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뢰’ 뻔하지 않는 범죄 스릴러 수작, ‘스토리+연기+연출’ 좋은 ‘하모니’이뤄 ... 흥행 ‘그린라이트’

(톱스타뉴스 김수아 기자) ‘살인의 추억’, ‘추격자’를 잇는 웰메이드 범죄스릴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살인의뢰’가 그 베일을 벗었다.

사실 지금까지 범죄 스릴러 영화는 대부분이 살인범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마지막 희생자를 살리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형사들의 의지와 집념을 다루며 영화의 폭력성과 긴장감을 주로 다루었다면, 영화 ‘살인의뢰’는 범인을 잡은 뒤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사 태수(김상경)는 우연히 뺑소니범 강천을 검거하고, 곧 그가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연쇄 살인마라는 사실을 밝혀 낸다. 운 좋게 범인을 잡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의 마지막 희생자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태수는 극한의 분노와 슬픔에 괴로워하고, 강천에게 아내를 잃은 또 다른 희생자 승현(김성균) 또한 남겨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영화는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아닌 연쇄 살인마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와 아내를 잃은 남자의 분노와 슬픔을 그리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그리고 형사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설정을 통해, 시원한 복수보다는 현실적인 무력함을 주로 표현해 내며, 답답하지만 이것이 정말 현실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을 던진다.

연쇄살인마와 같은 인면수심의 가해자에 대한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과잉보호,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 배려의식 부족 등 이 것은 꼭 우리 모두가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문제들인 것이다.

사실 영화 ‘살인의뢰’는 이러한 문제들에 어느 쪽에 편향되어 있다기 보다는, 이성과 감성의 충돌을 경찰의 신분과 개인적인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에 녹아 내어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 역할을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이 훌륭하게 연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연쇄 살인마에게 동생을 잃고 분노와 슬픔을 삭혀야 하는 형사 태수 역의 김상경, 평범한 은행원에서 하루 아침에 연쇄 살인마에게 아내를 잃고 절망에 빠지는 남자 승현 역의 김성균, 동정심도 죄책감도 없는 연쇄 살인마 강천 역의 박성웅까지.

특히나 김성균 배우가 연기한 ‘승현’역에 우리 모두가 그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내에 대한 복수심과 자신의 무력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살인의뢰’역을 가장 힘들게 해 냈을 것 같은 배우는 단연 ‘박성웅’이다. 물론 조폭 등의 역할로 강렬한 인상의 연기를 해 왔지만 어떠한 죄책감도 없는 살인마역을 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시사회장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역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다.

그런 고통이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살인마 ‘조강천’에게 기가 눌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목욕탕에서 선 보인 알몸 액션 연기는 두고 두고 회자될만한 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김상경 배우는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까지 자신의 형사 영화 3부작이라고 할 만한 이 작품에서 익숙함에도 지루하지 않는 형사 연기의 달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촬영기간 10일동안 10kg을 감량하는 투혼을 보이며, 왜 그가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지 실감케 한다.

뻔한 범죄 스릴러 공식을 완벽하게 깬 영화 ‘살인의뢰’는 영화를 본 후에 더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하게 하는 웰 메이드 범죄 스릴러로 각인될 작품이다.

첫 장편데뷔라고는 믿겨지질 않은 만큼의 좋은 연출과 충무로 대표 남자배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이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영화 ‘살인의뢰’가 오는 3월 12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