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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석규, ‘천직’을 만난 배우의 ‘소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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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호영 기자) 소명의식이란?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여 그것에 헌신해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지”
 
‘연기자’라는 천직을 만나 어느덧 데뷔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대배우 한석규를 글로 표현할만한 단어는 ‘소명의식’이었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17일 오후 종로구 삼청동 부근 한 카페에서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의 배우 한석규와 톱스타뉴스의 인터뷰 시간이 마련됐다.
 
‘프리즌’을 통해 그간 보여준 자상하고 젠틀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절대 악인’을 연기한 한석규.
 
그는 이번 시나리오를 받고서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한석규는 “본능적으로 캐릭터를 내 몸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라며 “때마침 전에 봤던 과학 다큐멘터리 중에 하이에나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 있었다. 당시 봤던 숫놈 하이에나 한 마리가 번뜩 떠올랐다. 무리에서 공격을 당해 입과 코 주변이 처참하게 찢긴 와중 끝까지 살아가던 그 녀석. ‘저게 익호구나’했다”라고 역할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한석규는 두려우리만큼 신경 쓴 익호라는 악인을 연기하며 주의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악’을 연기할 때엔 억지로 악한 인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함정이다. 내가 나쁜 인간을 연기하면서 무작정 ‘악한 면모’에만 정신이 팔려 연기하면 공감을 얻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나현 감독은 이전 시나리오 경험이 있지만 상업영화 측면에서 보면 신인감독이다. 그 부분이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됐다”라며 “오래 연기한 내가 자칫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비켜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늘 나에게 지금껏 한석규와는 다른 무언가를 요구해줬다. 그게 바로 신인감독의 패기이자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한석규의 답변 하나하나에는 겸손함과 함께 매우 객관적인 시선이 묻어났다.
 
그는 “작업을 할 때에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던 드라마던 어떤 결과물 하나는 큰 배우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라며 “음향감독이던 PD 던 상대배우이던 조연출이던 여러명의 노력의 결실이기에 항상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건 작품을 하면 할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절대적으로 느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석규는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아쉽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기하는 한석규를 보며 절대다수의 대중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매번 아쉽다. 이건 온전히 나의 연기적 갈증과 욕심 때문일 것”이라며 “지난 작품들을 보면 그런 생각한다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간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눈빛은 못 봐줄 정도였다. 텅 비어 보이고 어딘가 멍 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 항상 아쉬웠다”라며 “그래도 이번 ‘프리즌’ 속 익호의 서늘한 눈빛은 그래도 봐줄 만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표현하고 말 그대로 연기하는 것은 40대가 들어서부터 제대로 나오는 것 같다. 이전 20대부터 30대까지는 그저 시행착오를 겪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는 단계였다”라며 “나도 마찬가지로 40줄에 들어서면서부터 연기가 쓸 만 해진 것 같다(웃음)”라며 어김없이 겸손함을 내비쳤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프리즌’ 한석규 / 쇼박스
 
한석규는 자신이 가진 장단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음성지원’을 부르는 말투와 목소리에 대해서도 마냥 달가워만 하지 않는 연기자였다.
 
“개그맨 정성호 씨가 따라하는 그 말투와 목소리(웃음). 물론 배우를 떠올렸을 때에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는 것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라며 “나도 이순재 선생님을 떠올리고 알파치노를 생각했을 때에 그들의 음성이 가장 먼저 나의 뇌리를 스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 말투와 목소리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도 “관객들에게 익숙해져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있다. 익호라는 인물은 내 말투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단점으로 다가가겠다 싶었다. 그걸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설명한 바 있다.
 
데뷔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대배우 한석규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사회 근간의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를 좋아하더라, 처음 배우기를 그리 배웠다”라며 “‘386 기성세대’이기에 내가 그걸 해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설명한 그는 충분히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리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믿음과 태도에 달려 있다. 그 의미가 ‘사익’이 되느냐 ‘공익’이 되느냐 또한 온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매사 ‘의미 있는 일’을 행하는 연기자 한석규의 태도는 동종업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터.
 
관객에게 더 나은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위해 상상만으로도 골 아픈 고민과 연구를 꾸준히 해준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참 고마운 일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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