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의 시청률은 웬만한 지상파 평일 예능 프로그램보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뛰어나다. 어느 누가 남성이 보여주는 요리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단순히 냉장고 하나만을 가지고 게스트들의 혼을 쏙 빼는 김성주와 정형돈이 함께하는 MC는 뜻 밖의 케미를 자아내고, 셰프들 간 보여주는 선의의 경쟁과 그 사이 일어나는 재미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요리를 하는 사람들, 혹은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꿀팁’으로 적용되는 유용한 요리지식들을 알려주며 점차 ‘냉장고를 부탁해’는 승승장구의 길을 밟았다.
맹기용 / 온라인 사이트
하지만 지난 25일 ‘냉장고를 부탁해’에 등장한 맹기용 셰프는 이런 ‘냉장고를 부탁해’의 미래에 급제동을 걸게 만들었다. 훈훈한 외모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던 맹기용은 곧 이어 자신의 요리 ‘맹모닝’으로 자신의 이름을 ‘굳히기’에 들어갔다. 모두가 해보고 싶은 요리로 떴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요리 실력은 ‘맛’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맹기용의 꽁치 하나로 모든 것이 뒤틀린 것.
“부족함이 없는 조화, 더 넣어봤자 민폐”
훈훈한 외모로 프로그램 초반 패널들과 MC에게 잔뜩 칭찬을 받은 맹기용 셰프는 단언 눈에 띄는 존재였다. ‘최연소 셰프’라는 메리트를 잔뜩 추켜세우며 맹기용을 대단한 스타 셰프처럼 포장하며 맹기용의 요리에 자연스럽게 기대감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맹기용을 검색하면 ‘퍼블리칸 바이츠 공동대표’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맹기용은 일찍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젊은 나이에 ‘오너 셰프’가 된 그의 레스토랑은 홍대에서 떠오르는 맛집으로 자리잡고 있고,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집안으로 눈길을 끌었던 맹기용.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에 들어오지 않고선 안될 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쉽사리 답을 내놓기 힘들다.
김성주-정형돈 /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셰프들의 ‘완벽한 케미’에 있다. 셰프들은 화려한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쿡테이너-셰프테이너’로 불릴 만큼 대체불가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현석은 셰프들도 함부로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예능’ 허세를 뽐내며 ‘허세프’라는 별명을 얻었고, 외국인 셰프 미카엘은 특유의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또한 이원일 셰프는 ‘된장남’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양념장에 집착을 보여 또 다른 웃음 코드를 주고, 김풍과 박준우는 정식 셰프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하기에 쉬우면서도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내며 ‘냉장고를 부탁해’의 기획 의도와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홍석천, 이원복 등 다양한 로테이션 멤버들도 그들만의 매력을 어필해 적어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런 평화로운 조화 사이에서 등장한 맹기용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당혹감 그 자체.
단순히 잘생긴 외모로 여성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변명하기엔 이미 ‘냉부해’의 시청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그렇다고 맹기용만의 요리 스타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유럽식 팬케이크를 파는 디저트 가게로,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점인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으나 맹기용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들어있는 것 또한 아니다. 설령 맹기용의 잠재력을 보고 캐스팅을 확정 지었다고 하더라도 시기상조였음은 분명한 상황.
“충격과 공포의 ‘맹모닝’, 돌이켜보게 만드는 그의 전적”
맹기용이 야심 차게 내보낸 처녀작 ‘맹모닝’은 꽁치를 이용한 샌드위치였다. 만드는 과정에서 그다지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도 없었고, 비주얼 또한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음식은 먹어보기 전까지는 그 진가를 모르는 법, 게스트와 패널들은 맹기용의 요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하지만 ‘교포 초딩 요리’라는 주제를 내세웠던 냉장고의 주인 지누는 샌드위치를 한 입 먹자마자 굳은 표정을 가릴 수 없었고, 후각 기능을 거의 상실한 이연복 셰프마저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뱉는 듯한 행동이 카메라에 포착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뒤늦게 맹기용의 요리를 애써 포장하려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되려 ‘안습’ 그 자체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 캡처
사실 맹기용의 이런 요리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014년 맹기용은 SBS ‘쿡킹코리아’에 출연해 가수 황혜영과 함께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요리를 잘하는 가수일지언정 셰프 앞에서 보여지는 실력은 미미할거라고 느껴지지만, 이 둘의 모습은 정반대였다.
파프리카를 간단하게 볶는 과정에서도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고, 마카로니를 기름에 그대로 투하해 사방에 기름을 튀기게 만들어 당혹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셰프라고 하기엔 참으로 어설픈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본 황혜영은 “내 속도 타고 기름도 탔다”라며 착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맹기용은 셰프라고 하기엔 상당히 의문스러운 점을 보여줬다.
물론,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매우 떨리고 실수를 연발할 수 있을 거란 점은 인정하는 바다. 요리하는 내내 민망한지 칼을 계속해서 닦거나, 손을 떠는 듯한 행동은 오히려 맹기용이라는 셰프를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교포 초딩 요리’라는 테마에 정말로 꽁치통조림을 들었어야 했는지는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라디오스타’ 맹기용 / MBC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
패널인지 게스트인지 알 수 없는 맹기용… 제작진도 “나 몰라라”
이런 와중에 박준우의 SNS는 ‘냉장고를 부탁해’ 골수팬들에게 또 다른 분노를 낳게 했다. 지난 4일 박준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루를 공으로 얻은 기분이다. 원래 촬영 일정 때문에 진작부터 비워둔 날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 덕에 늦잠을 잤고, 슬렁슬렁 나가 마감 하나를 칠 예정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날은 당시 ‘냉장고를 부탁해’의 녹화가 있던 날이었고, 맹기용의 첫 촬영이 있던 날이었다.
JTBC 측은 톱스타뉴스와의 전화 취재에서 “맹기용이 지누션 녹화분을 모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에도 맹기용이 출연되는지는 모른다”며 4주분 녹화설에 대해 말을 아꼈다. 또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기존에 있던 6명의 셰프가 하차가 아닌 또 다른 4명의 셰프를 로테이션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할 전망이다”라며 박준우 셰프의 하차설에 대해서도 애매한 답을 내놓았다. 이어 ‘냉장고를 부탁해’ 성희성 PD에게도 몇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 되는 상황.
박준우 트위터
단순히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맹기용이라는 이름을 꽂아 놓은 것이라면, 그 또한 물어보고 싶다. 대세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프로그램이 대체 왜 그런 오점을 남기면서까지 대중들에게 어필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로테이션 멤버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검증 되지 않은’ 맹기용을 캐스팅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앞으로 ‘셰프’ 맹기용은 좋든 싫든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고, 젊은 나이의 그에게 있어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씻지 못할 오명이 될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에서 “제2의 백종원이 되고 싶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격대의 음식을 대중적으로 맛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듯, 맹기용은 ‘맹모닝’이 아닌 ‘맹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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