푸 분석가는 중국의 마이크론 안보 심사에 대해 한국과 일본 같은 이웃 나라에 보내는 경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에 여전히 반도체 제조 시설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의 행동을 따르지 말라는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취지다.

FT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반도체지원법 시행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축소 등을 협의해야 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 또다른 숙제가 더해진 셈이 된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이 같은 요청을 한국 정부에 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FT 보도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고, SK하이닉스도 "정부에서 요청받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요청이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처럼 고객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이 같은 압박 카드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중국 점유율이 높지 않은 데다, 메모리를 중국 정부에 직접 파는 것도 아니고 유통망이 있어 시장에 내다 팔면 물량이 돌고 돌아 들어가는 상황이라 굳이 마이크론 제품을 안 써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청"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국내 매체는 한미 양국이 "중국 내 우리 반도체 공장의 첨단 기술 업그레이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철수할 때 공장을 중국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제한 조건을 두는 방안이 협상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정부는 중국 내 우리 반도체 공장의 업그레이드 허용 조건으로서 해당 공장의 철수와 공장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미국 정부와 진행한 바 없다"며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중 반도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각각 0.76%, 2.13% 하락했다.

'반도체 한파'를 혹독하게 겪고 있는 양사는 이번 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7일 6천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공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3조5천억원 안팎의 영업 적자가 예고된 상태다.

2분기 전망은 더 어둡다. 삼성전자는 전사 기준 적자 전망까지 나왔고, SK하이닉스도 3조3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가 제기한 메모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4천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판결 전까지 평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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