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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톡] ‘대장 김창수’ 이원태 감독,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실존인물 김창수, 첫 데뷔작으로 엄청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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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수아 기자) 김구(金九)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가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다. 그는 재판장에서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소리치지만 결국 사형 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다. 일본의 편에 선 감옥소장 강형식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김창수를 갖은 고문으로 괴롭히고 죄수들마저 김창수에게 등을 돌린다.
 
하지만 그 곳은 그에게만 지옥이 아니었다. 못 배우고, 못 가졌다는 이유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조선인들을 보며 김창수는 조금씩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여기서의 김창수는 백범 김구의 아명이다.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 명성황후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만주에서 귀국한 김창수는 일본군 중위 쓰치다를 때려죽이고 인천감리서에 수감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
 
김구의 본관은 안동(安東)이다. 호 백범(白凡), 아명 창암(昌岩), 본명 창수(昌洙)였으나 구(九)로 개명, 법명 원종(圓宗), 초호 연하(蓮下)이다.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했다. 15세 때 한학자 정문재(鄭文哉)에게서 한학을 배웠고, 1893년 동학(東學)에 입교하여 접주(接主)가 되고 이듬해 팔봉도소접주(八峯都所接主)에 임명되어 해주에서 동학농민운동을 지휘하다가 일본군에게 쫓겨 1895년 만주로 피신하여 김이언(金利彦)의 의병단에 가입했다.
 
김구는 대한민국의 정치가이면서 독립운동가로 상하이(上海)로 망명, 대한민국임시정부 조직에 참여하고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임돼 신민회, 한인애국단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에게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젊은 시절의 청년 김구. 천하고 평범한 청년이 대장 김창수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625일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질문 : 영화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이제껏 스크린에서 한번도 다뤄진 적 없는 역사 속 인물, 청년 김창수의 일생 일대의 순간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감독님과 배우 분들 모시고 직접 나눠보겠다.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 사형수임에도 늘 꼿꼿하고 굽힐 줄 모르는 성격을 지닌 것 같다. 조진웅 씨, 김창수는 어떤 인물인지 소개 부탁 드린다.
 
조진웅(김창수 역) : 고생스러웠던 인물이다. 굉장히 안하무인인 성격이 있다. 다른 사람과 타협을 안 하는 불굴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인 것 같다. 무엇보다 김창수를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맞았다. 모든 배역에게 다 맞았다. 심지어 후배 배우들한테도 맞았다. 작업하는 당시에는 ‘이걸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한 험난을 겪었을 것이다.
 
질문 : 영화를 겨울에 촬영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김창수는 감옥소에 수감된 죄수이니 고문도 당하고 몸이 엄청 고생하셨을 것 같다. 어떤 게 가장 힘드셨나?
 
조진웅(김창수 역) : 당시의 상황을 고증한다고 해도 촬영장을 벗어나면 휴식할 공간이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천만 분의 일도 우리는 감당할 수 없었다. 실제에 비해서 저희 촬영 현장은 훨씬 윤택했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리고자 한다면 보는 상황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랬음에도 작업할 때 무척 힘들었는데 실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겸허히 받아들였다. 추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질문 :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만나고 김창수를 만나러 가고 싶은지?
 
조진웅(김창수 역) : 단 1초만이라도 그러고 싶다. ‘명량’ 때 최민식 선배님이 이순신 장군을 단 1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더라. 재연해내는 배우의 간절한 바람이다. 바보 같고 한심스러운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상황을 그저 상상할 방법 밖에 없는 게 죄스러웠다. 그 모든 고생을 담기 위해 모두 고생했다.
 
질문 : 감독님, 시나리오 작업할 때 조진웅(김창수 역) : 씨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셨다. 싱크로율 100%에 동의하시는지?
 
이원태 감독 : 그렇다. 3, 4년 전에 초고를 쓰고 영화 제작사 대표에게 전화해서 이런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저는 조진웅 씨를 ‘김창수’로 생각하고 썼다. 이 분하고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첫마디였다. 근데 그 때 대표님 대답이 지금 ‘조진웅 씨를 만나러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가서 조진웅 씨와 작품 얘기를 했다. 그게 3, 4년 전이었고, 그 기간 동안 저는 각색 하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조진웅 씨가 실제로 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캐스팅 결정하고 조진웅 씨와 첫 미팅하던 날 옷을 모두 새로 사서 입고 갔다. 바람대로 되어 너무 신기해서 잘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조진웅 씨도 옷을 새로 사 입었다고 하더라.
 
질문 : 마치 소개팅을 하는 것 같다.
 
이원태 감독 : 그렇다. 시나리오 쓸 때 조진웅 씨 사진을 붙여놓고 시작했다. 예전부터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했다. 김창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러서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 우직함, 사내다움, 강함.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직함과 강함 속에서 동시에 섬세함을 가진 배우라는 것이었다. 감옥이라는 거친 세상에서 세기만 하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조진웅 씨는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을 잘 표현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다. 작업 하면서 고생을 많이 시켜 미안했다.
 
질문 : 이번엔 감옥을 지옥으로 만든 소장 ‘강형식’이다. 스틸 속 송승헌(강형식 역) 씨의 강렬한 눈빛이 압도적인데 아니나 다를까 #레이저 눈빛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강형식은 어떤 인물인가.
 
송승헌(강형식 역) : 인천 감옥소 소장이다. 저 빼고는 다 죄수들이다. 저한테 굉장한 괴롭힘을 당하는 분들이다. 저는 굳이 선과 악을 나누자면 악의 축에 서있는 인물이다. 조선인이지만 같은 조선인을 괴롭힌다.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어 조선인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역할이다.
 
질문 : 데뷔 후 #첫 악역 연기가 화제다. 어떤 부분을 각오했나?
 
송승헌(강형식 역) : 작품 결정 후, 모든 배우를 때려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만나서 어떻게 하면 잘 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때리는 걸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때려야 했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촬영을 앞두고 굉장히 긴장했다. 영화를 보면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질문 : 부담감을 가진 채 잘 살려내기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맞는 입장은 또 다를 것 같지만 송승헌 씨는 현장에서 어땠는지 조진웅 씨 답변 부탁 드린다.
 
조진웅(김창수 역) : 말씀대로 잘 때려 주셨다. 힘도 좋다. 저의 입장에서는 송승헌 씨와 둘이 한 앵글을 잡고 있으면 걱정이 됐다. 촬영 감독님한테 물어본다. 설마 우리 둘을 한 프레임 안에 넣는 것인지.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송승헌 씨는 너무 멋있는 옷을 입고 있다. 의상팀에게 개인적으로 물었다. 저 시대에 진짜 저런 옷이 있었는지. 근데 있었다고 하더라. 정면으로 쳐다 보고 대사를 할 때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았다. 때릴 땐 너무 아팠지만 그걸로 보상받았다. 잘생긴 얼굴에서 눈빛이 변할 때는 무서울 정도였다.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 딜라이트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 딜라이트
질문 : 상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정만식 씨다. 실세 중에 실세라고 들었는데 마상구는 어떤 역할인지 소개 부탁 드린다.
 
정만식(마상구 역) : 인천 감옥소에서 제일 잘 나가는 죄수다. 남들 죽 먹을 때 저만 산채비빔밥을 먹을 정도로 감옥소 내 또 다른 권력자였다. 그런데 김창수를 만나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질문 : #사투리 짱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 실제로 마상구를 위해 직접 설정한 것이라고.
 
정만식(마상구 역) : 처음에는 서울 말이었는데 사투리를 넣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당시는 분단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북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평안도 사투리를 썼다. 더 거칠고 차가운 느낌이 전달됐다.
 
이원태 감독 : 처음 만났던 날 정만식 씨가 제안하는 걸 듣고 놀랐다. 분단된 상황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평안도 사나이가 감옥에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런 설정도 우리 영화가 가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 제안이 너무 좋았다.
 
질문 : 정만식(마상구 역) : 씨의 열정이 실감나는 마상구 캐릭터를 만들었다. 다음 스틸 보겠다.
 
질문 : 마지막으로 정진영 씨에게 모두의 스승 같은 존재, 고진사 역할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린다.
 
정진영(고진사 역) : 고진사는 동학 운동의 중간 지도자 출신의 인물이다. 사형을 선고 받은 사형수이고 감옥 안에서 김창수를 만나 그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기 위해서 이런 저런 마음을 쓰는 캐릭터이다.
 
질문 : #절제의 미라는 키워드가 보이는데 감독님께 직접 대사를 줄이자는 제안을 드렸다고.
 
정진영(고진사 역) : 사실은 대사가 필요 없을 때도 있다. 더구나 제가 맡았던 역할은 일일이 설교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보다 느낌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애초에 대사가 많지 않았고, 다른 식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의견 드렸다.
 
이원태 감독 : 촬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대사를 계속해서 줄였다. 이 대사는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말을 정진영 씨가 자주했다. 고진사는 시대의 아픔을 가진 지식인이자 시대의 혁명가라 할 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이 줄였는데 또 줄이자고 해서 놀랐다. 대사 보다 눈빛으로 해도 될 것 같다는 그의 제안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말을 많이 하는 것 보다 적게 하는 게 더 힘들고, 그것 보다 짧은 말 안에 많은 걸 담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알았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정진영 씨의 말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질문 : 다음 키워드 #눈빛 대장이다. 조진웅 씨가 정진영 씨 눈빛에 완전히 매료된 순간이 있었다고?
 
조진웅(김창수 역) : 선배님 그 눈빛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왜 대사를 줄이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배우 조진웅에게, 배역 김창수에게, 가슴으로, 눈으로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았다. 연기를 하는 선후배들이지만 작업을 하면서 그런 교감을 갖는 게 쉽지는 않다. 쇼트마다 분할 돼 있는 영화 작업은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 때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이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면 관객 분들도 같이 교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저런 눈빛을 가지고 싶다. 저런 좋은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어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인 걸 깨달았다.
 
질문 : 이런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조진웅 배우는 아까 말씀해 주셨으니, 송승헌 씨를 악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원태 감독 : 연출자라면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을 것이다. 전혀 아닌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다른 자리에 앉혀 놓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것. 그 자체가 연출이고 제일 큰 도전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또 다른 재미인 동시에 배우가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조진웅 씨처럼 나도 놀랐다. 송승헌 씨의 악역 연기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지금 보이는 것처럼 천진하고 소년 같은 이미지에서 강형식이 안 나올 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첫날 깜짝 놀랐다. 제대로 된 악역을 모니터로 봤다. 강형식의 눈빛이 정말 멋있었다. 이 눈에서 저 눈빛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질문 : 정만식 씨와 정진영 씨를 캐스팅한 이유도 부탁 드린다.
 
이원태 감독 : 캐스팅을 한 게 아니다. 감독은 배우에게 제안할 뿐이고 마지막 결정은 배우가 하는 것이다. 벅찬 것은 시나리오를 보고 각 인물마다 가상의 배우를 상상하고 쓰는데 위시리스트에 있던 배우 대부분이 실제로 캐스팅이 됐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주변의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하고 처음 위시리스트의 배우들을 끝까지 섭외했다. 비결은 아니지만 저의 간절한 바람을 배우들이 선택했다고 본다.
 
질문 : 다시 한번 고생한 배우들께 박수를 드린다. 지금부터는 못다 한 이야기를 숫자로 풀어보자
 
(1) 이원태 감독의 "첫" 영화
질문 : 이원태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첫 작품을 위해 준비한 것은 무엇인지?
이원태 감독 :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다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시대에 대한 공부였다.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공부를 안 하고 구성을 하면 직무유기다. 지식과 감성, 시대 정신을 아는 상태에서 재구성하면 재구성 하는 것의 이유와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무감에 사로잡힌 채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인천 개항장 쪽이나 인천 감옥에 가서 답사도 많이 했다. 감옥이나 수용소에 관련된 위대한 책들이 많은데 그런 걸 읽으면서 정말 감옥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절망의 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에피소드를 영화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저의 대표작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다. 영화 일은 10년 가까이 했다. 꾸준히 하면서 기획, 제작, 집필을 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끝까지 쥐고 있던 게 감독이었다. 글을 많이 썼다. 실패도 많이 했다. 그 과정이 지나, 첫 작품이 완성됐다. 제 이름의 작품이 몇 개 있지만 명실공히 ‘대장 김창수’는 제 첫 영화고, 그만큼 이 인연이 너무 소중하다.
 
(4) 프리기간 4개월, 인천감옥소의 완벽한 탄생
질문 : 다음 숫자는 4이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4개월이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세트 작업을 했는지?
이원태 감독 :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구한말 개항기이다. 봉건시대와 근대, 서양과 동양, 문명과 문명, 국가와 국가, 모든 것들이 부딪히는 시기와 공간이다. 전체 컨셉이 콘트라스트였다. 모든 스탭들에게 이 이야기 했다. 세트를 지을 때 서양과 동양의 대비, 빛과 어둠의 충돌, 사람도 간수와 죄수가 달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복식도 간수는 서양식, 죄수는 죄수복도 없이 입고 들어온 그대로의 옷이다. 엉망진창이다. 그런 충돌의 미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옥을 디자인 할 때 시대의 질감, 예를 들어서 흙, 나무, 무쇠, 불, 그런 것을 살리고 그 시대 감옥의 구조도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규모는 늘려야 했다. 당시에는 감옥을 잘 지을 수 없는 시대이기에 고증대로 재현해버리면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그래서 늘려야 했다. 서양식 2층 망루 같은 서양적 구조도 활용했다. 시구문(屍口門)이 영화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영화 배경의 10년 후에 지어진 서대문 형무소의 것을 가지고 와 설계했다. 땅 속 벌방은 중세 유럽 감옥을 참고했다.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영화적 상상을 더하고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송승헌-정진영-정만식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 딜라이트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송승헌-정진영-정만식 /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무비스퀘어, ㈜원탁, 딜라이트
(9) 인천감옥소 9호실
질문 : 실화 바탕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생각한다. 다음 숫자는 9이다.
조진웅(김창수 역) : 9호실은 많은 인물을 만나는 공간이다. 인간의 군상들이 그대로 드러난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캐릭터가 만나 인상의 모든 군상을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소우주 같은 공간이다.
질문 : 세트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진웅(김창수 역) : 의외로 따뜻했다. 밖이 추우니까. 감옥 안이 따뜻하더라. 작업할 때 농담 삼아 지낼 만하다고 배우들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실제 감옥소는 안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촬영을 위한 공간이었으므로 작업은 그보다 편하다고 생각했다
정진영(고진사 역) :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몇 편 했다. ‘대장 김창수’와 같은 방에 있는 죄수들 연령대가 아주 다양하다. 막내부터 제일 큰 형님까지 나이 차이가 40년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어울려서 연기하다 보니 어느 굉장히 추운 날 오픈 세트 바닥에서 누워 있는데, 이 상황이 진짜처럼 느껴지더라. 같이 누워있으니, 그들은 마지막 삶을 이 안에서 지금의 우리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1) 501호 종례 대장 조진웅
질문 : 다음 숫자 501. 조진웅 씨에게 낯익은 숫자라고 들었다. 501호 종례 대장, 조진웅. 방 호수가 501호였다고 들었다. 종례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만식(마상구 역) :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도 하고. 오래 있었다. 종례 시간이 많이 길더라. 피곤할 텐데도 다들 자기 방에 안 가더라. 그만큼 끈끈했다. 헤어지기 싫었나 보다.
조진웅(김창수 역) : 숙소에서 어떻게든 촬영 마치고 한잔 하고 싶은데 빌미가 없더라. 그래서 종례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열외 대상은 선배님들이고 후배들은 무조건 참석했다. 송승헌 씨는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해서 501호 종례에 참여는 못했지만, 대외적인 자리에 다 참석했다. 감독님 방이 윗방이었는데 종례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감독님께 바로 이야기해서 만들어진 에피소드가 많았다.
 
(625) 625일의 뜨거운 감동 실화
질문 : 마지막 숫자, 625. 어마어마한 숫자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인천감옥소에 수감된 김창수의 625일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무엇인가?
정진영(고진사 역) : 그 질문은 항상 어렵다. 관객들은 각자 마음대로 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화라는 것이 주는 무게가 요즘 더욱 커진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역사적 실화에 대한 무게를 몸소 느끼고 계신다. 이 영화는 굉장히 정직한 이야기다. 속임수나 뒤통수가 없다. 더 맑은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 했고 관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봐주시기를 바란다.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관심 있게 봐주시길 부탁 드린다.
 
질문 :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대장 김창수’의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이원태 감독 : 저의 의도는 절망의 끝으로 들어간 청년이 절망의 구덩이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평범하고 천한 한 청년이 감옥소 안에서 좌충우돌 하면서 변해가는 이야기로 봐주시길 바란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신 뒤 이 이야기가 실화인 것을 알게 되고 각성효과를 느끼시기를 바란다.
조진웅(김창수 역) : 한 말씀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김창수가 대장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천하고 평범한 사람,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슈퍼 히어로가 가능하며 누구의 삶이나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제 삶을 소중하게 느끼고 그렇게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도 모두가 존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느끼시길 바란다.
 
질문 :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군함도’ 논란이 그랬듯, 역사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관객들의 엄한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원태 감독 :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소재를 정확히 알고 재구성 해야 한다. 재구성 된 게 관객에게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저희 영화를 보고 칭찬과 비난 모두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각색하는 순간마다 두려웠지만 그렇게 재구성한 데에는 저마다 확실한 이유가 있다. 많은 관객 분들과 평론가분들이 평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질문 :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김창수가 실제로 국모 시해범을 죽인 건지, 아니면 상인을 죽인 건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논란이 될 가능성에 대한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
어떤 논란이든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그 논란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게 사실이고 허구인지 알게 되는 것, 그 자체가 보는 분들 모두 지적 상상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예고편에서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는 김창수가 죽인 사람이 대마도 상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창수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명성황후를 죽인 살인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논란들이 영화에 다 녹아있다.
 
질문 : 이원태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이서원, 곽동연 배우는 주목 받는 신예 배우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고 청춘 배우들과의 에피소드는?
이원태 감독 : 이서원 씨, 곽동연 씨 모두 캐스팅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이서원 씨는 전 드라마에서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다. 곽동연 씨도 마찬가지다. 이미 연기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 현장에 99.9%가 남자 배우인데, 둘이 있으니 너무 좋았다. 이서원, 곽동연 씨는 나중에 그 상황을 즐기더라. 사랑 받는 배우들이었다. 이 둘 역시 많은 선배들 사이에 있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
 
조진웅(김창수 역) : ‘대장 김창수’가 세상에 나왔다. 작업한 열정만큼 좋은 계기로 영화를 알리겠다. 작업할 때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나 제 스스로의 질문이 있었다 ‘이걸 왜 할까, 왜 공유하려고 하는가’. 아직도 던지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표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존재 하는, 우리가 굳건히 이 땅에 서있을 수 있는 이유다. 그 기운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송승헌(강형식 역) : ‘대장 김창수’에서 강형식이라는 악역을 맡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작품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현실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 굉장히 큰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을 하면서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행복할 수 있구나’ 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기존의 다른 영화와는 다른 울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만식(마상구 역) : 저희 영화는 한 청년이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청년이 살고자 하는 이유와 의지와 목적이 생겨나는, 120년 전의 이야기다. 그 과정에 또 다른, 더 아프고 더 지친 인간들이 있었다.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도 100년 후에는 또 다른 역사 속의 인물이 될 것이다. 저희 영화가 그 100년 후 역사 속 인물들에게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정진영(고진사 역) : 우리는 누군가의 삶 속에서 항상 말하고 듣는다. 영화도 하나의 말 걸기인 것 같다. 두 시간 동안 제 발로 오셔서 저희 말을 들어줄 관객들에게 감사 드린다. 때로는 말을 잘 못 하거나 이상하다고 의심받아도. 그러나 저희의 말 걸기는 맑은 마음으로 했다. 그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
 
이원태 감독 : 영화가 무겁지만은 않다. 이 안에 희로애락이 있다. 감옥도 사람 사는 공간이다.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삶의 이야기가 다 있다. 너무 큰 의미를 갖고 보기 보다는 재미있는 영화로 봐 주시길 바란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만들었다. 개봉하고 영화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로 오는 10월 19일 개봉한다.
 
“어떤 논란이든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그 논란 자체가 소중하다” -이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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