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20일 최종회가 방영됐다.
오상식 차장(이성민)은 결국 사표를 내고 퇴직한 김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장그래(임시완)는 본사에서 지침이 바뀌어 계약직이라도 공로가 있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변화가 있었으나 선차장(신은정)을 비롯해 동기들인 한석율-장백기-안영이와 김동식 대리(김대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심사에 떨어져 계약이 만료됐다.
송별식도 안한 장그래를 동기들이 불러내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장그래의 집 앞에 오상식 차장(이성민)이 나타난다.
퇴직 후 3주간 어학공부를 하고 있던 장그래는 동기들의 모임에서 오상식 차장에게 먼저 연락해보라는 말도 들었지만 선듯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충분히 주변을 정리할 시간을 주려고 오상식 차장은 3주를 기다려줬던 것이다.
오상식 차장이 설립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장그래는 왜 항상 가족사진 액자를 엎어 두냐고 묻는다.
오차장은 결혼해서 마누라 잔소리를 들어봤냐고 말해 그동안 가족사진을 엎어둔 것에 궁금해하던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오차장과 장그래마저 떠난 회사에서 외롭게 회사생활을 하던 김대리는 오차장이 세운 회사에서 사원을 채용하는 것을 알고 결국 오차장의 회사로 찾아가서 함께 근무한다.
사업이 성장하던 중 원엔터와 연관돼 있던 중국의 공장장이 주요 거래 품목이던 휴대폰 케이스를 가지고 잠적해버리고, 요르단에 숨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장그래는 요르단까지 추적해간다.
요르단에서 오상식은 "여기 페트라도 대상무역이 없어지며 천년 넘게 잊혀졌다. 꿈을 잃었다고 꿈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 건 아니다. 루쉰이 그런 말을 했지. 희망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길에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페트라의 유적지에서 장그래에게 건넸다.
결국 사건을 모두 해결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미생에 대해 원작과 달라졌다며 이견들이 존재한다. 성대리의 불륜과 요르단까지 첩보전을 하듯이 추적해간 것이 원작과 다르기도 하며 기존의 전개와는 흐름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원작을 그대로 베끼기만 했다면 굳이 드라마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최종화는 그동안 요르단의 추격전을 통해서 사무실에만 갇혀 있던 직장인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니자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오상식 차장은 장그래에게 요르단에 와서야 잊고 지냈던 꿈이 생각났다고 말한다. 인디아나존스3를 보면서 세계를 휘젓고 다니겠다던 꿈이 생각났다며 원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치여 지내던 차장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사장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알렸다.
오차장의 이러한 변화는 드라마 "미생"의 백미로 읽혀질 수 있다.
또한 한석율을 괴롭혀왔던 성대리가 불륜사실이 들통나면서 몰매를 맞는 과정은 그동안 한석율과 함께 울화통이 터지던 시청자의 가슴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했다.
드라마 "미생"은 숨어 있던 인재들을 발굴해낸 지점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임시완은 이미 "변호인"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1000만 배우였으며, 강소라 역시 "써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성민, 김대명 등은 오랜 무명 세월 동안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캐릭터의 개성과 내면을 모두 충실하게 구현했다.
"미생"을 보면서 주인공이 임시완이 아니라 이성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오상식 차장 역을 맡은 이성민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연기로서도 화제였지만 이성민이 보여준 오상식 차장은 현대 직장 사회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로망에 가까운 상사이기도 했다.
부하 직원의 업무만이 아니라 삶을 보듬어주는 직장 상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인생 전체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주는 일이다.
"미생"의 오상식 차장 이성민은 그 스스로도 오랜 무명생활로 힘들었지만 "미생"을 통해 "완생"이 된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김대리 역의 김대명 역시 "미생"을 통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유감없이 보여줘 절정기에 들어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좋은 원작에 훌륭한 연기자들의 케미스트리가 기존의 지상파에서는 보기 힘든 전혀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지난 20회가 방영되면서 드라마 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지상파에 먼저 제안됐지만 러브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편성을 거부당한 "미생"은 tvN에서 받아들여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시청률 9%대에 육박하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상파가 장악하지 못한 금요일 밤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원작의 완성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지난 20회가 방영되는 동안 줄곧 포털사이트의 드라마 부문 검색 1위를 장악했다.
원작 미생 웹툰은 10억회 이상 조회됐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된 "미생"은 2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였다.
이제 드라마 "미생"은 케이블방송 사상 공전절후의 시청률을 창출하면서 방송 지형 전체를 변화시켰다.
한류는 드라마에서 시작돼 K팝이 바톤을 이어받았으며 다시 드라마에서 동력을 찾고 있다.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에 한국 드라마는 편당 2억원까지 호가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생"의 높은 인기는 지상파에서 구태의연하게 답습되던 막장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했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 등으로 대변되는 지상파 드라마와 달리 러브라인이 없어도 시청자들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 "미생"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보다도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미생"을 통해 가진 바 재능을 모두 보여줬던 이성민과 김대명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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