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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나 또한 영화판의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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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박혜미 기자) “영화의 평이 좋아 당황스럽기도”
 
‘지선’이라는 캐릭터를 머리속에서 완전히 지울 만큼 호탕하고 털털한 매력을 지니고 있던 배우 엄지원.
 
25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미씽: 사라진 여자’ 속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 여자 지선을 연기한 배우 엄지원과 톱스타뉴스가 만났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그녀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5일간의 추적을 그린 영화. 극 중 엄지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과 보모를 홀로 추적하는 워킹맘 지선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렸다.
 
Q. 영화 평이 좋다
 
엄지원 : 의외인 거 같다.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을 했는데 평이 좋더라. 정말 감사한데 당황스럽기도 하다. 영화라는 건 사실 연기 하나로만 볼 수 없고 전체적인 걸로 보는데 상업 영화다보니 재미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는 가운데서 작업을 했다. 환경 자체도 여유있게 촬영을 한 작품이 아니라 아무도 우리 영화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던 거 같다.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재밌네?’ 이런 반응인 거 같다. 물론 그렇게 되길 원하고 작업하긴 했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관객분들이 하는 거기 때문에. 시사회를 마친 바로는 가고 싶었던 방향 쪽으로 봐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하면서도 ‘정말 될까’ 하는 의심이 있었어서 당황스러운 거 같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시사회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엄지원 : 엄마가 된 친구들은 싹다 아기 안아보러 가야 한다고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갔다. 워킹 우먼 친구들은 애프터까지 와서 영화 얘기 하면서 좋다고 하더라.
 
사실 엄마로 시작됐지만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엄마가 아니여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고 남성 분들도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그런 재미를 추구하면서 여자,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거기 때문에 워킹 우먼들, 남자 배우들 모두 재밌게 봤다고 얘기했던 거 같다.
 
Q. 영화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엄지원 : 지선을 연기하는 자체가 저에겐 너무 고독한 싸움이었다. 초반에 시나리오는 너무 좋지만 지선이 굉장히 비호감이라는 지적이 계속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촬영이 들어갔다.
 
그 지적은 이 여자가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아이를 잃어버릴 만한 행동을 했고,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실수도 하고 그런 어수선한 여자에게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며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초반의 우려와 질문들이 꽤 있었다.
 
사실 지선이 모성애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지선에게 모성을 발휘할 시간을 주지 못했고, 그게 지선으로서는 최선이었던 거 같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사람인지라 주객이 전도돼 버렸던 거다.
 
그런 것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과정들이 제가 지선이 되어서 아이를 찾아다니고 어려운 감정선 줄다리기를 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웠던 거 같다. 캐릭터에 쏟아졌던 초반의 비난이 화살이 마치 제게 오는 화살 같았다. 그 부분들을 잘 만들어서 한 시간 반동안 관객들이 지선이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선을 따라가게 하고 한매도, 지선도 쫓아가는 재미를 잘 주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걸 만들어가는 게 더 힘들었던 거 같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남자 스태프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들었다
 
엄지원 : 저희의 공통된 시선은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자는 거였다. 감독님, 저, 효진이는 재미가 있는 와중에 지선이라는 인물이 모성으로 시작해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여성이 남는 이야기이고 싶었다. 남자들의 시선은 엄마로 시작해서 위대한 엄마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방향성이 달랐던 거다. 저는 어차피 여자라는 사람 속에 엄마가 있는 건데 그것은 결을 따라 잘 달려오다 보면 당연히 보이는 거라 생각했다.
 
엄마가 보이는 건 남자도 할 수 있는 거이지 않나. 그동안 남성의 시선에서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고 그런 화법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여성의 시각에서 또 다르게 풀어낼 수 있는 건 여자라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여자가 남았으면 해서 회의를 많이 했다. 장면들을 바꾸기도 하고 감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계속 바꿔가는 회의의 과정을 거쳤다. 
 
Q. 감정 연기를 할 때 그 크기를 전부 계산하고 하나
 
엄지원 : 당연히 생각을 한다. 척박한 상황에서 촬영을 했어야 해서 신들을 뒤죽박죽으로 찍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촬영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제 숙소 침대 바로 옆 테이블에 언제나 대본이 있었다. 그 대본 속에 수많은 포스트잇과 빨간글씨, 파란글씨가 있었다. 감정의 온도, 템포감에 대해 정확하게, 디테일하게, 철저하게 계산을 했다. 지선이 되어가면서도 여러가지가 바꼈는데 계속 수정을 해서 대본이 온갖 색깔로 칠해졌었다.
 
Q. 원래 그렇게 철저하게 공부를 하는 편인가
 
엄지원 : 원래 그렇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영화 같은 경우는 스릴러적인 장르지만 결국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여배우로 영화를 찍으며 거의 처음 만난 여자 두 명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에게 남다른 책임감도 있었고 장르적인 영화 안에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사명감도 들어서 더 많이 조사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촬영을 하며 공효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
 
엄지원 : 저희는 영화에서 처음과 끝에서만 만나지만 관객들에게는 계속 끈이 있는 것처럼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서로의 연기, 제 레벨과 한매의 레벨이 조화롭게 리듬을 타고 아름다운 하모니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화를 많이 나눌 수 밖에 없었다. 효진이도 같은 생각이여서 대화를 많이 했다.
 
Q. 이번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이 있는 거 같다
 
엄지원 : 그렇다기 보단 재미있는 영화니까. 녹록치 않은 환경이었지만 이런 것들이 재밌게 잘 만들어지면 다음 영화가 잘 나오는 기회가 되는 거고 동시대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영화판의 지선으로서 지선이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찾기 위해 달려가는 것처럼 엄지원도 영화판에서 잘해가고 싶은 꿈과 의지가 있었던 거 같다. (웃음)
 
Q. 서로 더 돋보이기 위한 기싸움은 없었나
 
엄지원 :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저희 둘다 동시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배우고 저희들만의 고충을 누구보다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귀한 영화가 와서 너무 감사하다, 잘 만들어보자 하며 같이 화이팅 했다.
 
감정의 리듬을 같이 갈 수 있게끔 대화를 많이 했지 내가 더 돋보여야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둘이 다른 여자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같은 여자라는 느낌이 들길 바랬기 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갈 수 있게 대화를 아주 많이 나눴다.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거 같다.
 
Q. 지선은 ‘이래서 여자랑 일하면 안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엄지원 : ‘여자 영화라서 투자가 안돼’ 라는 게 어떻게 보면 사회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조차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또 여자 영화라서 더 잘되고 싶고 남자의 시선이 잘못됐다고 나누고 싶진 않다. 여자 영화든 남자 영화든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을 가지고 있으면 잘 되는 거고 일터에서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지 않나.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평가를 받으면 기분 좋을 사람이 없을 거다.
 
저 또한 배우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낼 수 있는 목소리들이 있지 않나. 제 가치관과 닿아있기 때문에 선택한 이 작품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환기를 시키기도 하고. 저는 연기를 통해 할 수 있는 거고, 각자 자기의 일터나 사회적 터전에서 조금씩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다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고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Q. 연거푸 물을 마시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엄지원 : 저도 좋아하는 신이다. 지선의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을 모두 표현하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신인데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모두 알게 된 장면이었다. 모든 걸 알게 된 후 참담한 심정, 또 그 원인이 나라는 걸 알게 되지 않나. 그런 지선의 모든 감정과 피로함 등 여러가지 심정을 다 대변하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또 물을 마시는 건 지선의 습관이기도 했다. 장치적이기도 하고. 지선의 심정을 대변하는 신인 거 같아서 저도 좋아하는 장면이다.
 
Q.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마스터’에서는 온도차가 많이 나는 역할을 맡았다
 
엄지언 : 아주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다. 지선은 내 옆에 있을 거 같은, 현실의 땅에 닿아있는 여자이고 이 여자가 엄청난 감정들을 겪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인데 ‘마스터’는 아주 통쾌한 오락물이다. 사회 비판적인 시선도 있으면서 그걸 아주 재밌게 상업적으로 풀어내서 속시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내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 건강하고 밝고 시원한 작품을 해야겠다고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웃음)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 인생 연기를 선보인 엄지원.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사회적 약자, 그리고 여성들에게 냉담하기만 한 현실의 모습.
 
‘미씽’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고, 그 중심에 있는 배우 엄지원 또한 대한민국의 한 여자로서, 여배우로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00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만의 감정으로 가득 채우며 보는 이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한 그. ‘미씽’은 햇수로 15년차 배우가 된 엄지원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자 지나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다. 
 
“배우 엄지원의 뜨거운 행보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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